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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derer Mar 07. 2024

모래와 미래

영화 '듄 : 파트 2'

*영화 '듄 : 파트 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전 작품에서 사막으로 피신한 폴 아트레이데스는 프레멘 일족과 함께 복수를 꿈꾼다. 태양을 피해 그늘로 숨어들면 잠깐의 생존은 가능하겠으나 폴이 꿈꾸는 미래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태양이 가리어질 때 폴은 행동에 나선다. 외지인의 신분으로 인정받기 위해 의식을 거친다. 안전이 보장될 수도 있었던 신분을 벗어나 자유인으로 생존의 시련을 견딘다. 사막 일족인 프레멘이 폴을 받아들이게 된 건 그가 보인 마음가짐과 행동이 달랐기 때문이다. 생존은 적응이다. 적응하는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 폴은 사막을 존중했다. 사막의 열기, 위험과 공포를 오롯이 받아들였다. 그는 사막의 현명한 캥거루쥐 '무앗딥'처럼 살아남는다. 단지 몇 마디 말로만 할 수 있다고 외친 것이 아니었기에 프레멘 부족은 그의 행보에 빠져들었다.


 전작에서는 능력을 개화하지 못했던 폴이 진정한 힘을 각성하게 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파트 1에서는 계략에 휘말려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본격적으로 비상하는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그 순간을 위한 과정 또한 상세하게 그려지는데, 시련을 견뎌내는 과정과 풀어가는 방식에서 인물에 몰입할 수 있게끔 감독이 공을 들인 티가 났다. 이런 과정이 있었다 보니 폴이 목표를 달성해 내는 모습이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확실히 이번 영화를 보니 드니 빌뇌브 감독은 자신의 특기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있 생각이 들었다. 설명에 충분한 공을 들이면 목소리를 드높이지 않아도 관객은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 설득의 핵심이 되는 메시지를 구태여 인물들의 목소리를 빌어 이야기할 필요도 없다. SF라지만 한참 먼 미래의 상황을 이렇게 잘 묘사해 내는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전작에서 공들여 포석한 설정 위에서 캐릭터들이 한껏 춤을 춘다.


 아라키스, 사막이라는 환경을 이해시키는 과정에서의 방식도 흥미롭다. 낯선 환경을 각인하게 되는 중요한 기점들은 주의사항과 금기로 이뤄져 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하면 안 되는 일을 구분하면서 환경에 적응한다. 작열하는 사막에서 금기는 절대적인 생존수칙으로 이어진다. 아라키스는 눈물도 아껴야 하는 정도로 열악한 터전이지만 전 우주를 움직이는 자원을 생산해 내는 땅이기도 하다. 생존이 힘든 세상에서 맹신이란 쉬운 선택이다. 스틸가를 비롯한 남부의 프레멘 일족들은 예언을 맹신했다. 레이디 제시카의 전략적인 행보와 폴의 행동은 연쇄반응을 일으켰다. 폴은 이방인이라면 할 수 없을 것이라 장담했던 모래벌레를 타는 일도 성공해 냈고 레이디 제시카는 그 흐름을 타고 불신자들 또한 폴을 메시아라 믿을 수 있게끔 조치한다.


 폴은 끝내 퀴사츠 헤더락으로 거듭난다. 다만, 그 모습에서 영웅적인 면모만 엿보인 건 아니었다. 예언이라는 강력한 힘을 무기로 휘두르면서 사람들을 선동해 규합하는 모습에서 기시감이 느껴졌다. 너무도 익숙한 현실 세계의 모습이기도 했다.  선택받았다 목소리를 드높이며 전쟁을 일으키는 모습, 믿음을 힘으로 죽음을 감수하고 맹렬하게 달려드는 사람들. 예언자가 예언을 무기 삼아 사람들을 선동한다. 믿음으로 죽고 죽이는 성전의 소용돌이 속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예언'이라는 행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부분이 있었다. 영화에서 예언자의 능력은 고대 그리스의 신탁처럼 수수께끼 같은 표현 대신에 굉장히 직접적이고 시각적인 묘사로 보여주는 편이다. 그 힘의 정도가 단지 미래를 점치는 정도에서 더 나아가 시제 자체를 초월한 존재가 된다. 시간을 초월한 존재는 감정을 갖기 어렵다. 모든 시간대에 있으나 어디에도 속할 수 없기도 하다. 고뇌를 나눌 사람들은 없어지고 추종자들만 생겨난다. 그는 이제 어떤 기대나 희망도 없이, 다른 세계에서 살아갈 것이다. 신탁을 내리던 이들이 인간 사회와 격리되어 외진 산꼭대기에서 신을 모신 것처럼 말이다.


 종교, 철학, 사회, 정치 등 여러 분야로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는 영화였다. 우상화될 수밖에 없는 전지전능한 인물의 등장, 신념에 매몰된 신봉자들, 전략 자원을 두고 벌어지는 권력 싸움 등 흥미로운 내용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겉으로 보이는 만듦새만큼이나 다루는 주제의식이 즐거움을 남긴다. 그 장대한 서사시의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 이후의 이야기도 기대하게 만든다.


사진 출처 : TMDB '듄: 파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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