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명작 오브 명작.

'리틀 미스 선샤인' (2006)

by 이우진


시나리오 공부 할 당시.

지금처럼 파일로 공유하기가 용량상 버거웠기에, CD로 구운 영화를 틀어놓고,

그걸 시나리오로 적어내는 소위 '시나리오 베껴쓰기'를 했다.


소설은 '필사'.

시나리오는 '베껴쓰기' '실시간 씬리스트 작성' 등이 있다.


영상을 --》 문자, 시나리오로 바꾸는 훈련이다.

씬 넘버, (등장인물), 장소, 인물행동 묘사인 지문, 무엇보다 CD플레이어 고장 나도록 되감기를 해야 했던 지옥 같은 '대사' 받아 적기!

말 더럽게 빨라. 한국어 경우는 발성 좋은 배우, 부족한 배우 확 체감하게 되고.


그렇게 하루 온 종일 해서, 영화 한 편 당 20일쯤 걸렸다.

한국영화는 '엽기적인 그녀'를 했고, 할리우드 영화는 '리틀 미스 선샤인'(이하 선샤인)을 했다.


두 영화 모두, 영화의 '구조' 파악에는 보석 같은 영화다.


선샤인은 베껴쓰기가 끝났는데도, 시도 때도 없이 봤다. 약 120회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매번 눈물을 흘렸다.

난 이 영화가 지금도 좋다.


간략 소개하자면,

일단 독립 영화인,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지금 할리우드를 씹어먹고 있는 대배우들이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여주가, 여기서 셰릴이라는 엄마로 나온다. 가히 연기의 신이다. 타고난 천상 배우.

아빠 리처드, 삼촌 프랭크, 오빠 듀웨인, 딸 올리브, 할아버지까지 모두 다 지금 대배우들이다. 할아버지는 오래전 할리우드 공로상을 타시고 현재, 돌아가신 걸로 안다.


보시면 진짜 대 배우들의 과거 모습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것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다.


내용은,

망가진 가족이야기.

저 마다 족쇄? 핸디캡을 갖고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엉기성기 뭉쳐 있는 한 가족.


어느 날, 딸 올리브가 그토록 참여하고 싶어 하는 '어린이 미인대회' 우리로 치면 '어린이 미스 춘향'에 참가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 영화이다. 하지만, 선댄스 영화제 수상작일만큼,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수작이다.


미인대회의 허위, 덧없는 욕망에 대한 위로, 꿈이 좌절돼 무너진 이에 대한 철학적이면서 따뜻하고도 슬픈 충고(프루스트 '아무도 읽어주지 않았던, 글.'을 평생 썼던 이야기).


충분한, 혹은 세세한, 현학적 설명은 안 하고 싶다. 부족하고 궁금해야 찾아보실 거 같아서.


여하튼, 할리우드 120년 영화사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조나단 페이튼 공동 감독(부부)을 일약 스타로 만들고, 차기작 '루비 스팍스'에서 오빠 듀웨인(폴 다노- 봉준호 옥자출연)과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상업영화 대작을 만들지만 조금 아쉬웠다.


요컨대, 삶에 지치고.

무미건조하고, 가족이 싫어질 때.

기억에서 바랜, 오래전 연인이 기적같이 연락 왔는데, 만나보니 'X, 왜? 하나도 안 변했고?('달콤한 망각'에 잊고 지내던, 그때 헤어진 이유! 아 이래서 그랬었지.) 내 추억 돌려내!' 생각들 때, 보시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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