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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H Nov 02. 2020

2020년 '좋은 대학 간판'의 의미 2

Ep. 2 교육 환경과 커뮤니티, 벌어지는 역량의 차이

EP 2. 교육 환경과 커뮤니티, 벌어지는 역량의 차이

- 성장의 기울기, 환경



모삼천지교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에게 훌륭한 교육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일화를 의미하는 고사성어. 기원전의 사례가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그만큼 교육에 있어 환경이 중요성을 모두가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강남 8학군은 서초구와 강남구를 통합하여 칭하는 단어로, 서울대 합격자 1,2,3,4등 학교가 위치한 곳이다.

    검색 포털에 '한국 맹모삼천지교'를 검색하면 반드시 따라오는 단어가 '강남 8 학군'이다. 서울 전역에 분포해있던 '명문고'가 강남의 8 학군으로 대거 이전하면서 주위에 학원들도 우후죽순 생겨났고, '강남 8 학군'은 공부하기에(입시에) 좋은 환경의 뜻을 지닌, 공간적, 구조적 위계질서를 상징하는 고유명사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자녀의 능력에 관계없이 부모가 국내에서 줄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은 고등학교 환경임을 상기시켜 좋은 학군, 혹은 '명문 사립고'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을 하나의 신드롬으로 변화시킨지 오래다. 그렇다면 강남 8 학군, 혹은 명문 사립고의 환경이 가져다주는 이점이 정확히 무엇이길래 하나의 신드롬이 되어버린 것일까?




   가장 먼저 선생님의 역량과 수업 진행 방식에 있어 차이가 발생한다. '교육'에 대한 본인만의 뚜렷한 가치관을 기반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역량 좋은 선생님들도 분명 많겠지만, 본인의 뛰어난 역량만큼 대접받기를 싫어하는 선생님이 얼마나 될까? 소위 명문 사립고에선 뛰어난 역량을 가진 선생님들을 많은 돈을 주고 영입해온다. 위와 같은 사유로 명문 사립고의 모든 선생님이 최고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평균 역량이 상대적으로 우수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선생님들이 교육을 진행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일반적인 경우 안타깝게도 수업 개설 과정에서 경제적 문제가 개입한다. 선택 과목 개설 과정에서 일정 수요 이상 학생이 모집되지 않은 과목은 개설되지 않는다. 그나마 지방의 자사고를 졸업한 필자의 경우 모교에서 추가적인 학비를 내는 조건으로 9명이 수강하는 물리 2 과목은 개설했지만, 지구과학 2 과목이나 문과의 다양한 선택과목들은 수요가 적어 개설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수학여행 장소, 교내 대회(종류 및 부상), 실험의 종류에 이르기까지 교육과정에서 경제적 이슈가 많은 부분에서 개입한다. 그리고 명문 사립으로 갈수록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워 학생들의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다.


    먼저 학생들의 대다수가 '명문 대학'입학을 목표로 하는 문 사립고의 경우 서로가 일종의 '페이스 메이커'이자 '경쟁자'역할을 수행한다. 서로가 같은 목표를 위해 달려가면서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서로 공유하며 일종의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사실 이 분위기가 학군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다. 


    뿐만 아니라 친구와 선배, 학부모들 사이의 커뮤니티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이들은 입시에 관련된 최신 정보와 증명된 준비법을 공유한다. 특히 대학 입시의 경우 해당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조차 들어보지 못한 전형이 많을 만큼 대학별로 정말 많은 전형이 존재한다. 이러한 특수 전형들은 일반적인 학생들이 준비 없이 합격할 수 없는 전형들로, 해당 정보를 미리 알고 이에 관련된 활동들을 꾸준히 쌓아온 학생들만의 전유물이 된다. 특히 이러한 전형과 관련된 정보 자체가 매우 폐쇄적인데, 명문 사립고의 경우 해당 전형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 선배가 준비 과정에 필요한 모든 사항들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면서 일반고에서 해당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


    이 격차는 2019년 한국장학재단에서 발표한 소득분위별 대학 진학률에서도 드러난다. 명문대학의 대표 격인 'SKY'에 재학 중인 학생들 중 41%가, 의대의 경우 48%가 상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9~10 분위의 학생들이었다. 이는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학생들을 표본으로만 활용한 데이터로, 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은 학생들도 있어 실직적인 퍼센트는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와 같이 고등학교 내에서도 많은 차이가 발생하지만, 이 차이는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차이다. 대학에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신입생들에게 기대하는 역량은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학습 능력으로 한정된다. 또한 입시의 많은 부분에서 '수능'과 '내신'이라는 형식으로 습득한 지식을 테스트하는 방법을 기용하기 때문에, 모든 노력을 지식의 습득에 한정시키면 일반고의 학생들도 충분히 '명문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회에서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들에게 기대하는 역량은 대학에서 기대하는 역량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


