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깨 통증이 심하여 집 근처 병원에 갔다. 일반 의원치고 규모가 꽤 큰 편이었다. 의사만 5명에, 각종 직원들도 열댓 명은 되어 보였다. 주변 병원 중 유일하게 일요일에 문을 열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꽤 기다려서 진료를 받았다. 엑스레이도 찍고, 어깨에 주사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고 왔다. 그다음 주 일요일에도 방문하여 치료를 받았더니 어깨가 많이 좋아졌다. 의사가 평일에도 물리치료를 받으면 좋다고 해서, 지방에서 일하느라 어렵다고 했더니 근처 의원을 찾아서 받아보라고 했다.
검색해 봤더니 이 지역에서 유일하게 물리치료가 가능한 병원이 가까이 있었다.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방문했다. 병원은 단출했다. 손님도 나밖에 없었다. 접수 직원 1명과 단둘이서 운영하는 듯했다. 의사가 직접 엑스레이도 찍고, 물리치료도 해줬다. 내가 맞은 주사와 받은 물리치료는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항목이라 의사가 가격을 직접 정할 수 있는데, 집 근처 병원 대비 60% 밖에 안 되는 저렴한 가격이었다. 수도권에서 일반 직원이 해주는 것보다 지방에서 의사가 직접 해주는 물리치료가 더 쌌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단순했다. 의사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딱 봐도 지방 의사가 더 경험도 많고 노련해보였다. 수요와 공급의 문제였다. 내가 일하는 이곳은 인구가 적다. 아마 수입도 높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적으니 당연히 의료 수요도 적고, 수입이 적으니 비급여 치료 수요는 더욱 적을 수밖에 없다. 수요가 없으니 의사는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고, 다른 의사와 같은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지방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훨씬 적은 돈을 벌게 된 것이다.
이 지역만 그런 걸까? 대한민국의 모든 지방이 같은 상황일 것이다. 의사만 그럴까? 사람 상대로 돈 버는 직업은 다 똑같을 것이다. 어디 사람 상대로 돈 벌지 않는 직업이 있는가? 결국 돈을 벌겠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은 수도권으로 몰리게 되고, 시간이 갈수록 지방에는 노인들만 남아있게 된다. 그나마 남아 있는 젊은이들은 죄다 관공서 직원뿐이고, 그들마저도 '무슨무슨 혁신도시'라는 신도시에 끼리끼리 모여 수도권과 비슷한 인프라를 만들어 놓고 산다. 그 도시 밖으로 나가면 허허벌판에, 소외된 노인들 밖에 없다. 공중보건의사를 하면서 말로만 들었던 지방 소멸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