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름다운 니니 Nov 29. 2022

31. 예뻐질 수 없는 곳

사실 원래 난 예뻐! 단지...

 짧은 여행을 마치고 위니펙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위니펙은 고향 같은 느낌을 줬다. 변함없이 위니펙 남부는 한적했고, 조용했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우리가 있던 캐나다 위니펙은 바람의 도시이다. 광활한 평지에서 불어서 흩날리던 바람은 위니펙 남부 우리 마을에 와서 비로소 저항이란 걸 받는다. 골목골목, 건물 사이사이로 황소 같은 바람이 불어 심할 때는 몸이 휘청거릴 때도 있다. 매 순간 바람이 불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런 걸까 위니펙은 비나 눈이 오는 날을 제외하곤 평균 가시거리 12km를 훌쩍 넘는 맑은 날씨가 많다. 캐나다 마니토바주(MB, Canada)는 평지에 있는 도시라서 조금만 도시를 벗어나도 지평선을 볼 수 있다. 눈만 돌려도 산이 보이는 우리나라와는 지형이 크게 다른 곳이다. 차로 달리고 달려도 평지만 보이는 곳이 바로 캐나다이다. 한국에서 중국발 미세먼지와 매연으로 지치고 뿌연 내 눈이 캐나다에서 힐링을 하고 있다. 아니 힐링을 뛰어넘어 신분까지 상승한 기분이다. 눈이 산뜻하다는 기분을 이곳에서 매일매일 느끼고 살아가고 있다. 신기하게도 위니펙은 흐린 날에도 매우 뚜렷하게 멀리까지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맑은 공기를 가진 곳이지만 단점이 있었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강력한 바람 이 나의 예쁨을 포기하게 만든다. 아침에 열심히 세팅한 머리는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힘 없이 나부끼며 헝클어진다. 아내는 캐나다에 온 이후 머리를 질끈 묶도 다니고만 있다. 사실 세상에는 내가 예쁘고 멋지지 못할 이유가 넘처난다. 내가 문제가 아닌데 나는 조금 안 멋져진다. 난 이미 충분히 예쁘고 멋있고 잘생겼는데 웅장한 자연 앞에서 조금 그렇지 않게 보일뿐이다. 이곳은 내가 예뻐질 수 없는 곳이다.


다시 한번 정확하게 말하는데 내 얼굴의 문제가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30. 생각보다 우린 닮고, 달랐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