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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이 누리는 자유의 모습

by 장용범

만일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그가 누리는 자유는 어떤 모습일까? 일단 아무런 걸림이 없는 상태일 것이다. 그런 모습을 상상해 보자. 가장 먼저 그려지는 건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을 것 같다. 이 우주를 불교에서 말하는 색과 공의 세계로 본다면 그 어디에도 머무는 바 없을 것 같다. 달리 말하면 여기에도 머물 수 있고 저기에도 머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신이 누리는 자유라면 더 이상 추구할 게 없을 것 같다. 모든 걸 갖추었으니 지금 이대로가 좋기 때문이다. 신이라는 존재가 구찌나 에르메스를 갖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이미 자신이 가진 것으로도 충분함을 아는 존재이다.


만일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그가 누리는 자유는 성가신 걸 싫어할 것 같다. 인간들은 오직 눈에 보이는 좋은 결과만을 갈구하지만 소유하여 얻는 잠시의 쾌락보다 소유하지 않음이 더 길게 오래감을 알고 있을 것 같다.


내가 아는 자유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신의 자유는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나니 이제 별로 하고 싶은 게 없어진 상태일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하고 싶다는 그 마음을 대상으로 하고 싶은 걸 하지 않는 자유를 누려볼 것이다. 뇌에 관한 연구결과를 보면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할 때 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하지 않을 때의 충족감이 더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자발적인 절제가 주는 만족감이 더 오래간다는 뜻이다.


한 마디로 신이라는 존재가 누리는 자유는 상상만 해도 멋진 자유의 모습이다. 그런 자유를 한껏 누리고 있는 신의 은은한 미소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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