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8일
2026년 2월 8일, 오후 5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옆의 예쁜 예식장에서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나의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
지금까지 살면서 많은 결혼식을 참석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오빠 친구분들의 결혼식이 다수였다.
2019년 10월 30일, 운영하는 제 블로그의 첫 글 제목이 '결혼식'이다. 내가 정식으로 참석한 두 번째 결혼식이었다.
첫 번째는 2017년 1월에 참석한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의 결혼식이다. 그때의 사진을 찾아보니 나는 아직 완전 숏컷에, '신부'랑은 너무 거리가 먼 애티만 가득 나는 시절이었다. 어떻게 9년 전에 내 친구는 벌써 결혼을 결정했을까? 너무 대단하다..
동창 결혼식을 다녀와서 나는 뭐가 그리 절절했는지, 블로그까지 만들어 글을 써버렸다.
결혼식을 참석하게 되었다.
좋았다.
마음과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들도 좋았고,
오래간만에 느끼는 설렘과 은근슬쩍한 낭만이 좋았고,
긴장이 상기된 지금과 행복으로 가득 찰 내일이 보이는 신랑신부가 좋았다.
화사한 식장에 디피 된 아름다우나 효율성이 없는 생화도,
이름 모를 설렘이 가득한 수많은 두 눈들도,
수년만에 만나게 되었던 반가운 얼굴들도,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일분일초가 마냥 좋았다.
그러면서도 수만 가지의 질문들이 나의 뇌리를 지나쳤다.
결혼식, 이 식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
찬란한 이 짜릿한 순간에, 후 날에 두 손을 맞잡고 동고동락할 신인부부를 위한 것인지,
문화와 사회의 어쩔 수 없는 형식 때문에 치러내야만 하는 절차 중의 하나인건지,
낭만과 축복과 설렘이 믹스된 현장이 즐거운 이들을 위한 것인지,
그 현장에서 누군가를 만날 거라는 기대를 위한 또 어느 누군가를 위한 것인지.
그러면서도 나는 그런 결혼식, 그 식을 한없이 즐기며 감동하며 기원했다.
유치한 진심과 멋모르던 조금의 동경이 섞인 '감명 깊은' 글이었다.
결혼식 준비
결혼식 날짜
결혼식 날짜를 급하게 잡았다. 25년 12월에 26년 2월의 날짜를 잡았으니, 정말 '나'답기도 하다. 다양한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버렸지만, 확실한 장점은 있다.
1. 예식장들이 알아서 할인을 팍팍해준다. (그도 그럴 것이 할인을 준다 해도 대관료에 식대면 기본은 일이천만 원이 오고 가는데, 비어있는 타임의 매출을 채워줄 기회를 굳이 놓칠 이유는 없다)
2. '결혼식'이라는 막대한 미션을 질질 끌지 못하다 보니, 속전속결로 마무리할 수 있다.
플래너
기본적으로 예식장에서 다양한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우리 부부의 성격상, 기본 옵션보다는 스스로 찾아서 결정하는 쪽을 택했다. 다행히 일을 너무 잘하시는 플래너분을 만나서 급한 일정에도 차질 없이 준비를 잘할 수 있었다. 역시 모든 일은 '사람 일'이 맞다.
플래너는 기본적으로 '스드메'를 책임져 주는데, 스-촬영 스튜디오 / 드-웨딩드레스 / 메-메이컵이 포함되어 있다. 무조건 효율과 가성비를 강조해 드렸지만 생각보다 높은 나의 안목으로 예상했던 예산보다 조금 높게 픽스되었다. 스드메 외에 신랑의 양복 주문제작, 본식 사진+영상 촬영 등도 플래너분께 소개받았는데,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본식 사진을 아직 셀렉하기 전이다.
비용
결혼식은 큰 항목들의 비용들 외에도, 정말로 많은 '부대비용'들이 포함되어 있다.
가장 큰 항목은 예식장에 내는 대관료와 식대다. 집이랑 5분 거리라 시간이 돼서 구경이나 가보자고 갔던 예식장을 나보다 오빠가 너무 마음에 들어 했고 당일 계약금을 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이천만 원 넘는 비용을 지불했다. (그것도 이미 많은 할인을 한 뒤의 가격이다) 최소인원은 200명이 규정인데, 우리는 절대 200명이 안될 것을 알기에 여러 번 사정했지만 해당 예식장에서 대관료를 조금 더 깎는 조건으로 최소인원수는 절대 양보해주지 않았다. (다른 예식장은 150명으로 바로 낮춰줬는데, 역시 문턱이 높았다)_ 그래서 결론적으로 식대에서 수백만 원을 거저 날렸다 ㅜㅜ
하지만 후회는 없다. 오시는 분들이 모두 만족했고, 서비스도 좋았고, 단독홀이라 깔끔하게 2부까지 마무리 잘 해냈다.
