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과 노출이 미덕이 되는 미디어 세상에서의 신화는 존재하는가? 신화를 만들어낸 것이 인간임을 생각해보면, 신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시시각각 행동을 엿보고, 생각을 내보이고 하는 소통의 운동량이 너무나 많다 보니, 신이 갖춰야 할 미덕인 ‘미스터리함’이 존재할 틈바구니가 없다. 어느 정도 사실을 모르는 상황에서 과장과 위장을 통해서 예측 불허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이 예전의 ‘신’이라면, 우리가 ‘신’으로 생각한 이들은 구름 뒤에 숨어서 기적을 보여주는 종래의 ‘신’이 아닌, 대중의 눈으로 짐작 가능하고 행동이 분명한 ‘거인’ 들이다. 우리는 ‘거인’의 놀라운 힘을 확인할 수 있고, 어떤 원리를 통해 행동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거인은 신처럼 구름 뒤에 숨을 수 없다. 거인의 힘의 원천은 ‘거대함’에 있으니까, ‘신비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거인의 크기는, 세인들의 관심을 통해 증가한다. 즉, 거인은 관심이 있어야 힘을 쓸 수 있다. 그렇기에 거인은 노출을 통해 관심을 유도하고, 사람들은 거인의 힘에 감탄하면서 더욱 관심을 가진다.
이 시대의 신화는, 그 주체가 ‘신’에서 ‘거인’으로 바뀌었고, 상호교감의 소통 속에서 기록되어 구전될만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안에는 미담과 추문, 두 가지가 함께 들어있다. 이 점은 예전과 비슷하다. 다만, 예전의 신들은 바다 건너 다른 문화권까지 그 원형 그대로를 보존한 채 유입될 수 없었으나, 요새의 거인들은 대륙을 가로질러 그의 말 한 마디에 세계가 응답하는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