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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의 출근을 배웅하며

by 장용범

좀 특별한 날이었다. 2월 말 졸업을 앞둔 딸아이가 첫 출근을 하는 날이어서다. 창밖을 보니 눈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이제 아내와 나는 아침마다 두 딸의 출근을 배웅하는 처지가 되었다. 회사가 집에서 멀지는 않지만 서둘러 떠난 두 아이의 빈자리를 보는 마음이 좀 이상했다. 아내는 엘리베이터 배웅까지 했건만 굳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딸들의 출근하는 모습을 내려보고 있었다. 눈도 오는데 기분 전환도 할 겸 드라이브나 하자고 아내를 끌었다. 도로의 제설 작업이 잘 되어 막힘은 없었다. 인왕산 자락의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눈구경을 하려 했는데 주차장에 빈자리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창의문을 지나 북악 스카이웨이를 타고 올라갔다. 인왕산과 북악산 자락의 설경은 아름다웠지만 수방사 군인들의 눈을 치우는 손놀림이 분주했다. 너무 일찍 나온 탓인지 문을 여는 카페가 안 보였다. 팔각정에 들러 북한산 자락과 광화문 쪽 경치를 보고는 카페 오픈 시간에 맞추려 했는데 아내는 집안일이 많다며 그만 돌아가자고 했다.

출근길 배웅만 받다가 입장이 바뀌니 나도 무릇 감상에 젖는다. 설렘과 긴장을 안고 출근한 딸아이는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그간 아이들에게 진로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았다. 각자 스스로의 진로를 찾았고 그에 따른 성취와 좌절도 겪었음을 안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잘 견뎌내는 모습이 그저 감사했다. 어떤 경험이든 아이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요즘 기업들의 채용 추세가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을 채용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경력을 갖춘 신입을 찾기에 20대 초반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어려운 면도 있다. 채용 전환 조건이라는 옵션까지 붙여 일정기간 일하는 것 보고는 정규직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니 기성세대들이 사회초년생들에게 참 가혹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조건에도 출근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좀 아팠다.


지금의 20대는 나의 젊은 시절 보다 더 많은 능력과 스펙을 쌓았지만 기회는 많이 줄어든 세대들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결혼이나 출산도 꺼리고 장기적인 꿈을 좇기보다 현실을 살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이제 대한민국 사회가 그런 저성장 사회가 된 것이다. 여기에 기성세대들이 보이는 이기적인 모습에 청년들은 실망하고 세대 간 갈등도 점점 깊어만 간다. 아이들의 출근하는 모습을 보니 나의 은퇴가 더욱 실감 났다. 나처럼 감상에 젖은 아내에게 그간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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