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3. 경주남산
경주시내로부터 남쪽으로 멀지 않은 곳, 유장한 능선을 뻗어내린 산자락은 경주 남산이다. 이곳은 불국토의 세계. 고위봉과 금오봉 두 봉우리를 중심으로 해발높이가 500여m 정도 밖에 안되는 능선자락이지만 이 곳에는 신라인들의 놀라운 솜씨가 숨겨져 있다. 40여개의 계곡과 106개의 옛 절터, 80여개의 불상과 61개의 탑, 그 밖에도 아직 발견조차 안된 수많은 유물과 유적들이 도처에 산재해 있는 것이다. 또한 이곳은 신라역사의 시작과 끝이 간직된 곳이다. 산자락 주변으로 신라의 건국설화와 관련된 나정이 있는가하면, 천년 신라 종말의 아픔을 간직한 포석정이 있다. 고로 남산은 신라의 흥망성쇠를 모두 어우르고 있는 경주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일반적인 남산의 답사길은 남산의 서편 중앙부에 자리한 삼릉으로부터 시작된다. 울창한 소나무 숲 한가운데 자리한 삼릉은 아달라왕(8대/154-184년), 신덕왕(53대/912-917년), 경명왕(54대/917-924년)의 무덤으로 알려져있다. 경주시내의 대형고분들과는 또다른 고즈넉함이 느껴진다. 삼릉에서부터 시작되는 삼릉골은 남산의 수많은 계곡들 중에서도 가장 길고, 가장 많은 수의 문화재들이 숨겨져있다. 지금은 안내판이나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찾기도 수월하고 오르는 길도 편하지만, 예전에는 일일히 숲을 뒤져가며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야말로 숲 속의 보물찾기였다. 숲 속의 부처들은 저마다 제각각이다. 양각으로 조각된 부처가 있고, 음각으로 새겨진 부처, 선으로 그려진 부처도 있다. 너른 바위에 새겨진 삼존불, 숲 속 한켠에 덩그러니 놓여진 외톨박이 부처, 벼랑 끝에 선 부처, 풍광 좋은 바위 위에 결가부좌를 한 부처등 앉은자리도 저마다 다르다. 이 불상들은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오랜 세월에 걸쳐 조성된 것으로 보여진다.
삼릉골을 올라 정상부에 이르면 큰 바위 위에 후덕하게 생긴 마애불이 앉아 산 아래 배리들녘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다. 높이가 약 5.2m로 남산의 불상 중 가장 규모가 큰 마애불이다. 상선암 마애석가여래불인데, 특이하게도 머리부분만 돋을새김을 하였고 몸쪽은 선각으로 새겼다. 상선암 마애불을 지나 더 오르면 바로 금오산 정상부다. 정상부엔 능선을 따라 평평한 길이 이어진다. 예전엔 임도길이 있어 남산 횡단도로라 불렸고, 지금은 남산 종주길로 애용되고 있는 남산순환로다. 금오산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길을 틀어 1km쯤 내려서면 용장사지가 나온다. 지금은 터와 문화재만 남아있지만, 용장사는 신라시대로부터 최소한 조선초기까지는 존재했던 사찰이다. 생육신의 한사람인 매월당 김시습이 서른 한살 때부터 서른 일곱까지 이곳에 머물렀다는 기록이 있다. 김시습이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쓴 것이 이 무렵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용장사지 삼층석탑(보물186호), 용장사지 마애여래좌상(보물913호), 삼릉골 석불좌상(보물666호)
용장사지에서 신선암과 칠불암 가는 길은 제법 험하다. 다시 능선으로 올라 순환로를 따라가다가 다시 계곡을 가파르게 내리고 올라 신선암에 이르게 된다. 이곳은 봉화골 정상부다. 종종 등산을 다니지 않는 사람들에겐 힘이 부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남산의 문화재를 대표할만한 보물 두 기가 자리하고 있으니 시간을 넉넉히 잡더라도 꼭 한번쯤 찾아볼 일이다. 정상부에 도착하여 깍아지른 벼랑길을 아슬아슬 돌아가면 큰 바위 얕은 감실 안에 마애불이 나타난다. 신선암마애불이다. 온화한 미소에 결가부좌도 아닌, 한쪽 다리는 올리고 한쪽 다리는 내린 모습이 매우 편안해보인다. 산꼭대기에 앉아 세상을 바라보고 있으니 딱 신선의 모습이다. 그래서 신선암이란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아침나절 동녘 토함산 너머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 마애불의 모습도 세상의 풍광도 가장 맑고 뚜렷하여 제일 보기 좋다.
신선암마애불이 자리한 벼랑, 바로 아래에는 칠불암이 있다. 모두 일곱기의 불상이 있어서 칠불암이란 이름이 붙은 모양이다. 두 개의 넉넉한 바위에 한 곳은 삼존불, 한 곳은 사면석불이 새겨져 있다. 신선암마애불이 있는 벼랑을 등지고 앉은 삼존불은 본존불의 높이가 2.7m에 이르고, 좌우에 나란히 협시보살이 서있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조각이 깊어, 뚜렷한 윤곽을 보여준다. 사면석불에는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여래상이 새겨져 있다. 모두 연꽃 대좌 위에 결가부좌를 하고 있다. 칠불암의 규모로 보아 이곳에 제법 큰 사찰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지금의 암자는 오래 된 곳은 아니다.
