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장 가는 길

by 노준성

진흙탕 바닥에 타이어 묻어두면

핸드폰 화면처럼 반짝이다가 갈라지고

할머니 발자국이 거꾸로 길을 만든다

장바구니 속 된장, 빨래비누, 젓갈,

폭발하듯 냄새와 색을 뿜어

마스크 속 내 숨을 밀치고

억새풀 사이 닭 발길은

종이 찢는 소리처럼 튀어나와

포장마차 확성기 소리와 섞인다


전장에선 굴곡진 삶의 방언을 던지고

나는 발걸음을 옮기며

발밑에서 햇살이 터지듯 튀고

장바구니 무게가 어깨를 눌러

땀방울은 소금꽃처럼 터진다


상자 위 당근이 숨을 쉬고

망가진 저울이 귓속말을 하고

고등어와 검은 봉지가 서로 몸을 밀어낸다

장터의 파도가 내 무릎까지 차오르며

나는 한쪽 발로 균형을 잡고

한쪽 발로 장터의 소음을 삼킨다


바람이 봉지를 흔들 때

된장 냄새가 폭포가 되고

젓갈 냄새는 파편처럼 튀어

내 손목시계는 시간을 흘려보내고

오일장 웃는 소리가 민족이라 보여

모든 감각이 충돌하며

나는 장터 한복판에서

삶과 냄새와 소리와 땀,

그리고 어깨 위 무게를 동시에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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