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자의 출근길

by 노준성

새벽 안개가 풀리듯
도시는 서서히 제 얼굴을 드러낸다
구두 굽 소리, 차창의 숨결
모두가 제 자리를 향해 흐르는 강물처럼
한 방향으로 쏟아져 간다

그 물결 속에 나는
이름 없는 그림자 하나로 떠밀려
주머니 속 구겨진 이력서를
마지막 등불처럼 쥐고 걷는다

출근이라 부르기에는 서글픈 길
도착지는 사무실도 공장도 아닌
낯선 벽의 공지판
차가운 의자의 대기실
그리고 종이 위에 적힌 내 이름뿐

창문 너머로 스미는 햇살이
버려진 마음의 빈자리를 다독이듯
조용히 손등 위에 내려앉는다

그 순간 나는 깨닫는다
이 길은 아직 미완의 길
언젠가 내 발자국을
진짜 출근길로 바꿀
슬픈 기도의 여명이라는 것을

작가의 이전글시의 다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