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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Jul 24. 2024

익숙할 때 조심하자

이혼 후 재결합이 어려운 이유


부부라는 연은 참 이상하다. 가장 가까운 사이지만 돌아서면 남이 되는 관계이다. 그만큼 유리알처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인연이기도 하다.


두 아이를 둔 20대 때 이혼을 해 50대인 지금도 혼자 살고 있는 후배가 있다. 책임감은 강해서 본인은 어렵게 살더라도 아이들 양육비 만큼은 20년 넘게 꾸준히 지급했고 지금은 그 아이들이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양육비 부담에서 벗어나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고는 하나 본인도 이제 은퇴를 앞둔 나이가 되었다. 후배는 여태 혼자 사는 전처와 다시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지만 그쪽에서 받아들이지 않나 보다. 지난 20년 동안 후배가 보여준 책임 있는 자세를 보면 상대의 마음이 움직일만 한데 왜 그런지 이상했다. 그런데 후배와 대화를 좀 나눠보니 그 마음도 조금 이해는 되었다. 후배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은 강하지만 전처에 대한 배려와 섬세함이 부족해 보였다. 이혼을 한 지금도 전처를 마치 자신의 아내인 양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법적으로 엄연한 남인데도 마음만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 후배가 딱해 보이긴 하다. 젊은 시절 재혼이라도 했다면 지금쯤 안정이라도 찾았을 텐데 남자 나이 50대에 바닷가 빈 고둥 껍데기 같은 신세가 된 것이다. 물론 재혼해서 잘 되었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또 한 번의 이혼으로 상황이 더 악화되었을 수도 있다. 조언을 구하기에 내가 생각하는 바를 들려주었다. 지난 20년간 후배가 보여준 가족에 대한 성실한 책임감으로 상대도 약간의 마음은 있는 것 같으니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고 밀이다. 다만 전처를 대하는 마음만은 달라져야 하는데 마치 소개팅으로 처음 만난 여성을 대하듯 조심스럽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다가서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사실이 그렇다. 예전엔 부부였지만 지금은 남이기 때문이다. 후배가 큰 착각을 하는 거지.


아무리 가족이라도 상대를 소유한다는 생각은 큰 잘못이다. 그건 배우자나 자식들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그 많은 사람들 중에 귀한 인연으로 맺어졌으니 좀 더 가깝고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는 정도이다. 여기서 심리적 오류가 생겨난다. 사람이 익숙해지는 것이다. 익숙하면 당연한 게 되고, 당연한 것은 귀하지 않게 된다. 우리가 평상시 공기나 물을 귀하게 여기는 경우가 드문 것처럼 사람도 그렇다는 얘기다. 그럴때 상대는 상처를 받는다. 그것이 심하면 이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후배가 새로운 인연을 맺든 이전의 인연과 만나든 그건 후배의 선택이다. 하지만 후배를 보며 느끼는 것은 인연 맺기도 어렵거니와 맺은 인연을 잘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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