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연스런낙엽 Sep 02. 2020

인생의 전환점, 폴댄스

나는 왜 그동안 폴댄스를 배우지 않았을까

 누군가 나에게 지금 가장 빠져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폴댄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처음 폴댄스를 접한 날 농담 삼아 ‘난 이걸 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말할 정도로, 내심 이걸 업으로 삼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할 정도로, 그리고 실제로 업으로 삼을 계획에 있을 정도로 빠져있다.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적당한 회사에 들어가서 적당한 삶을 살아야지 하던 나에게, 폴댄스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준 것이다.


 앞으로 폴댄스를 소재로 이것저것 글을 쓰고자 한다. 내가 폴댄스를 배우며 느꼈던 것, 크고 작은 에피소드 등 풀어가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그중 첫 번째로 조금 뜬금없지만 ‘폴댄스를 왜 이제야 배웠는지’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 의식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폴댄스를 배우기까지 6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폴댄스에 언제 처음 알게 됐는지,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폴댄스 영상이라도 봐서 동경의 마음을 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고등학생 때의 나는 지방에 있는 기숙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말 그대로 입시에 쪄들어 있었다. 서울 소재의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것이 당시 나의 인생 최대의 목표였고, 대학생이 된 나의 모습, 서울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나의 모습을 꿈꾸고 있었다.

 그런 고등학생 시절. 친구와 함께 원하는 대학에 붙어 서울로 올라가면 꼭 같이 폴댄스를 배우자며 성인이 된 후의 계획을 세웠던 것이 폴댄스에 관한 첫 기억이다. 그 친구와 함께 인터넷으로 서울의 몇 안 되는 폴댄스 학원 중(내 기억이 왜곡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로 폴댄스학원이 적었다! 그랬던 것 같다.) 어느 학원이 서로가 목표로 하는 대학교 중간지점에 위치하고 있는지 등을 찾아보고는 했다. 그것이 나에게 남아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억이고 진짜로 내가 폴댄스를 배우게 된 26살 2020년 현재까지, 폴댄스에 대한 기억은 뚝 끊겨있다.


 사실 나는 그토록 바라던 서울 소재의 대학을 다니면서 한 번도 폴댄스 학원을 알아본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크게 네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첫 번째로, 폴댄스가 지금보다도 더 대중화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한 번 애 머릿속에서 잊힌 뒤로 다시 생각 날 계기가 없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헬스장, 요가, 필라테스라는 운동 곧잘 듣지만 폴댄스라는 운동이 대화 소재로 쓰일 일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아, 맞다. 나 폴댄스 하고 싶었지.’와 같은 의식의 흐름을 갖지 못했던 것이다.

 두 번째로, 대학을 다니는 내내 난 풍물패에 미쳐있었다. 풍물놀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시작된 나의 오랜 취미이고 대학생이 되면 꼭 풍물패에 가입하는 것이 고등학생 시절 나의 버킷리스트였다. 실제로 학기 중이면 학기 중, 방학이면 방학, 내 대학생활의 80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 풍물이다. 그래서 다른 취미를 갖고자 하는 시간도 의지도 없었다.

 세 번째로는 운동이란 자고로 집 근처, 걸어서 5분 거리에 위치한 곳에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22살 때 폴댄스를 배우던 과 선배랑 밥을 먹을 때 위치며 비용이며 이것저것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럼에도 그때 다니지 않았던 것은 선배가 다니던 학원이 우리 집에서 버스로 30분은 가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살면서 폴댄스 이외의 운동시설에 돈을 투자한 것은 헬스장 3번, 필라테스 1번이 다인데 모두 집 근처였다.

마지막 이유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텐데, 누가 그렇게 알려준 것도 아닌데 나는 폴댄스를 적어도 3개월은 배워야 폴에 매달릴 수 있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즉, 진입장벽이 높은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폴댄스는 분명 힘든 운동이기는 하나 처음 배우는 사람도 바로 폴에 매달릴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운동이다.


 아무튼, 이 정도 이유로 폴댄스를 배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유들이 무색하게도 올해 6월 말 처음으로 폴댄스 체험을 하고는 기분이 상기되어 그 날 바로 학원 등록을 하였다. 구구절절한 이유 중에 제일 웃긴 건 세 번째 이유이다. 그 당시엔 버스로 30분도 멀다 느꼈으면서 지금 다니는 학원은 버스와 지하철을 전부 이용해야 하며 편도로 1시간은 잡아야 한다. 그래도 폴댄스 학원을 가는 날이면 그 한 시간도 좋다고 집을 나서는 것이 요즘 일상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