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한 명의 무명 작가에게 있어 '언어의 양극단'을 오갔던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한쪽에서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어라는 모국어가 세계적 찬사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꽃피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정치적 격랑과 광장의 외침 속에서 언어가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되어 부딪쳤기 때문입니다.
시인으로서 제가 목도한 올해의 풍경은 마치 거대한 파도와 같았습니다. 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이라는 유례없는 사회적 혼란은 우리를 끊임없이 광장으로 불러냈습니다. 그곳에서 쏟아지는 언어들은 때로 거칠고 분노에 차 있었으나, 그 기저에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열망이라는 뜨거운 문장들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소란스러운 외침들 사이에서 차마 밖으로 나오지 못한 낮은 목소리들, 즉 '침묵의 서사'를 기록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시대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증오의 언어가 아닌 치유와 성찰의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글쟁이에게 주어진 준엄한 숙제였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올해는 '기계의 언어'가 '인간의 영혼'을 위협하는 인공지능의 습격이 본격화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완벽한 문법과 정교한 논리로 무장한 AI의 문장들 앞에서, 저는 역설적으로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비문(非文)의 아름다움'에 매달렸습니다. 고통 때문에 끊어지는 호흡, 슬픔 때문에 뭉개진 발음, 그리고 사랑하기에 앞뒤가 맞지 않는 고백들.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그 서툰 진심이야말로 2025년을 견디게 한 우리들의 진짜 얼굴이었습니다.
결국 2025년은 저에게 '문학의 쓸모'를 다시 확인시켜 준 해였습니다. 세상이 무너질 듯 요동쳐도 시집을 펼쳐 들었고, 가장 어두운 밤일수록 한 줄의 문장에 기대어 내일로 건너갔습니다. 시인으로서 제가 쓴 글들이 누군가에게는 방패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외투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제 2025년이라는 무거운 책장을 덮으며, 저는 다시 정결한 백지 앞에 섭니다. 올해 우리가 흘린 눈물과 땀이 잉크가 되어, 다가올 새해에는 더 맑고 투명한 희망의 문장들로 새겨지길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