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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자정리 Dec 28. 2023

D-GYM, 이름 한번 잘 지었다!

2023년 Keyword - D-GYM

식상하지만, 진짜... 올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시간이야 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흘러가니 당연한 것이긴 하다만... 


시간은 흘렀고, 23년의 마지막주에 들어 올해의 키워드를 뽑아보자면 딱 하나가 떠오른다. 바로 디짐이다. 




'D-GYM'. 그러니까 디짐.

디짐으로 말할 것 같으면 말 그대로 D 체육관이다.


시작은 이랬다.


올해 초.

모니터를 보며 한창 업무 메일을 쓰고 있을 때였다.


'까톡~!'

오래간만에 D로부터 까톡이 왔다. 대학교를 함께 다녔던 나보다 1살이 적고, 동기처럼 지낸 절친 같은 D군.


D-GYM DAY라는 초대장이다. 같이 모여서 운동하는 모임이라고 설명한다. 이름이 디짐이라.


초대장


몇 년 전부터, 헬스를 열심히 하더니 몸짱이 되어버린 그다. 으레 중년으로 넘어가는 나이가 되면 인격이라 위로하며 적당히 나온 배와 떨어진 체력을 실감할 때인데, 갑작스레 계기로 운동을 시작하더니만 떡 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가슴을 갖게 되었다. 


그의 직업은 세무사로 동료 세무사와 OO세무서 옆에 개업을 한 이래 쭉 영업을 해오다 몇 년 전 근처로 다시 사무실을 옮겼다.


사무실을 이전한 곳은 1층과 반지하가 겹쳐진 곳이었는데, 아무래도 건물 특성상 공간 자체가 넓어졌던 모양이다. 입구로 들어서면, 보통의 사무실과 같은 직원들이 책상이 놓여 있고, 한 켠으로 회의실, 탕비실, 그리고 동료 세무사와 D의 개인 사무실 공간이 있다.


D의 사무실 안에는 다시 작은 문이 하나 있고, 그 안 쪽으로 일종의 내실(內室)과 같은 6~7평 남짓의 공간이 있다. 때마침, 새롭게 이전을 했을 때가 D군이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에 빠져 몸만들기에 매진한 시기와 맞물리다 보니 내실과 같은 공간에 차곡차곡 헬스 장비들을 구비하면서, 그 이름도 찬란한 '디짐'이 탄생했던 것이다.


실제 처음 방문했을 때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간자체는 그리 크지 않지만, 각종 장비들이 어찌나 빼곡하게 들어가 있던지. 크기는 작지만 종합 헬스장이라 소개할 수 있을 만큼 내실(內實)이 꽉 찬 곳이었다.


그러고 보면, 이름 참 잘 지었다.


영어로 D-GYM. 바로 직독 하자면 D 체육관 혹은 D 헬스장이다. 군더더기가 없는 있는 그대로다. 사실 초대장을 처음 봤을 때 'D-GYM'을 영어로 읽고 해석하기 보다는, 읽으면서 한글발음대로 강렬하게 뇌리에 박힌다. 단어를 시각적으로 인지하고 동시에 바뀐 전기신호를 전두엽에서 처리도 하기전에, 디짐? 선전포고와 같이 '한번 죽어볼래?'라는 물음처럼 들린다. 


디짐의 초대장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던 의미이기도 하고 원초적이면서 묵직했던 이름이었다. 어쩌면, 이름에 주눅이 들어 초대에 응하지 않은 사람도 여럿일지도 모른다.


간혹 반전 대상이 나 자신이 되는 것이 인생사. 그러니까,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법한 이름의 초대였지만 내게는 꽤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왜냐하면 코로나가 시들시들해질 무렵, 동반하락이라도 하듯 맥없이 떨어진 체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각성으로 헬스장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에 젊어지기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으로 좀 더 본격적으로 운동을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넘실거릴 때였으니 솔깃할 수밖에.


디짐 로고


디짐이라는 이름이 누군가에게는 운동의 고통이 가장 먼저 연상되었다면, 내게는 적당한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디짐이라는 단어는 결국 '죽다'의 표현의 파생 단어니, 토 나올 때까지 혹은 소위 죽을 때까지 운동합시다라는 압박이 숨어있기는 하다.


그러고 보면, 모든 나라의 언어에는 '죽겠다', '죽을 것 같다'와 같은 비유적 표현이 적지 않다.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음에도 습관처럼 내뱉는 말이다. 뭐, 이 또한 삶과 죽음이 얼마나 밀접한지를 보여주는 일상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곳 디짐에서 운동이라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 낸다면, 아이러니하게도 삶은 정 반대의 의미로 다가오리라! 


죽고자하면 살리라! 역시, 이름 참 잘 지었다.




인간은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 배 속에서부터 태명을 받는다. 그리고 세상밖에 나오기 전에 얻은 태명이라는 이름은 세상 속 수없이 불명확하고 규정할 수 없는 대상에서, 분명한 실체가 있다는 상징이다.


다시 말해, 어떤 이름으로 불린 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거나 희미한 그 무엇에서 의미가 명백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한 낱 들에 널리듯 핀 꽃이라 하여도 그 중 하나의 꽃에 무심히 이름 하나를 선사한다면, 그 꽃은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또, 이름에 부여하는 의미와 상징은 어쩌면 우리가 이루고 싶은 소망이 담겨 있으리라.


디짐. 모두에게 멋진 이름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조금 늦었지만 디짐이라는 특별한 모임과 공간,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P.S. 2023년, 올해의 Keyword를 선정함과 동시에 맛집블로거라는 외도를 완전히는 아니고, 조금 내려 놓고자 한다. 과연, D-GYM 스토리라는 매거진에 글을 꾸준히 쓸 수 있을까?



https://tworabbit.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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