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시호 Jan 23. 2021

결국 의사가 된 그 사람

얼마 전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의대생(의전원생) 조모 씨가 무난히 의사가 될 거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예상대로 그녀는 의사가 되었다. 그녀가 의사가 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많은 이들이 '조민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의사들은 다양한 창구로 울분을 토하고, 언론은 그런 울분을 열심히 퍼다 나른다. 심지어 야당에서는 '조민 방지법'까지 만들겠다고 나섰다. 이들이 이러는 것은 결국 부산대가 버티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는 조모 씨의 의사 면허를 박탈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화라도 내보고, 이미지라도 깎아보자는 심산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런 방식의 공격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피해 보는 환자가 생길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야 하는데, 엉뚱하게 진영 싸움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의사 면허를 빼앗을 수단이 없고, 조모 씨가 자발적으로 의사 면허를 내놓을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현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조모 씨의 의사 면허가 나쁘게 사용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의사 면허에는 나쁘게 쓰기로 마음먹으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의사 면허만 있으면 병원을 개설할 수 있어서, 자본만 있으면 면허를 갓 딴 의사라도 병원을 짓고 병원장이 될 수 있다. 그런 의사가 지은 병원이 정상적인 진료를 할 수 있을 리가 없고, 수익만을 위한 병원이 되기 쉽다. 아무 환자나 가리지 않고 받아서 불법 진료, 과잉 진료로 돈을 쓸어 담는 것이다. 그런 병원으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조모 씨의 의사 면허가 이런 방식으로 악용될까 걱정이 된다. 그리고 만약 그녀가 그럴 생각이 있다면 조민 때리기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문제의 발생을 막으려면, 의사들이 조모 씨를 때리면서 홀로 둘게 아니라 오히려 의사 사회에 받아들여야 한다. 부정 입학으로 얻은 면허를 법적으로 제지할 수단이 없는 이상, 우선은 의사로 대해줘야 한다. 그녀를 다른 새내기 의사들이 거치는 과정을 똑같이 거치게 하여 의사 면허의 무게를 느끼게 하고, 책임감과 실력을 겸비한 의사로 키워내야 한다. 그게 환자의 생명을 걱정하는 의사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해의 여지가 있어 덧붙이자면, 조모 씨를 옹호하려는 생각은 없다. 진짜 환자들을 위한다면 의사들이 책임지고 조모 씨를 시스템 속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조모 씨가 당장 며칠 뒤에 시작하는 대형 병원의 인턴 모집에 지원했으면 좋겠다. 국시 거부를 하지 않은 사람만 지원할 수 있는 시기라 아마 어디든 무난히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턴이 되어 남들 하는 대로 고생도 해보고, 선배 의사에게 이것저것 배워도 보고, 환자를 보는 즐거움도 느꼈으면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 하고 싶은 과가 생기면 정당한 경쟁을 통해 레지던트가 되는 것도 좋은 경험일 것이다. 그러면서 평범한 의사가 되어갔으면 좋겠다. 물론 몇 년 뒤에 그녀의 면허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사라져야 할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온 거짓으로 점철된 삶과 달리, 의사로 사는 동안에는 진실되게 살았으면 한다. 인턴 지원을 할 때 자기소개서도 솔직하게 직접 써보고, 인맥으로 만든 가짜 인턴이 아닌 진짜 인턴을 해봤으면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