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ke Kim Jul 20. 2016

아이슬란드 컬처 클럽

아이슬란드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법

며칠 전 평소 친분이 있던 '이야기나무 출판사'의 김상아 대표님께서 "실장님~ 무더운 여름, 너무 뜨겁게 지내고 계시다면 아이슬란드 책 보시면서 한숨 돌리세요~"라는 인사와 함께 책을 한 권 보내주셨습니다. 속으로 '아.... 가고 싶어도 돈이 없는데.. 제... 젠장..'이라고 외치며 약 오른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겐 '하이랜더'가 사는 나라, '꽃보다 청춘'에서 소개된 나라. 대학과 대학원의 등록금이 없어서 너무도 부러운 나라. 다양한 영화에서 신비롭게 표현된 오로라의 나라였는데 원래 여행잡지의 기자였던 작가가 툭툭 던지는 너스레와 아이슬란드 곳곳의 정보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져서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도대체 이 책의 제목이 뭐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고/뮤직 페스티벌에 가고/예술가의 마을을 찾고/서커스단을 쫓아다니다 실패하는 이야기"인가?

"아이슬란드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법"인가?

"아이슬란드 컬처 클럽".... 이... 이건가?


너! 제...제목이 뭐니...?


스파르따~~~~!!! 처럼 아이슬란드~~~~~ 반복이 표지를 뒤덮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ㅎㅎ

(아.... 디자이너는 이럴 때 힘듭니다. 원래 북디자인을 했었다 보니 이런 게 먼저 눈에 뜨입니다.)

이런 혼란은 표지를 넘기면 금방 해결됩니다. "아이슬란드 컬처 클럽"이 제목이었습니다. ^^;; 

책이 너무 예뻐서 '못알아 먹은 내가 난독증'이라는 자책으로 용서합니다.



이 책은 목차만 봐도 기존 여행정보 책들과 다릅니다. 워낙 내공이 있는 여행작가님이 쓰셔서 그런지 목차에서 이미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계속 책장을 넘기게 합니다. 저는 책을 살 때 앞 20페이지 정도를 읽어보고 끌리나 안끌리나를 따지는데 이미 10장을 넘겼을 때쯤 작가의 첫 번째 챕터 서두에 쓰여진 글에서 격한 공감을 해버렸습니다. 


이 비행기에 오르기 몇 시간 전까진 나는 여행 월간지의 기자였다. 그런데 새벽 다섯 시까지 야근을 하다가 회사에서 바로 여행가방을 끌고 공항으로 가는 것으로 4대 보험과 이별을 고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나의 신분은 프리랜서, 즉 잠정적 백수가 되었다. 자발적 퇴사자라 불러도 무관하다. 한 달 전 편집장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여행기자가 여행 가고 싶어서 회사를 그만둔다는 게 말이 되니?"

"지금 아니면 평생 아이슬란드에 못 갈 것 같아서요."


작가님이 100% 이해됐습니다. 저 역시 회사를 관두고 회사를 차렸을 때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인생이란 그런 것 같아요. 생각났을 때 하지 않으면 나중엔 다양한 핑계로 미루다가 생각도 안납니다. ㅎㅎ ^^;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은 '요정은 계곡에 다리를 꼬고 앉아'라는 챕터였는데 요정이 나온다는 계곡 트베르감라르에서 있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인들은 그 문화적 배경에 요정과 관련된 설화가 많은데 트베르감라르는 그 요정이 살고 있는 땅입니다. 신비한 계곡의 이야기와 함께 포함된 엘프 학교의 교사 미스터 마그누스와의 인터뷰를 보면 아주 흥미로운 옛이야기가 나옵니다. 


"..... 구전으로 내려오는 옛이야기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의 기원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어느 날 신이 아담과 이브를 만나러 왔다고 합니다.(에덴에서 쫓겨난이후) 아담과 이브는 신을 환대하며 아이들을 소개했어요. 이브는 미처 씻기지 못한 아이들을 신에게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워 아이 중 일부를 숨겨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를 알아챈 신이 다른 아이들이 있는지 물었고, 이브는 아니라고 대답했데요. 그러자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던 신은 "나에게 숨겨진 것은 다른 이들에게도 영원히 보이지 않으리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때 신과 만난 이브의 아이들은 인간의 조상이, 숨어있던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사람의 조상이 되었답니다."


북유럽에 특히 아이슬란드에 존재하는 트롤, 엘프, 드워프, 정령들의 전설은 이렇게 시작된 셈이죠. 덕심충만한 저로써는 아주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요정들을 만나러 당장 찾아가고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죠. ^^


오로라가 펼쳐진 빙하를 생각하니 상상만으로도 황홀합니다.


이후에 연결되는 '빙하의 별'에서 묘사된 아름다운 빙하의 모습이나, 가정식과 소소한 일상을 다룬 '아이슬란드인의 사생활', 서커스단을 쫓아 레이스를 하는 '피요르드의 숨은 서커스단'등의 이야기는 진짜 친구가 옆에서 여행 갔다 온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 재미있었습니다. 중간중간 김윤정 작가님이 치고 빠지는 유머감각과 꼼꼼한 여행정보도 좋았고요. 


꼭 아이슬란드를 여행가지 않으시더라도 한 번쯤 읽어 볼만한 책입니다.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가실 분들은 지금 당장 항공권을 예약하시고 이 책은 아이슬란드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읽으세요. 그러면 아마 유머감각 풍부한 친구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드실 겁니다. ㅎㅎ




초반에 툴툴거렸지만 좋은 책을 보내주신 김상아 대표님! 감사드립니다! ㅎㅎ 

책 한 권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어요. 저도 나중에 하이랜더들의 땅을 밟고 풀사(핫도그)를 먹으며 빙하를 만나러 꼭 가겠습니다. 아이슬란드 뮤직 페스티벌에서 들을 수 있는 바이킹 민족의 힙합도 궁금하네요. 더운 여름 팥빙수보다 시원한 글을 만나게 해주신 김윤정 작가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귀신이 곡할 영화 '곡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