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책장마다 먼지가 춤춘다
손때 묻은 표지들은 속삭이며 길을 열고
낡은 활자 위에 지혜의 다리를 놓는다
책갈피 사이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사라진 단어들이 서로 손을 잡는다
의자 다리가 삐걱이며 조심스레 길을 찾고
펜촉은 별빛을 긁어내어
벽에 작은 은하를 그린다
옛 사전에서 떨어진 글자는
발자국이 되어 바닥을 걷고
난롯불이 없는 난로에서는
불꽃 대신 기억들이 타오른다
독서대 위로 올라간 손목시계는
시간을 잊은 채 숨을 고르면
나는 한 권의 책을 열어
단어와 그림자를 친구 삼아
도서관에서 사라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