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학에 입학한 20살 때는 몸무게가 70kg가 안 됐다. 30대 초반인 지금은 몸무게가 80kg가 약간 넘는다. 1년에 1kg씩 찐 셈이다. 아마 나뿐만이 아니라 대다수 사람이 겪고 있는 현상일 거라 믿는다.
정확히 1년에 1kg씩 살이 붙어온 것은 아니었다. 체중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몇몇 이벤트가 있었다. 첫 번째 이벤트는 대학교 입학. 근본적인 원인은 수많은 술자리였다. 지금은 밥 한 끼만 잘 먹어도 배가 부른데, 그때는 3차 4차 5차까지 가며 해 뜰 때까지 먹어도 배부른 줄을 몰랐다. 워낙 날씬하여 체중과 몸매에 관심도 없던 때라 몸무게를 재지도 않았던 시기인데, 아마 이때부터 체중 증가가 시작됐을 것이라 보고 있다.
두 번째 이벤트는 23살에 다녀온 미국 한 달 배낭여행. 돈이 없어서 여행 내내 하루 한 번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었다. 미국의 햄버거는 한국보다 훨씬 크고, 기름지고, 짜다. 여행 동안 많이 걸어 다니고 고생을 해서 살이 찌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부모님이 왜 이렇게 부어서 돌아왔냐고 하셨다. 농구를 하는데 평소보다 훨씬 숨이 많이 찼다. 무게를 재보니 어느새 70kg대 중반까지 늘어나 있었다.
세 번째 이벤트는 인턴 근무였다. 그동안 용돈으로 밥을 사 먹다가 내 돈으로 먹게 되니 어떤 음식이든 원하는 때에 먹게 됐다. 불규칙한 근무 형태가 더해지면서 굉장히 나쁜 식습관이 생겼다. 툭하면 배달음식을 푸짐하게 시켜 먹었다. 밤새 일하고 아침에 퇴근하면서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맥을 먹고 들어와서 자는 날도 많았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스타일인 것을 이때 알았다. 이 습관이 인턴이 끝나고 레지던트 1년 차까지 이어지면서 80kg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네 번째 이벤트는 질병이었다. 레지던트 1년 차 말에 검진을 받고 80kg라는 성적표를 받아 드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동안 농구를 자주 하면서 자연스럽게 체중관리가 되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농구를 못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헬스장에 가서 PT를 받기 시작했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잘 먹으니 몸이 커졌는데, 좀 심각했다. 운동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인생 최고 몸무게인 88kg에 도달했던 것. 살이 찐 건지 근육이 붙은 건지 알 수 없었다. 급격한 체중 증가의 부작용인지 발가락에 통풍까지 왔다.
레지던트 2년 차 말 검진을 받았는데, 갑상선기능저하 소견이 나왔다.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지만, 내과에서 재검사를 해보니 명확했다. 내가 급격히 체중이 늘고, 괜스레 춥고 피곤했던 것이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는 병 때문이었다. 호르몬 약을 처방받아먹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85kg까지는 순식간에 빠졌다. 하지만 그 이상의 드라마틱한 체중감량은 생기지 않았다. 그 뒤로 지금까지, 어쩌면 앞으로 평생,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갑상선저하증 진단 후, 3년 넘게 시간이 지났다. 85kg에서 한동안 정체되었던 체중은 그래도 81kg까지 내려와 있다. 중간에 70kg대에 진입한 적도 있었으나 순간 방심에 바로 요요가 와버려 81kg를 유지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이 무게보다 올라가면 살이 잘 빠지고, 이보다 내려가면 금방 찐다. 무게는 꽤 나가지만 그래도 체지방율은 20%가 안 된다. 우선은 75kg이라는 세부 목표와, 이보다 더 찌지는 말자는 주요 목표를 가지고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목표 순위가 뒤바뀐 거 같다면 착각이다).
다이어트를 3년 넘게 해 오면서 느낀 것들이 있다.
1. 다이어트는 참 적이 많은 녀석이다. 나에게는 스트레스가 다이어트의 가장 큰 적이다. 우선 스트레스가 발생하면, 식욕이 찾아와 수많은 다이어트의 적들을 내 입속으로 밀어 넣는다. 근데 다이어트는 그 자체로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아무리 안 받으려고 해도 쉽지 않다(다이어트의 적은 다이어트라는 기적의 논리).
2. 운동의 딜레마도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나면 식욕과 보상심리가 함께 찾아와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음식을 먹게 되는데, 운동과 음식을 더하고 뺀 결과가 체중의 플러스일 때가 자주 있다. 다치거나 아파서 운동을 못할 때, 자연스럽게 덜 먹으면서 오히려 살이 잘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3. 다이어트에는 왕도가 없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