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의 아이콘, 포르투갈의 영혼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02

by 마싸

Portugal, Português! 포르투갈, 포르투게스!

낯선 장소에서 이국적인 음식을 맛보고 생경한 풍경에 감탄하는 것은 여행자의 즐거움입니다. 하지만 제일 생생한 것은 역시나 사람들의 이야기죠.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를 알게 된다면, 경험은 더 풍부해지고 시야는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한국과는 서로 유라시아 대륙의 끝과 끝에 위치한 먼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 포르투갈에 대한 '한 꺼풀 더'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역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식으로 전합니다.


1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njj0772/154


독재와 국민가수… 복잡한 시대 속의 아말리아

살라자르 독재 체제(Estado Novo, 1933–1974)는 아말리아의 명성을 선전 도구로 이용했다.
아말리아가 적극적으로 정권에 영합했느냐, 아니냐 하는 데에는 이견이 있다. 어떤 학자들은 아말리아가 체제에 적극 협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권이 그녀의 ‘국민적 인기’를 이용한 것에 가깝다고 본다.

1974년 카네이션 혁명 이후, 한때 그녀는 ‘정권 편에 섰다’는 비난을 받았으나, 혁명 직후 민주화 운동가들을 비밀리에 후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오명이 해소되었다.


“Eu não sou política. Eu sou uma fadista que canta o coração das pessoas.”
저는 정치인이 아닙니다. 저는 사람들의 마음을 노래하는 파두 가수일 뿐이에요.

“O meu trabalho é falar das emoções, não de política. Quem me ouve sabe disso.”
내 일이란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정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에요. 듣는 사람들은 그걸 잘 알죠.
- 인터뷰 중, RTP archives


Arte_Amalia.jpg Por Môsieur J. CC BY 2.0, pt.wikipedia.org



아말리아 이후 - 새 시대의 파두

1970~80년대, 아말리아는 이미 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이 되어 있었다.

유럽의 정상, 프랑스의 문화훈장, 브라질의 국빈 대우, 그리고 수많은 후배들이 그녀의 앞에서 인사를 올렸다.

1999년 그녀가 세상을 떠났을 때, 포르투갈 전역에는 말 그대로 국가적 침묵이 흘렀다. 당시 정부는 ‘3일간의 국가적 애도(luto nacional)를 선언하고, 선거 운동까지 잠정 중단될 정도였다. 당대 포르투갈인 전체가 그녀의 죽음을 하나의 사건처럼 받아들인 것이다. 장례식 역시 국가장으로(國家葬, honras de chefe de Estado-국가 원수급 의전) 거행되고, 장례 미사 후 수만 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행렬을 지켜보았다. 음악과 국민 정서 사이의 깊은 연결을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아말리아 이후 파두는 거대한 전성기를 맞는다. 마리자Mariza, 아나 무라Ana Moura, 카라미뉴Caraminho, 크리스티나 브랑쿠Cristina Branco, 이들은 모두 아말리아의 음원을 듣고 자랐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다. 현대 파두 가수들은 전통과 현대를 융합하고 확장하면서, 파두의 세계화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파두를 세계로 보낸 사람은 아말리아였다. 아말리아의 음악은 지금도 파두의 기준점으로 남아 있다.


Túmulo_de_Amália_Rodrigues_no_Panteão_Nacional.jpg Túmulo de Amália Rodrigues no Panteão Nacional, CC BY 4.0, Wikimedia Commons
국가의 역사적 인물들을 모신 묘지이자 기념 공간인 국립 판테온에 안치된 아말리아의 묘입니다.



아말리아가 없었다면 파두는 지금처럼 전 세계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말리아가 없었다면, 포르투갈의 Saudade라는 말도 이처럼 국제적인 감정 언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파두를 세계에 알렸을 뿐 아니라, 파두를 인간의 보편적 감정—그리움, 사랑, 상실, 존엄, 아름다움—의 언어로 확장했다.

파두는 이제 그 어떤 국경에도 묶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한 여인의 목소리가 있다 - 아말리아, 파두의 여왕, 파두의 목소리.




