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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Dec 18. 2023

 나는 나에게 잘 하자

[처조카의 결혼식]

인생은 결국 혼자라고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는 동안은 관계 맺음은 이어진다. 어제 처조카의 결혼식이 있었다. 어릴 적부터 가까이 살며 성장과정을 지켜본 터라 무척 친근한 아이다. 지난달 큰 처남을 하늘나라에 보내드린 후 남은 형제들이 모두 혼주가 되기로 하고는 각자의 역할을 맡았던 예식이었다. 다행히 시작부터 끝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고인과 인연 되었던 많은 하객들이 찾아주어 가라앉은 식장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길 것만 같던 하루가 식사를 마친 하객들이 돌아가자 서서히 마무리되었다. 혼주인 큰 처수와 형제들도 각자의 짐을 챙겨 하나씩 행사장을 벗어난다. 친구이기도 한 작은 처남은 한파와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서둘러 상경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아내는 집에 바로 가기에는 올케언니가 걸린다며 잠시 들렀다 가자고 했다. 결혼식 내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감정을 추스르며 간신히 하루를 보냈을 분이었다. 결혼식이 있었던 울산에서 장인 장모도 안 계신 처가가 있는 창원으로 향했다.


[결국은 혼자]

비록 시누이 내외들이 늦은 시간까지 함께는 했지만 그래도 각자의 터전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있다. 아내와 나는 마지막까지 남아있다 그 자리를 벗어났다. 돌아오는 길에 아내는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은 가족이라는 말을 했다. 한편으로 동의는 하면서도 조금 다른 생각도 있다. 모든 인간은 결국 혼자이다. 지난달 남편을 보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딸을 시집보낸 처수는 이제 혼자서 남은 생을 보내야 한다. 자식 내외들이 있고 형제들이 가끔 찾겠지만 그것도 잠시일 뿐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의 시간이다. 그러니 세상에서 가장 잘 지내야 할 사람이 자기 자신이고 당연히 잘 살피고 보살펴야 할 중요한 사람이다.


각자의 인생이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면 좋겠지만 가끔은 생각도 못 한 일들이 일어난다. 그때 힘든 시간을 견디는 힘은 언제나 우리 내면에서 나온다. 주위 사람들은 잠시 위로의 말과 시간을 함께 하겠지만 언젠가는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다. 스스로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가족들의 소중함도 알고 주변인과의 좋은 관계도 맺을 수 있다. 이번 일을 치르면서 깨닫는 것은 엉뚱하게도 ‘나에게 잘 하자’이다. 아마 저세상의 큰처남도 딸의 결혼식을 지켜보지 않았을까 싶다. 분명 좋은 날이었지만 짙은 슬픔도 깔린 가슴 아린 결혼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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