    사회에서 기대하는 '역량'은 전공 분야의 '지식' 뿐만 아니라 사고 유형, 사고방식, 벤치마크 능력, 업무 수행 능력, 문제 해결 능력 등 혼자서는 쉽게 개발하고 습득할 수 없는 능력을 요구한다. 상아탑, 혹은 진리의 탑이라 불리는 대학은 '교육'과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이고, 학생들은 배움의 대가로 등록금을 지불한다. 하지만 사회(기업)는 구성원이 일(업무)를 수행하길 요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보수를 지급한다. 다시 말해 사회의 구성원은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 역량 개발이 완성되어 있어야 함을 의미하고, 일을 하며 역량을 학습하는 것(역량 개발)이 아닌 역량을 증명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곧 역량 개발과 직접적인 연관이 되어있는 주변 환경이 고등학생 때보다 더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사회에서 기대하는 '역량'은 많은 부분이 수치화하거나 정량화할 수 없고, 단순히 글이나 책으로 습득할 수 없다. 따라서 역량의 습득은 경험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한다. 그리고 이 역량의 습득 과정에서 주변 환경이 역량 그래프의 '기울기'가 된다. 이에 관련된 예시로 '좋은 대학'과는 조금은 거리가 있지만, 개인 역량을 가장 중시하는 프로게이머의 필드에서 필자가 게임 대회에 도전하고 프로게이머 제의를 받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려 한다.



    과거 게임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던 시절과 달리, 유튜브와 스트리밍 및 각종 e 스포츠 대회의 활성화에 힘입어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top 10에 당당히 프로게이머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프로게이머의 대표 격으로 불리는 T1 소속 롤 프로게이머 'Faker'가 중졸(고등 자퇴)일 정도로 학벌과 출신에 전혀 관계없이, 개인의 역량만으로 평가받는 직업이다.

 

    다른 여느 대학생들과 같이 필자 역시 게임을 매우 좋아하고 여러 종류의 게임을 플레이했다. 특히 친구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FPS(총 게임)류 게임을 즐겨했는데, 교내 대회나 대학별 대항전 등에 참여하기 시작하며 정말 '열심히' 했다.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게 아니라, 좋은 실력과 성적을 내기 위해 한 학기 휴학까지 하며 종일 분석하고, 연습했다. 덕분에 일반인의 취미 수준보다는 좋은 실력을 지녔지만, 아마추어라고 칭하기엔 부족한 어정쩡한 실력을 지니게 됐다.


    그렇게 한계를 느끼고 복학한 이후 가볍게 게임을 즐기다 우연히 유명 연예인이 소속한 클랜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때부터 실력이 급격히 상승했다. 해당 클랜에는 프로게이머와 프로 코치들이 다수 있었는데, 게임 실력에 욕심을 내는 필자를 보고 그들이 피드백을 해주거나 같이 플레이를 하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의 플레이 방식은 유튜브나 방송, 커뮤니티 등을 통해 수없이 분석되어 있고 그 방법 또한 모두 공개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A'라는 플레이 방식이 있다면 'A'를 시도하는 방법과 장, 단점 주의사항 등 '지식'은 모두 공개되어 있고 필자를 비롯한 많은 유저들이 따라 했다. 하지만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A'라는 플레이가 고안된 이유와 판단 근거, 상황에 대한 이해와 이에 따른 변칙적인 플레이 등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들을 직접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1년 반을 홀로 연습하고 공부하며 투자해도 늘지 않던 필자의 '역량'(실력)이 6개월 만에 아마추어 스크림을 휩쓸고,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둘 정도로 대폭 상승했다. 이후 자연스레 수많은 아마추어 팀에서 팀원 및 코치 제의가 왔고, 당시 프로 대회를 우승했던 구단에서도 연습생 제의를 받을 수 있었다. 당시 필자는 스스로가 프로 무대에서 타고난 재능의 영역인 '피지컬'적인 역량이 부족함을 알고 프로게이머를 포기했지만, 환경에 따라 역량개발의 기울기가 얼마나 많이 차이 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사례라 생각한다.

  

    필자의 사례를 통해 드러나듯, 분야를 막론하고 환경은 개인의 역량 개발의 기울기를 좌우하고, 이는 곧 역량의 차이로 연결된다. 그리고 명문 대학은 학생들에게 (그렇지 못한 대학에 비해)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나는 최고의 환경을 제공한다. 이 차이가 학벌의 의미를 더욱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2단계 역량의 차이이다.