소다드Saudade, 지극히 포르투갈적인 감정

소다드는 포르투갈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는 데 핵심이 되는 단어이자 감정입니다. 단순히 '슬픔'이나 '향수(nostalgia)'로는 명할 수 없고, 포르투갈어권 문화에서 특유의 정서적 결을 가진 감정으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죠. 어떤 언어든 번역하면 원래의 정서나 뉘앙스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그 언어만의 단어! 가 있죠 - 포르투갈어의 소다드가 그렇습니다.

그리움, 보고 싶다는 의미에 가깝고,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이런 맥락으로 종종 사용됩니다. 하지만 또 딱 그런 뜻으로 떨어지는 건 아니에요. 포르투갈 가족과 친구들에게 소다드를 설명해 달라고 하면, 다들 설명이 길어지죠. 한 마디로 이거다!라고 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뉘앙스의 단어란 얘기죠.


사라진 것, 떠나간 것,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것에 대한 깊고도 몽환적인 그리움

멜랑콜리·상실·부재감과 동시에 미묘한 애정·감사·기대가 뒤섞인 감정...이라고 할까요? “잃어버린 무엇인가를 이미 잃었음을 알면서도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 “과거를 돌아보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갈망”, “부재의 지속이 남긴 공허함”도 포함하는 감정입니다.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직도 마음 한 켠에 살아있는 존재감 사이 어딘가의 감정이기도 합니다.


소다드는 14~15세기부터 수많은 항해자들이 미지의 바다로 떠났던 포르투갈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기다리는 이들의 마음속에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이들을 향한 감정”이 자리했겠죠. 이러한 경험이 단어와 정서를 강화하는 배경으로 작용되었을 것입니다. 현대에 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포르투갈인은 역사적, 경제적 이유 등등으로 디아스포라가 상당히 활발합니다. 여기에 국가적 쇠퇴와 역사적 향수 같은 현실들이 겹치며, 소다드는 개인적 감정이자 집단적 정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결과 파두(Fado) 같은 음악 장르에서도 끊임없이 소다드가 주제 중 하나로 노래되죠.


“Tenho saudades de tudo quanto não fui.”
나는 내가 되지 못한 모든 것들에 소다드를 품고 있다.
- 페수아의 Livro do Desassossego 중

“A saudade é isto: um sentir que o tempo passou e não passou.”
소다드란 이런 것이다. 시간이 지나갔음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지나가지 않았다고 느끼는 것.
- 페수아의 Livro do Desassossego 중.


페수아가 언급한 소다드입니다.

위에선 소다드의 방향을 과거가 아니라 ‘가능성’으로 돌리죠 - 이미 지나간 것보다, 살지 못한 삶, 선택하지 않은 나에 대한 그리움과 아련함.

아래에선 소다드가 시간의 모순입니다. 지나간 것은 분명하지만, 감정은 현재형으로 남아 있죠. 파두에서 자주 나타나는 '과거가 현재를 점유하는 상태’와 맞닿아 있습니다.


일반인인 포르투갈 제 친구들도 비슷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

"소다드는 그리워한다는 동사가 아니라 명사야. 네가 가진 어떤 것, 어떤 짐과 같은 거지. 지고 있는 슬픔, 빈 채로 남아 있는 공허함 같은 거야." (파티마 출신 주아웅)

"노스탤지어와 좀 비슷하긴 한데, 포르투갈어에는 두 단어가 다 존재하고, 둘이 서로 다르게 쓰여... 과거에 어떤 행복한 감정을 느꼈는데 지금은 더 이상 그렇지 않아. 하지만 인생의 한 때에 소다드를 가질 만한, 중요하고 행복한 시기가 있었다는 거야. 그래서 어떤 면에선 그게 기쁨인 거야. 슬프지만 즐길 수 있는 감정이지." (리스본 출신 이자벨)





https://arquivos.rtp.pt/conteudos/populacao-acompanha-cortejo-funebre-de-amalia-rodrigues

https://www.encyclopedia.com/people/literature-and-arts/music-popular-and-jazz-biographies/amalia-rodrigues

https://en.wikipedia.org/wiki/Saudade

https://www.portugalvisitor.com/portugal-culture/saudade

https://www.luisa-paixao.us/blogs/life-in-portugal/discover-the-meaning-of-saud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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