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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Dec 30. 2023

남자가 혼자 사는 것

‘남자, 나이 듦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독신의 오후’라는 책을 다시 뒤적인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나이 들어 혼자서 생활하는 남자들에 대한 사회학 보고서’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고서 요리학원에도 등록하였는데 나의 생활자립을 위해서였다. 어머니나 아내가 챙겨주지 못하면 내 먹거리 하나 챙겨 먹지 못함은 참으로 못나 보였다. 책에는 자립을 이야기할 때 세 가지가 있는데 경제자립, 정신자립, 생활자립이다. 생활자립이 바로 스스로 먹고, 입고, 자는 것의 해결 능력을 말한다. 여성들은 정신자립과 생활자립을 기본적으로 갖춘 경우겠지만 남성의 생활자립은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 나의 경우도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세탁기 앞에서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사람이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독신의 삶이 문제가 된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독신의 삶을 피할 수 없다. 결혼 자체를 하지 않은 ‘비혼 싱글’, 결혼을 했었지만 이혼을 한 ‘이혼 싱글’, 부부가 잘 살다가 어느 한 쪽이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사별 싱글’이 되고 만다. 문제는 독신으로 너무 오래 산다는 것인데 여자 독신보다 남자 독신이 더 큰 문제이다.


비혼 싱글은 이제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의 40대 남자의 비혼 비율은 20.2%라고 하니 5명 중 1명은 총각인 것이다. 40대에도 미혼인데 50대, 60대가 되면 결혼의 가능성이 높아질까? 이들은 앞으로도 계속 혼자 살게 될 것이다. 화려한 싱글도 젊을 때 이야기지 남자가 나이 들면 추할 일만 남았다. 돈이라도 많으면서 혼자라면 좋겠지만 대부분 40대 비혼 남성은 결혼한 40대 남성보다 소득이 낮다. 통계상으로는 비혼 40대는 연평균 5,000만 원, 결혼한 40대 남자는 6,000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별로 화려한 싱글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혼 싱글도 점점 그 비중이 늘고 있다. 이제 여성도 많이 배우고 사회적 지위도 높아져 전통적인 가부장을 내세우다가는 이혼당하기 십상이다. 여기에는 가족 중심에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관의 변모도 영향이 크다. 이제 결혼 생활을 억지로 참으면서까지 할 여성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이혼 싱글들 중 황혼에 이혼한 싱글이 더 큰 문제다. 나이 50대 이후에 이혼을 당한 남자를 생각해 보라. 아마 이 나이대의 남성은 자식들 양육과 가정생활에 번 돈의 대부분을 썼을 것이고 이혼 후 개인의 자산은 별로 없을 것이다. 주변에 그런 인물이 있다. 자녀가 어릴 때 이혼을 하고는 직장 생활을 하며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양육비를 지급한 경우인데 정작 본인은 원룸에서 생활하며 50대가 된 경우이다. 말이 쉬워 이혼이지 이혼녀의 삶보다 더 힘든 게 이혼남의 삶이다.


다음은 사별 싱글이다. 여성들의 평균수명이 길어 남성이 사별 싱글이 될 경우는 드물 것 같지만 그것도 장담을 못 한다. 2022년 기준으로 50대 이상의 남자가 사별 싱글이 되는 비율은 20%이다. 50대 이상의 남자 5명 중 1 명은 아내의 죽음으로 혼자된 경우이다. 이 나이에 자식들이 과연 아버지를 챙길 수 있을까? 저 먹고살기도 급급할 텐데. 그나마 이들에게는 자기 소유의 집이라도 있어 경제자립은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생활자립은 어떨까? 70대에 아내가 암에 걸려 돌아가신 의사 선생을 한 분 안다. 자식들도 의사가 되어 서울서 생활하는 경우이다. 하지만 혼자 생활하는 그분의 행색을 보면 너무 초라해 못 알아볼 정도이다. 생활자립이 안 된 까닭이다. 돈 있고 나이 든 사람은 어떨 것 같은가? 의심이 많다. 상대가 마치 내 돈을 보고 호의로 접근하는 것 같다.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사는 것이다.   


2014년도에 ‘독신의 오후’라는 책을 읽고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나도 언젠가 혼자 살 수밖에 없고 그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자립과 정신자립은 그렇다 쳐도 생활자립에는 부족함을 느껴 시작한 게 생활요리였다. 세 가지 자립에 하나 더 보탠 것이 몸의 자립이다. 내가 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다른 자립도 된다. 그러니 건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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