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낡은 조각배를 끌고 골목을 떠돈다
빗물 고인 시멘트 틈새는 해류
낡은 양동이는 포말치는 파도
담장 너머 삐져나온 수도관은 등대
마른 장독대 위 선반은 갑판
부러진 빗자루는 돛대
유모차는 기어가며 바람을 가르고
아랫목의 낡은 이불은 선실 바닥
문틈에 스미는 겨울 햇살은 빛가루
틈새에서 새가 날갯짓하며 안내한다
양어깨를 오가는 땀방울은 돛의 긴장
발끝에 닿는 얼음 물방울은 항해의 파도
골목 끝, 고장 난 TV에서는 바람 소리
그리고 그는 삐걱대는 바퀴를 조정하며
헌 옷가지, 부러진 장난감, 오래된 신문지
모두 그가 잡은 것이니 사물이 숨을 쉬고
모든 그림자가 덜컹거린다
팔자가 어지러워 골목이 비틀거리지만
만선은 오늘도 포구를 향하여 키를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