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뮤즈, JJ 클라우드 댄서에 대하여

유행색과 퍼스널 컬러 사이

by nlab

2026년 1월 수술을 준비하는 마지막 일정으로

온기를 수혈받기 위해 클라우드 댄서와 약속을 정하였다.

팬톤 2026 클라우드 댄서가 올해의 컬러라면

나에게는 26년째 함께하는 클라우드 댄서가 있다.


2025년 12월 30일 너무 많이 웃고 그 웃음이 진짜여서 그 찬란했던 시간을 기록하고 싶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글 쓸 준비를 마치고 데이트를 하러 갔다.

너무 소중한 존재 나의 첫 번째 뮤즈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언제나 설렌다.

수술 전 마지막 데이트라 더 의미가 깊었고, 새해 생일은 함께 못해줄 거 같아서 꼭 만나고 싶었다.

클라우드 댄서 같은 나의 첫 번째 뮤즈, JJ


대학교 1학년 스무 살인 그녀는 덮어놓고 마냥 예뻤고,

햇빛 아래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옷은 어찌나 센스 있게 입는지 오늘은 어떤 옷을 입고 나타날까 나에게는 설렘 그 자체였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교복 말고는 특별히 고민해 본 적이 없는 고도 근시 안경을 쓴 나에게

이미 완성형 미를 장착한 그 친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 눈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안구 정화를 처음 경험하게 해 준 JJ.

우리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친구를 보면서 미학을 부전공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내 안에 숨겨진 옷과 미에 대한 갈망을 이끌어내어, 내 삶에 너무나 매력적인 동기를 부여해 준 소중하고 고마운 동기.


그녀 덕분에 나는 옷을 좋아하는 나 자신을 알게 되었고,

그녀를 따라 과외 아르바이트를 시작해 옷 살 돈을 스스로 벌었고,

자가운전을 빨리 시작해 지금 운전이 제일 자신 있는 사람이 되었다.


여행을 좋아하고 파워 J인 JJ 덕분에 나는 몸만 가면 되는 여행을 즐기면 되었다.

강릉, 부산, 진해 등등 추억이 몽글 몽글이다.

특히 진해 군항제를 갔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JJ 어머니가 손수 운전을 해주셔서 나는 군항제를 처음 가보았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그곳에서 해군 사관생도였던 고등학교 동창을 만날 수 있었다.

교복 대신 제복을 입고 다가오는 친구가 너무 멋있어서 한동안 멍해졌었다.

혼자라면 군항제를 갈 생각도 동창을 만날 계획도 못 세웠을 텐데

JJ와 어머니 덕분에 꿈같았던 한 페이지가 내 기억 안에 남게 되었다.

JJ 어머니는 유머러스하고 멋이 있는 분이셨다.

지금도 장거리 운전을 할 때면 그때 어머니가 해주셨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고속도로에서는 차선 변경을 조금씩 해줘야 졸음이 덜 온다는 이야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 먼 거리였는데, 힘든 내색보다는 농담을 건네며 차 안의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어 주셨다.

나는 여전히 고속도로에서 졸음이 몰려올 때면 차선 변경을 해볼까 생각하며 그 날을 추억한다.


스무 살에 시작된 인연이

이제는 애써 모든 걸 다 말하지 않아도 척하고 알아주는 존재가 되어

내가 힘들 때 함께 슬퍼해 주고

나의 작은 에너지에도 다행이라고 기뻐해 준다.


쉽게 차가워지는 나에게 이런 친구가 남아있다는 거 만으로도 소중하고 귀하다.


그간 서로를 각자의 방식으로 열렬하게 때로는 담담하게 지켜봐 주었고 응원해 주었기에.

9월의 어느 날, with JJ


팬톤이 올해 우리에게 그런 컬러를 선물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각박하고 소음이 무성한 시대에 우리에게 조용한 안정감을 주기 위해.


클라우드 댄서.

우윳빛, 크림소스 같은 컬러. 흰색에 베이지를 한두 방울 떨어뜨린 색이다. .

바탕이 되는 색이지만 백색의 화이트로는 대체될 수 없는 따뜻함이 있다.

피곤한 현실에서 채도가 높은 색 자체도 피로가 될 수 있기에

색을 다 빼고 무로 돌아가되 너무 없으면 존재가 안 느껴지니까 뮤트한 노란 기운을 아주 조금 섞는다.

존재는 인식되지만 피로감은 없는, 나아가 조용한 위안을 주는 컬러라고 생각한다.


컬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어떤 컬러를 보거나 쓸 때 편안하거나 위로받고 즐겁거나 회복된다.

어떤 컬러는 우리에게 무턱대고 피로감을 주고 피곤하게 보이게 한다.

퍼스널 컬러를 안다는 건 그래서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색을 알게 되는 그 이상이고, 심적 안정감까지 가질 수 있다.

클라우드 댄서라는 컬러가 어떤 사람에게는 퍼스널 컬러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냥 누런색에 불가할 수 있는 것이다.


컬러와 나 사이 이렇게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데…

하물며 사람과 사람 사이는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주고받을까.

잘 맞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만날 때마다 마음이 충전된다.

반대로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맞추려 할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될까.


이것은 더 낫고 모자라고의 문제가 아니다.

나와의 조화와 나만이 가진 결들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융화되는가의 문제다.

그것이 퍼스널 컬러이고 소울 메이트다.


나에게는 JJ가 소울 메이트이고 클라우드 댄서가 퍼스널 컬러이다.

그래서 올해는 수술로 시작해서 슬픈 해가 아니고

그 아픔과 두려움마저 무색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들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느끼면서 시작한 해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


자궁을 제거하고 더 건강해져서 나만이 가진 에너지를 더 유연하게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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