그리고 추가되는 비용들을 정리해 보자면:
1) 스튜디오 촬영 때 드레스 이모님의 헬퍼비 30만 원과 헤어변형 원장님의 출장비 33만 원
2) 스튜디오 촬영비용 165만 원에 기본적으로 포함되는 항목 외에, 사진 추가 비용 80만 원 (이건 정말이지 '함정'이란 걸 알면서도 당하게 돼있다.. 원본 1000장도 넘는 사진에서 기본앨범에 20장만 포함하고, 나머지 추가로 고르면 한 장당 2만 원 넘는 보정비용을 받는다)
3) 양가 혼주의 한복을 동대문에 가서 주문제작했고 (두 벌 약 100만 원)
4) 신부인 제가 2부 때 입을 예복을 아웃렛 가서 구입했다 (약 60만 원)
5) 해외에서 오는 가족들의 왕복 항공권을 결제해 드렸고 (약 300만 원)
6) 멀리서 오는 가족들의 호텔비를 지불했다 (약 80만 원)
7) 본식 때 다시 드레스 이모님의 헬퍼비가 30만 원 발생했고
8) 우리는 2부까지 계약해서 예식장에 50만 원을 더 냈다.
결론적으로 이것저것 다 해서 30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다. ㅎㄷㄷ.. 결혼시장이 쉽게 죽지 않는 이유이지 않을까?
그리고 별개로 생각보다 많은 커플들이 결혼한다는 실감을 했다. 결혼식장들의 예약이 꽉 차 있었고 우리가 결혼식을 올린 당일에도 우리의 앞에 모든 타임은 모두 선점되었다.
사전 준비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하게 된 생각은: 두 번 다시 결혼식 준비할 일 없도록, 우리 저엉말 잘 살자! 였다. 보통 부모님들이 많이 도와주시겠지만, 저희는 거의 둘이서 모든 준비를 마쳤다. (거의 제가 다 했지만..ㅋㅋ)
1) 사진 셀렉: 스튜디오에 가서 앨범에 들어갈 사진을 골라야 한다. (약 2시간 소요) 그리고 본식 때 쓰라고 선보정본을 제공해 주는데, 우리 예식장은 액자 테이블이 아닌 아트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어서 총 10장의 사진을 보내면 전자갤러리에 재생해 준다. (이게 정말 좋았다)
2) 접수대 사진: 그 외에 (축의금) 접수대 독사진을 준비해 주고(선보정본을 선택할 때 개인샷 각 1장씩 고르면 효율적이다)
3) 식권: 식권도 예식장 식권 대신 직접 준비했다. (미리캔버스 활용)
4) 식전영상: 가장 공을 많이 드렸던 것은 식전영상이다. 외부에 맡기는 것보다 평소에 영상도 편집하니, 우리의 이야기를 내 손으로 만들고 싶었다. 6년 넘는 시간 동안 쌓아온 사진과 영상이 수없이 많았고, 한정된 영상길이 안에 넣으려고 하니 선택장애가 생겼다. 그래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와서 너무 다행이었다.
5) 축하영상: 날짜를 급하게 잡았고, 또 설 연휴 직전이라, 현장에 못 오는 지인들도 많았다. 특히 제 지인들 중에 해외에 있는 분들이 많은데 서로 간의 '섭섭함'을 달래주기 위해 축하영상을 일일이 받아서 편집해서 식중에 틀었다. 이 또한 반응이 좋았고 조금 울컥했다.
6) 축가: 정말 많은 고민 끝에 축가를 우리 부부가 직접 부르기로 결정했다. 급한 일정하에 축가를 제대로 준비해서 불러줄 지인을 섭외하기도 그렇고, 잘 모르는 외부 전문가를 섭외하는 건 성격상 용납이 안 되었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결혼식에 '우리'를 보러 오시는데, 장기자랑이다 생각하고 우리 목소리를 들려드리자!라고 생각했다. 시작은 엉망이었지만 점차 안정을 찾아갔고 다들 웃으며 즐겁게 봐주셨다. 이 또한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추억이다. 그래서 축가반주(영상)를 직접 만들어야 했고 축가 연습도 해야 했다.