    명문 대학의 환경은 큰 틀에서 바라보면 명문 사립고와 비슷하지만 스케일이 커진다. 먼저 명문 대학으로 갈수록 교수의 풀이 넓어진다. 사실 최근에 임용된 신임교수는 지방 사립대의 교수나 명문 대학의 교수나 모두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지니고 인정받은 능력자들이고, 역량에 큰 차이가 없다.(반대로 생각하면 과거에 임용된 교수 중 일부는...) 하지만 명문 대학이 교수의 풀이 더 넓은 것도 사실이다. 일례로 필자가 재학했던 대학만 해도, 학자가 아니지만 각 분야에서 두각을 들어낸 이들이나 교육이 아닌 연구를  노벨상을 탄 이들의 강의도 들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명문 대학은 기업 후원 혹은 졸업생 후원 등 여러 형태로 금전적 지원을 받아 수업 개설 과정에서 경제적인 문제에서 더 자유롭다. 하지만 이는 부수적인 차이일 뿐, 대학 환경의 차이는 졸업생 및 선후배, 동기가 구성하는 '커뮤니티'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커뮤니티의 핵심은 '역량의 전달''구성원 간의 신뢰'다.


    먼저 커뮤니티 내에선 다양한 방식을 통해 역량이 전달된다. 가장 접하기 쉬운 방식은 바로 동아리이다. Kaist(서울) 대학원의 주식 동아리를 예시로 들면 다음과 같다. 주식 동아리 하면 막연히 어떤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지, 최근 어떤 이슈가 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등을 토론하는 동아리일 듯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커뮤니티에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실제 업계에서 활용하는 최신 방식을 그대로 채용해 각종 지수를 분석하는 AI를 직접 코딩하여 이를 기반으로 투자를 진행하는 사실상 코딩 동아리에 가깝다. 그들은 파이썬의 기본도 모르던 문과 출신 학부생도 실제 업계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다뤄 1년 안에 자신의 목적에 맞는 코딩은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를 기대하고, 이에 맞게 교육을 진행해 역량을 강화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역량의 전수는 동아리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선배들이 직접 경험하거나 전수받은 경험의 집합체가 '족보'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도 할 수 있고, 자신이 강화해야 할 역량의 종류와 효율적인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구성원 간의 신뢰는 커뮤니티의 진입장벽에 의해 자연스레 형성된다. 커뮤니티의 구성원은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진입장벽(대학의 경우 입시)을 뚫고 들어왔기에, 그들의 (잠재적인) 역량도 최소한 어느 수준 이상이 될 것이라는 기댓값이 존재한다. 특히 이 진입장벽이 높을수록 서로에게 기대하는 최소 기댓값이 커지게 되는이는 커뮤니티의 구성원 간의 신뢰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이렇게 형성된 신뢰는 기업이나 대학원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나 인턴과 같은 행사가 진행될 때 커뮤니티 구성원에게만 홍보를 하거나,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특정 학교에만 따로 홍보를 행태까지 이어지게 된다.


    물론 이는 연고주의의 폐해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사례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엔 '블라인드 채용'과 같이 대학이나 커뮤니티를 제거하고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등 논란의 여지가 많은 뜨거운 감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높은 커뮤니티의 구성원 간의 신뢰는 분명 유효하며, 여전히 국내 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 글로벌 기업은 특정 학교에만 채용 공고를 하고 있고 국내의 유명 대기업들도 채용 과정(course)을 달리해 대학별 차이를 두고 있다. 신입사원 채용에 비해 더욱 폐쇄적인 대학원 인턴쉽의 경우는 과연 앞으로도 연고주의가 사라질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


    사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필자와 주변 지인들의 경험상 대학 신입생은 네임밸류와 큰 관계없이 비슷한 수준의 역량을 지니고 있었다.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6~10점 정도. 명문대에 진학한 신입생도 입시 준비를 잘한 것이지 역량이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1~2년 사이에 그 차이는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마치 갈라파고스 섬의 핀치가 환경의 차이에 따라 전혀 다르게 진화하듯, 개인의 역량도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발전한다. 그리고 졸업할 즈음이 되면 과연 비슷한 수준의 학생이 맞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로 완벽히 '다른 수준의 역량'을 지닌 사람이 된다.




    과거의 데이터와 커뮤니티의 신뢰를 기반으로 좋은 기회는 명문 대학에 편중되고, 이 기회와 환경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역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며, 결국 역량의 차이가 뚜렷해져 새로운 좋은 기회가 다시 명문 대학에 편중된다. 이 negative-feedback이 바로 단순히 블라인드 채용과 같은 방법으로는 절때 깨지지 않는, 2020년 현재 '좋은 대학 간판'이 지니는 의미이다. 과거의 좋은 대학이 입학한 순간 미래가 보장되는 로또 1등과 같은 의미라면, 현재의 좋은 대학은 일정 수준의 노력(보증금)을 투자하면 미래(당첨)가 보장되는 당첨이 내정된 강남 아파트 청약과 같은 의미.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멀리 달리고 싶은데 방법이 좋을지 막막하다면, 먼저 좋은 대학 간판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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