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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Jan 08. 2021

[Epilogue] 그래서 저는 지금요

지수 일상 in Korea


100일 동안 유럽에서 보낸 4개월의 매일을 기억해 글을 쓰는 걸보고 주변 지인들부터 나를 모르는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증을 나타냈다. 심지어 한국으로 돌아온지도 꽤 오래된 지금 그 당시에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세세하게 글과 사진으로 에세이를 쓰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나는 유럽에서 체류하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블로그에 일상을 기록해 온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게 보여주겠다는 생각보다는 개인적인 감상을 끄적이는 용도로 이용해왔다. 오히려 유럽으로 떠나면서 누군가(=나의 소식을 기다리는 부모님 또는 친구들)에게 보여주겠다는 목적으로 써왔던 것 같다. 자주는 아니지만 집에서 주말을 보내는 경우 일주일에 한 번, 여행 때문에 집을 비워 도저히 글을 쓸 체력이 안되면 2주에 한번 정도 글을 올렸는데 그 마저도 긴 글이 아닌 사진을 보고 기억이 나는 것들을 써서 남겼다. 그리고 크로아티아에 도착한 첫날, 창밖의 노을을 보고 우연히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본 계정에 남기기에는 괜히 주접을 떠는 것 같았다. 결국 부계정이라는 것을 처음 만들어 매일 사진을 올리고 솔직한 나의 감정을 남기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계정도 비공개로 돌려 가까운 지인들만 볼 수 있게 만들어 정말 이보다 더 솔직한 일기장은 없다는 식으로 글을 적었다. 즉 100일간의 여정은 나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부계정의 힘, 그리고 더듬어본 기억 저 편의 사소한 일상을 자세하게 적은 노력의 결합체인 것이다. 과거의 나를 칭찬하게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사회로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여느 대학교 4학년처럼 토익도 태어나서 처음 쳐보고 컴활(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지역기반 기업 서포터즈와 컨설팅 회사 인턴 등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보면 사실 나는 남들과 비교해서 아주 소소한 스펙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하는 순간순간이 고통과 눈물만이 가득한 것이 아니라 다소 정량적으로 평가되는 활동들을 하면서도 이 모든 것들이 미래의 나의 모습을 그려보고 더 나은 나를 위해 스스로에게 '투자'했다며 기존의 틀에 박힌 나의 생각을 고치게끔 만들었다. 방향을 정한 것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사회에서 무엇을 통해 밥 해 먹고 살까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졌다. 비록 나는 아직 불완전하고 불안한 구석이 많은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새로 시작하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주저하던 성격을 가진 사람에서 '에잇 그냥 해보자'하고 조금은 놓고 시작하는 사람 정도? 딱 그 정도의 여유를 스스로에게 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머리도 빠글빠글하게 볶아 히피펌을 해보고(비록 여름에 해서 2019년 여름은 스타일링을 한다고 매번 젖어있었지만 말이다) 대학교 동창들과 함께 번개로 부산과 경주 등 이곳저곳을 여행을 가기도 하고, 유연성이란 1도 없었지만 홈트는 해봐서 괜찮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요가장을 찾아가 주 5일 3개월치 수강권을 끊어 (힘들었지만) 연말까지 꾸준히 운동도 해보고, 사랑하는 엄마와의 여유를 찾기 위해 색다른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과 만나 그가 살아온 낯선 세계를 경험해보기도 하고,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지만 잘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가죽 공방을 찾아가 나만의 작품도 만들어보는 등 내가 좋아하는 것들, 새롭고 낯설지만 싫지 않은 것들을 찾기 위해 정말 다양한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써보자는 프로젝트도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실천해왔고 오늘로서 마지막을 맞게 되었다. 사실 3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평생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들도 마주했다. 예를 들어 집에 불이 난 것?) 하지만 쉼 없이 찾아오는 어려움들에 굴하지 않고 매일을 꾸준히 써왔고 마침내 '완결'이라는 목적지 도착과 함께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성취감을 맛보았다. 이 감정, 이 경험, 이 과정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다. 나름 꽤 괜찮은 셀프 다독임 중 하나였잖아? 수고했어, 지수야!


100일 동안 이어진 유럽 에세이 대장정을 저와 함께 해준 그리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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