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 묻은 종이봉지 속 접힌 주름마다
어머니의 숨결이 잠들어 있다
봉투를 열면 작은 알약들이 밤하늘의 별이 되어
내 몸속 어둠에 길을 그린다
서랍 속 먼지도 별빛으로 떠올라
낯선 거실과 부엌 사이로 스며든다
어머니는 무심히 한 알 한 알을 바늘처럼 꿰어
내 살갗의 지도에 숨겨진 길을 새기신다
손끝에 맴도는 종이 냄새
어린 시절 설거지 거품과
난롯불 연기를 깨운다
알약 사이로 스치는 추억이
마음의 조용한 파도까지 어루만진다
부러진 연필, 굽은 의자, 오래된 시계도
봉지 안에서 숨 쉬며 어머니의 손길과 함께
밤을 항해한다
나는 이제 안다
이 누린 봉지가 생명을 지키는
방주이자 기억을 나르는 지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