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승부만 고집하니 피곤함만 몰려오네.

영화 '브이아이피' 리뷰

<신세계> 박훈정 감독과 연기파 배우들의 만남은 개봉 전부터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받았다.


나는 <신세계>의 엄청난 팬이기에 이 작품을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V.I.P> 포스터


영화를 보고 든 의문점은 단 한 가지.

전반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배우들이 열연하였지만


'왜 이렇게 지루하면서 피곤할까?'


나는 어젯밤부터 이에 대해 곰곰이 고민하였고, 내가 내린 답을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너무나 직접적인 연출.


감독은 북에서 온 싸이코패스 V.I.P라는 캐릭터를 통해 극에 긴장감을 부여하였다.

범죄자임을 알더라도 함부로 건들 수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소스다.


이종석의 '진짜 미친 연기'


그런 V.I.P를 둘러싼 국정원 요원, 경찰청 형사, 북에서 온 보안성 요원.

이들은 피 튀기는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한 캐릭터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캐릭터 간의 긴장감과 갈등보다는 직접적인 대사장면들에만 집중한다.


직접적인 장면과 대사는 초반 캐릭터들의 특징을 잡아주는데 굉장히 좋다.

관객 누구나 각각의 성격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이종석의 살인은 그저 잔혹할 뿐이고, 김명민의 대사는 내내 거칠기만 하다.


초반 설정을 뛰어넘는 인물들 간의 갈등과 심리 변화가 필요하였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핵심 카드는 '장동건'이다.

그 이유는 관객이 마음을 두고 영화에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내가 먹고살기 위해서 해야 할 일과 인간이라면 지켜야 할 도리,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동건의 심리 변화에 집중하였다면

관객들은 그의 고뇌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금 더 치밀한 캐릭터 설정이 필요했다.


네 캐릭터는 제각기 따로 놀았고, 반복되는 연출은 123분을 이끌어 내기에 역부족이었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박희순'은 조커라기보다 그저 영화를 끝내기 위해 등장하는 캐릭터였다)



둘째, 생각할 틈도 없이 쉽게 던져주는 떡밥.


한국인의 한 해 평균 영화 관람 횟수는 총 4.2회라고 한다 (출처 : 영화진흥위원회)

미국 3.6회, 프랑스 3.1회임을 감안하면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또한, 혼자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나에게 혼영은 거의 일상이다.


이처럼 관객들은 많은 작품을 접하면서 영화에 대한 안목이 높아졌다.

이제 너무 직접적인 떡밥은 관객을 이해시키기보다 오히려 그들을 지루하게 만든다.

관객 스스로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 해결하고 싶고, 좀 더 고민해보고 싶은데

감독은 이를 참지 못하고 주변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답을 알려주려 한다.


물론 떡밥이 크게 중요하지 않는 영화면 상관이 없겠지만, 이 영화의 장르는 '범죄'다.

주인공이 행하는 범죄로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게

감독이 해야 할 역할이다.

떡 하니 나와있다.


이 작품은 흔한 범죄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의 요소는 찾기 힘들다.


특히, CIA 요원 '폴'은 옆에서 관객들에게 설명해주기 바쁘다.

V.I.P가 중요한 이유, 캐릭터가 다음으로 해야 할 일 등 그는 대사를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계속해서 알려준다.


'어떻게 전개할까' 보다 '어떻게 보여줄까'에만 집중하였기에

이 영화는 초반의 충격과 흥미로움을 잃고 그저 피곤한 작품이 되었다.

(잔혹한 범죄 행위들과 이종석의 싸이코패스 연기만을 이용해 관객들을 긴장하게 할 뿐)


아쉽게도 돌직구 연출은 관객들이 오로지 '어떻게 끝날까'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결말 부분이 너무나 중요하였다.


마무리하며.


나도 많은 관객들이 분노하고 아쉬워하는 부분에 공감한다.

다른 영화에 비해 그 점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앞에서 말한 두 가지 때문이 아닐까.


담배 연기로 가득 찬 배경과 인물들의 설정은 탁월하였으나

이를 넘는 연출과 스토리가 없었기에 이 작품은 그저 관객들을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너무나 기대가 컸던 작품이기에 아쉬움도 두 배다.

돌아와요 신세계...
작가의 이전글한국 공포 영화는 아직도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