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의 중국 여행으로 뽑아본 음식 추천 TOP5
최근 몇 년 사이, 마라탕과 훠궈, 양꼬치 같은 중국 음식들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마라 소스의 얼얼한 중독성에 빠진 사람도 많고, 이제는 동네마다 한두 곳쯤 중국 음식점이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이 유행을 지켜보면서도 한 가지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왜 이렇게 비쌀까?”
마라탕 한 그릇에 1만 원을 훌쩍 넘고, 훠궈는 둘이 먹으면 기본 5만 원은 각오해야 하는 가격대. 음식의 퀄리티야 좋아졌다고 해도, 정작 중국 현지에서 접했던 가격과 비교하면 한 끼에 느끼는 만족도는 확연히 차이 납니다. 중국에선 이 모든 걸 훨씬 저렴한 가격에, 더 넉넉한 양과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선 비싸서 자주 먹지 못하지만, 중국에선 합리적인 가격으로 실컷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한번 정리해 보면 어떨까?’
이번 글에서는 제가 중국 여행 중 맛본 음식들 가운데,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던 메뉴들을 제 나름대로 순위를 매겨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미식 여행을 계획 중인 분들이라면, 꼭 한 번쯤 참고해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5위. 계란볶음밥 (鸡蛋炒饭, 지단차오판)
솔직히 말해 계란볶음밥을 여행지에서 일부러 주문하겠다는 사람은 많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워낙 흔하고, 또 너무 ‘단출해’ 보이기 때문이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한 번 먹어보고는 “이게 왜 이렇게 맛있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거든요. 중국의 계란볶음밥은 정말 다릅니다. 쌀알 하나하나가 기름에 고슬고슬하게 코팅되어 있고, 계란의 고소함은 마치 뚜껑을 덮고 천천히 익힌 듯 깊게 배어 있습니다. 심지어 재료는 단출한데도 ‘밥 그 자체가 반찬’이 될 만큼 감칠맛이 뛰어납니다.
이 메뉴의 이름은 중국어로 ‘지단차오판(鸡蛋炒饭)’이라고 합니다. 직역하면 ‘닭알(鸡蛋)을 볶은밥(炒饭)’, 즉 계란볶음밥이라는 뜻이죠. 중국 식당 메뉴판에서 자주 보게 될 단어이기도 하니, 하나쯤 외워두시면 아주 요긴하게 쓰일 겁니다. 게다가 가격은 말도 안 되게 저렴합니다. 동네 식당에서는 보통 20위안 미만, 한화로 약 4,000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에 푸짐한 한 끼를 즐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칭다오 맥주 하나만 더해도, 완벽한 조합이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어느 식당을 가더라도 ‘지단차오판’은 기본 메뉴로 거의 빠짐없이 있다는 것입니다. 간단한 요리를 시켜 먹을 때도, 매콤한 탕 요리와 함께 곁들일 때도, 결국엔 늘 이 볶음밥에 손이 가더라고요. 이런 이유로 저는 지단차오판을 그날의 주 요리와 별개로, ‘기본적으로 하나쯤은 곁들여 먹기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마치 한식에서 공깃밥처럼, 중국 음식의 진한 맛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기본 베이스가 되어주니까요.
4위. 훠궈 (火锅, 훠궈)
중국 음식이 한국에서 대중화되기 시작한 계기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훠궈’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우리에게도 익숙해진 음식이죠. 지금은 서울의 대형 쇼핑몰 안에도 훠궈 전문점이 하나쯤은 있을 정도니까요. 특히 ‘하이디라오(海底捞)’는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훠궈 브랜드입니다. 무한리필 소스바와 친절한 서비스, 국수를 뽑는 퍼포먼스로도 유명하죠.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하이디라오는 오히려 고급 브랜드에 속하고,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비싸지만 서비스는 좋아”라는 이미지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 대신, 중국에서는 골목을 돌면 나올 정도로 흔한 훠궈 가게들이 즐비하고, 가격도 한국의 절반, 아니 그 이하로 훨씬 합리적입니다. 혼밥으로 즐길 수 있는 1인 훠궈 전문점도 많고요.
그렇다면 훠궈는 도대체 어떤 음식일까요?