7) 성혼선언문/혼인서약서: 이것은 예식장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해 준다. 성혼선언문은 강의 경험이 많은 오빠 아버님께 부탁드렸고, 혼인서약서는 딱 세 마디로 짧고 굵게 정리해서 낭독했다. (주례 없이 진행했다)
8) 본식/2부 예식 대본: 이것도 예식장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해 준다. 다만 '한 방울의 눈물로 허용할 수 없다'는 염원하에, 대본을 많이 수정했다. 특히 양가 부모님께 인사하는 부분은 200% 눈물 타임인데, 이 부분을 즐거운 격려인사로 바꿔서 양가 부모님과 우리 모두 울지 않았다.
이로서 결혼식을 위한 사전준비는 어느 정도 끝이다. 짧은 시간 안에 이 모든 걸 소화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특히 일을 병행하면서 해야 하니 식전에 거의 진을 다 뺐다. 하지만 어림없다. 진짜가 기다리고 있다.
나의 결혼식
기상: 드디어 디데이! 우리는 오후 5시 예식이라 아침 8시쯤 일어나서 여유 있게 밥도 좀 먹고 메이컵 샵으로 출발했다. (점심 타임의 신인들은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데 정말 대단하다..)
메이컵: 메이컵 받고 드레스를 샵에서 갈아입는다. 그리고 '완비'된 상태로 예식장으로 출발한다. 강남에서 성수동으로 다행히 10분 정도면 도착한다. 오후 3시 즘 예식장에 도착해서 본식 촬영팀이 현장 촬영을 도와주셨다.
그리고 신부대기실에 입성하여 가족과 지인들의 내방을 기다리며 촬영을 이어간다.
신부대기실: 5시 되기 전에 마지막 대기실 촬영을 마치고, 드레스 재정비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신부입장을 기다린다. 이때 제일 긴장되었다. 3미터쯤 되어 보이는 큰 문 앞에서 직원분이 등장할 때의 주의사항을 전달한다. 근데 머리가 새하얀 상태라 귀가 들렸는지 말았는지 모르겠다.
예식 진행: 다행히 전반적인 예식과정에 직원분들이 계속 옆에서 안내맨트를 해주셨다. 덕분에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었다. 하객분들이 보내준 사진과 현장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들렸던 환호소리에서 우리가 잘 해냈고, 또 잘 살겠구나를 직감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지으려고 노력했는데 사진들을 보니 표정이 밝아서 좋았다.
소감
결혼식을 치러낸 모든 커플들이여, 이렇게 큰 산을 잘 넘어선 그대들은 앞으로 이 세상에서 어떠한 어려움도 잘 이겨낼 거요! �
우리는 결혼식을 위해 3개월을 준비했다. (보통 1년 전부터 날짜를 잡고 준비한다는데, 저는 3개월 동안도 이미 스트레스 고조였다. 1년은 절대로 무리데스) 준비하고 공부해야 하는 방대한 내용에 비해, 본식 예식은 고작 30분가량이다. 2부까지 합해서 한 시간도 되지 않는 이 행사를 위하여 과도한 에너지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깊은 생각을 하곤 한다.
결혼식, 이 식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일까.
이 세상에 대한 우리의 외침 같은 것이다. 우리 이제 정말로 합법적인 부부가 되었다고. 이제는 밖에 나가서 '저의 남편입니다' '우리 와이프입니다'라고 서로를 소개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더 찬란할 우리의 미래를 좀 더 확신을 갖고 그려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특히 아이를 너무 좋아하는 우리는 벌써(사실 둘 다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3인이 될, 또 4인이 될 우리의 가족을 상상한다.
한 7년 전 즘에 부모님을 모셔놓고 정중하게 고백한 적이 있다.
"제가 앞으로 결혼을 안 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절대적인 건 없으니 생각이 변할 수도 있죠. 그냥 언제 결혼하냐 이런 문제로 엄마 아빠와 싸우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자친구가 생겼고, 그리고 6년 (2230일) 뒤에 우리는 부부가 된다. (ㅎㅎㅎ...)
나의 '인생관'까지 변화시켜 준 남자가 있다니.
고맙고 사랑해요. ❤️
우리 정말 잘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