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방화 사건을 계기로 돌아본 중국의 지하철 보안 시스템
2025년 5월 31일 아침,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에서 한 남성이 인화성 액체를 뿌리고 불을 붙이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 열차 안에는 약 400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혼란이 퍼졌고, 일부 승객은 문을 열고 선로로 탈출했습니다. 기관사와 시민들의 빠른 대응으로 불은 곧 진압되었지만, 차량 내부는 크게 훼손되었습니다. 피의자는 개인적인 이혼 문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습니다.
이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당시처럼 대형 참사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그 아찔했던 공포는 다시 한번 우리 곁을 스쳤습니다.
이러한 아찔한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고 나서, 문득 떠오른 시스템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중국 지하철의 검문·검색 시스템입니다. 중국을 여행해 보신 분들이라면 익숙할 장면일 겁니다. 지하철역 입구에서 티켓을 구입하고 개찰구로 들어서면, 곧바로 공안들이 지키고 있는 보안 검색대가 등장합니다. X-ray 기계 위로 가방을 올리고, 손에 든 물건은 따로 보여주어야 하며, 금속 탐지기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플랫폼으로 향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 역시 과거 수십 차례 중국을 드나들며 이 시스템을 경험할 때마다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과한 규제다’, ‘공산주의적인 발상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자유롭고 효율적인 대중교통의 흐름을 막는 일종의 ‘감시 사회’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지요.
하지만 2025년 서울 한복판에서 또다시 벌어진 열차 방화 사건을 마주한 지금, 그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묻게 됩니다. “정말 불편함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는가?”라고요.
중국이 이러한 보안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게 된 것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대규모 테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국제 행사나 사회적 긴장도가 높아질 때마다 보안의 강도를 높여왔고, 지금은 그 시스템이 베이징은 물론 상하이, 광저우, 심지어 중소 도시까지도 광범위하게 확산되었습니다. 대중교통은 가장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공간이기에, 그만큼 가장 위험한 범죄의 무대가 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안 검색이라는 것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닐 것입니다. 비용과 시간, 그리고 시민의 피로도를 생각하면 쉬운 결정은 아닐 테지요.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가 일상이 되어가는 지금, 그간 우리가 너무 오래 ‘편리함’에만 기대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중국의 방식이 답이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그들처럼 ‘위험의 가능성’을 전제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새겨볼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안전은 늘 뒤늦게, 그리고 아프게 찾아옵니다. 지금은 적어도, 이런 논의를 꺼내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