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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 노 Jun 27. 2021

후원 모금의 외주화에 참여하다.

투잡을 찾아서.

  아무래도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다 보니 노상에서 또는 공공장소에서 정기후원 유치 캠페인을 진행하던 단체들이 적잖이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팬데믹 전, 종종 그러한 캠페인을 보았는데 대부분 그리 대중에게 알려져 있는 단체들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그나마 알려진 단체 중 세이브더칠드런이 있었고, 그린피스나 UNDP 또는 그 밖에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들도 있었다. 그런 중간 규모의 단체들이 캠페인을 외부업체에 맡겼고, 아르바이트로 나온 사람들이 정기후원을 유치한다고 알고 있다. 잡코리아나 사람인을 들어가서 NGO를 검색하면 캠페이너, 모금, 캠페인 또는 정말 순화를 많이 해서 '기부플래너'란 단어를 사용하여 인력을 모집하고 있다. 말이 좋아 그런 용어를 쓰는 것이지, 정확히 말하면 '정기후원자 유치 영업사원'이라고 하는 편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한 명의 정기후원자를 유치하고 그 후원금을 외주업체와 일정 비율로 나누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물론,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사명감이 없이는 이런 일에 발을 담금 생각도 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예전에 잠깐 보험회사의 아침 조회에 참석해 본 적이 있는데, 지점장이 말하길 '사람들에게 닥칠지 모르는 인생의 위험을 미리 설계해 준다는 마음으로 일한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 말이 사실일지는 모르나 어떤 일이든지 '가치의 실현'을 발견하지 못하면 금방 시시해져 버릴 테니 어느 정도 그런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본다. 어찌 되었던, 노상 캠페인이 중단된 시점에 NGO들이 어떻게 모금을 진행하는지 궁금하기는 했다. 지금 내가 속한 단체는 협의회라 모금을 진행할 일이 없고, 일반 NGO들은 어떨지, 이제는 그쪽에 아는 사람이 없어 소식을 듣지는 못하고, 그냥 막연히 '힘들겠구나'라고 생각만 하고 있었다. 대형 NGO들은 여전히 TV광고를 진행하고 있었고, 교회 기반의 단체들은 아무래도 교회도 집합 금지명령과 인원 제한에 묶여 어려움을 겪고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모금과 관련된 또 하나의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큰 단체에서 일하셨던 분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일 일수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 메이저 단체에서 일해본적이 없는지라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비영리 쪽에서 일하면서도 후원 방송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각 방송사에서 하는 후원 모금방송에서 후원 접수를 외주로 돌려서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과, 후원 접수를 받는 사람이 난생처음 그런 일을 해보는 아르바이트가 접수를 받는 다는 것이다. 그런 것은 상상해 본 적이 없어 조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왜냐하면, 정기후원을 훈련되지 않은 알바들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신선했다. 그동안 본 것은, 각 단체마다 별도로 후원팀이 있고 거기에는 항상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만 봤기 때문에, 초보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간혹 SBS 희망 TV 같은 대형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에는 체육관 같은 공간에 테이블과 전화가 쫙-세팅되어있고 각 단체에서 지원 나온 간사들이 후원 전화를 받는 그런 상황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당근 마켓의 '동네 구인구직' 카테고리를 보다가 'NGO 후원 접수 알바' 공고를 보았다. '응?' 싶었다. '내가 알고 있는 그것이 맞나?'싶었지만, 내 예상을 깨고 누구나 할 수 있는 하루짜리 알바였다.


  그래서 신청을 해봤다. 그리고 업무 당일이 되어서 외주를 맡고 있는 CS콜센터에 갔다. 주부, 대학생, 직장인 들로 구성된 정말 신기한 조합이었다.  알바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사람도 있었고, 무엇보다 남녀노소가  있었다. 그리고  알게  것은, 생각보다  방송사에서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캠페인성 프로그램이 많았고, 거기에 대형 단체들이 고정으로 연결되어있는 것을 알았다. KBS1 동행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EBS 나눔 0700 밀알재단 OBS희망의 멜로디,MBC도네이션쇼는 굿네이버스  고정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정기후원자를 모집하는 채널을 가지고 있었고 어쩔  없이 전부 메이저 단체들이었다. 그런 단체들은 생각보다 후원에 대한 걱정이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알바는 시급 1 원인데 생각보다 초보자들도 쉽게   있는 일이었다. 일단, 방송이 나가고 오는 전화들은 후원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잠재 후원자들이다 보니, 조금 실수가 있어도, 버벅거려도, 다시 전화를 해도 용서가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생각보다 정기후원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은 편이었고, 그래서 대형 단체들이 '어떻게든 계속해야겠구나'라고 생각할 만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노상에서 정기후원을 받은 것은 후원금액에 따라 아르바이트분들에게 성과급이 지급되는데 비해,  알바는 시급이라는 점이다. 1시간 동안 1 원의 후원을 받던 10 원의 후원을 받던, 아르바이트하는 개인에겐 아무런 혜택이 없다. 물론, 전화를 받는 것은 수동적인 행위이고 거의 랜덤으로 전화를 받는 것이다 보니 운이 많이 작용하겠지만, 정기후원으로  유도하는 사람은 시급을 올려줘야 하는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서, 나는 개발 NGO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그 영역에 있으며 일시 후원하시는 분들을 정기후원으로 돌리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NGO에서 여러 가지 외주를 주는 것은 좋다마는 너무 많은 것들이 외주화 되고 있어 우려가 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다 단체 하나만 만들고 사업개발, 모금, 해외사업장까지 외주를 줘버려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중간에 후원자 돈에서 수수료만 먹고, 일은 외주업체가 하는 가령 '플랫폼 성격의 NGO'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근데, 그것도 문제가 없다면 뭐 괜찮을 것도 같다. 그렇게 주말에는 시급만 원짜리의 2시간 알바를 하게 되었고 투잡을 하게 되었다. 재미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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