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돛배'의 목소리로 세기를 건너다

파두의 여왕, 아말리아 호드리게스 01

by 마싸

Portugal, Português! 포르투갈, 포르투게스!

낯선 장소에서 이국적인 음식을 맛보고 생경한 풍경에 감탄하는 것은 여행자의 즐거움입니다. 하지만 제일 생생한 것은 역시나 사람들의 이야기죠.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를 알게 된다면, 경험은 더 풍부해지고 시야는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한국과는 서로 유라시아 대륙의 끝과 끝에 위치한 먼 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 포르투갈에 대한 '한 꺼풀 더'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역사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식으로 전합니다.



São loucas!
São loucas! Eu sei, meu amor
Que nem chegaste a partir
Pois tudo, em meu redor
Me diz qu'estás sempre comigo
미쳤어!
저 여자들은 미쳤어! 난 알아요, 내 사랑이여,
당신은 떠난 적도 없다는 걸,
주위 모든 것이
당신은 항상 나와 함께한다고 말해주는 걸.
- 'Barco Negro', Amalia Rodrigues


짙은 어둠을 가르며 다가오는 배,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사람,

돌아오지 않을 거야라고 말하는 동네 할머니들이 미쳤다고 소리치는 연인.

그 부재를 껴안고서 노래하는 목소리

- 짙은 목소리가 낮게 깔리고, 스치는 듯한 기타와 북소리가 뒤섞인다.


“검은 돛배”의 그 유명한 하이라이트는 포르투갈어를 모르는 이들에게도 기묘한 슬픔과 긴장감, 운명의 기운을 체감하게 한다.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소개된 이 노래는, 하나의 명곡을 넘어 아말리아 호드리게스Amália Rodrigues (1920–1999)라는 존재를 세계 무대에 각인시킨 결정적 작품이다.

그녀의 노래에는 단순한 슬픔을 넘어, 포르투갈의 어둡고도 깊은 감정, 소다드saudade가 담겨 있다. 그리고 바로 그 감정, ‘기꺼운 슬픔, 품고 살아가야 하는 슬픔'이 아말리아를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목소리로, 더 나아가 세계인의 가슴에 남는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리스본에서 자란 소녀, 파두의 운명을 만나다

아말리아는 1920년 리스본 외곽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녀가 실제로 음악적 성장을 이룬 곳은 알파마Alfama와 무라리아Mouraria — 리스본의 가장 오래된 골목들이었다. 미로 같은 언덕과 계단 사이에서 하층민, 노동자, 선원, 과부들이 부른 파두Fado는 아말리아의 어린 시절을 감싸던 공기이자, 그녀의 첫 번째 언어였다.

10대 후반, 아말리아는 과일 장수, 공장 노동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갔다. 그 무렵, 리스본 파두여왕 대회Rainha do Fado de Lisboa에 동네 대표로 나갔으나, 다른 출전자들이 '과일 장수'와는 같이 노래할 수 없다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사실은 '디바'가 두려웠던 것일지도!) 아말리아는 대회 출전을 포기한다.


Amália_Rodrigues_('Fado_et_Flamenco',_Columbia,_1956),_cropped.png 1956 Columbia record Fado et Flamenco 커버, Public Domain, Wikimedia Commons



파두, 포르투갈의 심장 — 그리고 아말리아가 만든 새 얼굴

디바에게는 사실 아마추어 대회가 필요 없었을지도 모른다. 1939년, 아말리아는 정식으로 무대에 서기 시작한다. 전후 유럽의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리우, 파리, 뉴욕까지 퍼져 갔다. 아말리아 로드리게스 이전에도 파두는 있었지만, 아말리아 이후의 파두는 완전히 달라졌다.


파두는 원래 리스본 골목의 노래였다. 가난, 노동, 항구, 이별, 소다드... 사람 사이에 남은 감정의 그림자였다. 아말리아는 이를 기존 방식에서 세련된 예술 형태로 끌어올린다. 그녀는 카몽이스, 데이비드 무라웅 페레이라David Mourão-Ferreira같은 포르투갈 시인들의 시에 멜로디를 붙였다.


Com que Voz
Com que voz chorarei meu triste fado,
Que em tão duro rigor se me apresenta?
어떤 목소리로 내 슬픈 운명을 울어야 하는가?
이토록 가혹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나는 그것을
- Luís de Camões의 원문

* 까몽이스의 원래 소네트와 아말리아 호드리게스가 부른 노래의 가사는 정확히 1:1로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까몽이스의 소네트는 원래 14행 정형시로, 노래로 부르면 박자와 호흡이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작곡가 알랭 울망Alain Oulman이 음악적 구조에 맞게 재배열한 것이죠. (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노래가 될 수 있는 시적 편곡)


당시에는 “파두가 문학을 부를 수 있는가?”라는 논쟁이 거셌지만, 결과적으로 아말리아는 파두를 거리의 노래에서 문학적 예술로 확장했다. 기존의 투박하고 현장성 강한 파두를, 서정적이면서도 극적인 스타일로 끌어올렸고, 특유의 비브라토, 깊은 중저음은 ‘아말리아 스타일’로 불리며 이후 세대의 기준이 되었다.


1960년대, 그녀는 파두 가수로서는 최초로 유럽·미국·일본 투어 공연을 성공시킨다.

뿐만 아니라, 클래식, 브라질 음악, 프랑스 샹송, 스페인 볼레로 등의 요소를 도입해 파두의 스펙트럼을 확대시켰다 - 파두는 세계로, 세계는 파두로! 인 셈!



2편으로 이어집니다.




Barco Negro의 2개 버전을 들어보세요.

아말리아의 오리지널 버전과 (1962년 깐느 공연 실황), 요즘 파두 가수 Mariza의 버전입니다.

오리지널은 시대상의 한계가 있어 화질과 음질이 좋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말리아 특유의 스타일과 목소리가 가진 힘을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없어요.

Mariza는 아말리아 이후 거의 '후계자'급으로 인정받는 가수입니다. 리스본 콘서트 실황인데,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먼저 시작하네요. 중간 부분에 "싸~~~~웅 루~~~~카쉬~~~" 하는데 소름 쫘악~! 드라마틱하게 고저를 잘 타는 북소리를 잘 쓴 것도 좋고, 마리자의 힘 있고 애끓는 목소리도 좋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기타를 한 번 눈여겨보세요. 포르투갈 기타랍니다 - 우리가 흔히 보는 클래식 기타는 6줄 단일현인데 비해, 포르투갈 기타는 12줄 쌍현에 동그란 몸체를 하고 있죠. 두 줄이 밀착되어 한 음처럼 울리기 때문에 소리가 더 ‘반짝’ 거리고 하모닉스가 풍부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fZD5ol3rxI&list=RD8fZD5ol3rxI&start_radio=1


https://www.youtube.com/watch?v=wQ-2BrKoKiw&list=RDwQ-2BrKoKiw&start_radio=1







https://www.gqportugal.pt/amalia-a-century-a-portrait

https://www.rtp.pt/play/p7474/e505800/david-ferreira-a-contar-amalia

https://www.museudofado.pt/

https://arquivos.rtp.pt/conteudos/amalia-rodrigues/

https://amaliarodrigues.pt/pt/amalia/amalia-e-os-poe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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