동남산은 서남산에 비해 산행의 품이 적다. 그러나 이곳에도 남산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부처들이 숨겨져 있으니 보리사석불좌상, 부처골의 감실석불과 옥룡암 뒤편의 부처바위다. 보리사는 비구니사찰로, 현재 남아있는 남산의 사찰 중에서 그나마 규모가 큰 곳이다. 경내에는 보리사석불좌상(보물136호)이 남아있는데, 뚜렷한 이목구비에 자비로운 표정, 광배와 옷을 주름, 연꽃무늬의 좌대까지도 유려하다. 아마도 남산의 부처들 중 가장 잘생긴 부처님이 아닌가 싶다. 보리사에서 나와 남천을 따라 경주시내 쪽으로 400미터쯤 가다보면 옥룡사란 작은 암자가 있다. 옥룡암 대웅전 뒤편에는 부처바위가 있다. 높이 9m, 둘레30m 가량의 바위, 사방 사면에 빼곡히 조각들이 새겨져 있는데, 탑과 사자, 말모양, 동자승, 수도승, 비천상, 삼존불과 여래상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조각의 수로 따지면 무려 30여점에 달한다. 사면석불처럼 하나의 바위에 네 기의 불상을 새겨놓은 것은 종종 있지만, 이처럼 많은 조각들이 새겨져 있는 것은 매우 드물다. 부처바위는 보물201호로 지정되어있다. 부처바위가 있는 옥룡암에서 다시 남천길로 나와 350m 쯤 북쪽으로 가면 부처골이다. 아늑한 길을 따라 오르면 대숲이 나오고 그 대숲 사이 작은 바위 안에 감실을 파고 다소곳하게 들어앉은 부처가 있으니, 부처골 감실석불좌상이다. 소박한 모습이 종교적인 근엄함보다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감실 안으로 햇살이 스며들때 보면 좋은데,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오전 11시에서 정오 무렵이다.
경주 남산연구소에서 제공하는 남산 문화유적 답사 추천코스
1. 삼릉에서 용장골
배리삼존불 - 삼릉 - 석조여래좌상 - 마애보살 입상 - 상선암 - 마애석가여래좌상 - 냉골암봉 - 상사바위 - 금오산 정상 - 순환도로 - 용장사지 삼층석탑 - 마애여래좌상 - 삼륜대좌불 - 용장사지 - 절골 석조약사여래좌상 - 용장마을
2. 동남산 코스
부처골 감실여래좌상 - 탑골 마애조상군 - 보리사 석조여래좌상 - 미륵골 마애여래좌상 - 헌강왕릉 - 정강왕릉 - 통일전 - 서출지 - 남산동 쌍탑 - 염불사지
3. 칠불암에서 천룡사 코스
통일전 - 서출지- 남산동 쌍탑 - 염불사지 - 칠불암마애조상군 - 신선암 마애보살좌상 - 용장골 모전석탑 - 백운암 - 천룡사지 삼층석탑 - 와룡사 혹은 용장리
4. 포석정에서 금오정 코스
포석정 - 순환도로 - 윤을골 마애여래불 - 부엉골 마애여래좌상 - 부흥사 - 늠비봉 오층석탑 - 절터 - 금오정(전망대) - 상사바위 - 순환도로로 하산
5. 약수골에서 금오산 코스
약수골 - 대석단 절터 - 석조여래좌상 - 마애대불 - 선방터 - 능선길 - 금오산
6. 서남산 자전거 코스
대릉원 - 천관사지 - 오릉 - 나정 - 일성왕릉 - 남간사지 당간지주 - 창림사지 삼층석탑 - 포석정 - 배리삼존불 - 삼릉 - 경애왕릉
7. 동남산 자전거 코스
대릉원 - 인용사지 - 상서장 - 부처골 감실여래좌상 - 탑골 마애조상군 - 보리사 석조여래좌상 - 미륵골 마애여래좌상 - 헌강왕릉 - 정강왕릉 - 통일전 - 서출지 - 남산동 쌍탑 - 염불사지
Bohem이 추천하는 핵심코스
1. 용장마을 - 절골석조여래좌상 - 용장사터 - 신선암마애불 - 칠불암 - 남산동 쌍탑 - 서출지
2. 삼릉 - 마애관음보살입상 - 선각여래좌상 - 선각육존불 - 석조여래좌상 - 상선암 - 상선암마애석가여래좌상 - 금오산 정상 - 사자봉 - 남산부석 - 국사골 - 남산동 쌍탑 - 서출지
3. 부처골 감실석불좌상- 탑골마애조상군(부처바위)- 보리사석불좌상 - 서출지- 남산동쌍탑
남산여행에 도움이 되는 사이트 www.kjnamsan.org
남산안내 및 지도 구하기 - 신라문화원 (터미널에서 대릉원쪽 500미터 지점 큰사거리)
경주 남산 연구소 054-771-7142
- 등산로가 많이 정비되었지만 경사도가 있는 흙길과 화강암 지역이어서 등산화나 미끄러지지 않는 신발은 필수. 특히, 신선암에서 칠불암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 신선암마애불은 폭 1m가량의 좁은 벼랑길을 돌아가야함. 주의 요망.
경주남산은 월성, 대릉원, 황룡사지, 산성 과 함께 5개 지구로 묶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