‘훠궈(火锅)’는 직역하면 ‘불(火)에 올린 냄비(锅)’, 즉 끓이는 냄비요리’라는 뜻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골, 샤부샤부와도 유사하지만, 소스의 다양함과 재료의 선택 폭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습니다. 훠궈의 유래는 중국 사천 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원래는 강변에서 일하던 뱃사람들이 추위를 견디기 위해 뜨거운 국물에 재료를 데쳐 먹던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내장이나 저렴한 부위를 넣어 끓이다가 점차 다양한 고기, 해산물, 채소가 들어가며 지금의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죠. 사천식 매운 훠궈, 중경식 이분 탕(홍백탕), 북경식 양고기 훠궈 등 지역에 따라 스타일도 제각각입니다.
국물 베이스도 참 다양합니다. 보통은 얼얼한 마라 베이스의 매운 국물인 홍탕(红汤)과 맑고 담백한 백탕(清汤) 조합이 대표적이지만, 현지에서 한 번쯤은 토마토 베이스의 훠궈를 드셔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토마토 국물의 은은한 단맛과 산미가 의외로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리고, 매운맛에 지친 속을 달래는 데도 제격입니다. 처음에는 “이게 훠궈 맞아?” 싶은데, 먹다 보면 어느새 국자를 들고 국물을 떠먹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실 거예요.
현지에서는 훠궈가 정말 부담 없는 외식 메뉴입니다. 로컬 식당 기준으로는 1인당 약 50위안, 한화로 1만 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고기, 채소, 면류까지 골고루 즐길 수 있고, 하이디라오처럼 고급 브랜드도 한국보다는 훨씬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그날의 컨디션에 맞춰 맵기를 조절하고, 내가 고른 재료로 직접 끓여 먹는 재미는 여행 중 꼭 누려야 할 미식의 묘미입니다.
3위. 동파육 (东坡肉, 둥포로우)
동파육은 한국에서는 여전히 흔하지 않은 메뉴입니다. 몇몇 중식 코스 요리를 취급하는 곳에서야 간간이 볼 수 있지만, 한 접시에 3~4만 원 이상을 호가할 정도로 부담스러운 가격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유튜브나 SNS을 통해 집에서 간단하게 동파육을 만드는 조리법을 많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진간장과 대파, 마늘, 팔각 같은 향신료를 넣고 푹 삶은 뒤 졸여내는 과정은 얼핏 보면 수육과 비슷하지만, 그 속도와 방식, 그리고 ‘단맛’의 깊이감은 분명히 다른 결입니다.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익혀야 진가를 발휘하는, 인내와 정성의 음식. 아마 이런 조리법들이 유행을 한다는 것은 동파육이 그만큼 우리의 입맛에 맞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그런데 중국에서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동파육은 중국을 대표하는 돼지고기 요리 중 하나로, 전국 어디서든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음식입니다. 지역에 따라 맛의 편차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비계와 살코기가 층을 이루는 오겹살 부위를 두껍게 썰어 오래도록 삶고, 간장과 설탕을 중심으로 조린 요리라는 점은 같습니다. 동파육의 이름에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유래도 담겨 있습니다. 북송 시대의 문인이자 정치가였던 소동파(苏东坡)가 유배지에서 즐겨 먹었던 요리를 이후 항저우에 지방관으로 부임했을 때 백성들이 바친 돼지고기를 삶아 주민들과 나눠 먹었던 것이 기원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이 요리는 그의 이름을 따서 ‘동파육(东坡肉)’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의외로 동파육이 부담 없는 메뉴입니다. 중급 이상의 식당에서도 보통 100위안 이하, 고급 레스토랑 기준으로도 60~90위안 선이면 꽤 수준 높은 동파육을 맛볼 수 있습니다. 작은 식당에서는 1인분 기준 20~40위안, 한화로 4천 원에서 8천 원 수준에 진한 맛의 동파육을 넉넉히 즐길 수 있습니다. 밥 위에 얹어 덮밥처럼 파는 집도 많고, 국물 요리나 반찬처럼 함께 내놓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만큼 중국인들의 식탁에 깊이 뿌리내린 고기 요리이자, 우리로 치면 갈비찜처럼 명절이나 손님상에도 자주 올라가는 ‘대중적 고급 요리’의 성격을 갖고 있죠. 지방과 단맛이 어우러진 동파육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한 번쯤은 진짜 현지에서 제대로 된 동파육을 맛보는 경험을 추천드립니다
마무리하며
쓰다 보니 글이 길어져서 두 편으로 글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2편에서는 제가 추천하는 1,2위 중국음식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혹시 중국 여행 중에 인상 깊었던 음식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다음 중국 여행에서 꼭 가보겠습니다.^^
2편도 업로드 하여 링크 남겨놓습니다!
https://brunch.co.kr/@nirvana/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