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의 결심

AI와 싸워서 이기는 법: 직설과 독설 사이

by nlab

나는 소심하다. 직설화법은 배우지 못했다.

그래서 최대한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도록 진심을 돌리고 또 돌려서 말한다. 그러는 사이 말이 길어지고 상대방은 귀를 닫는다.

그러는 사이 내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다들 귀는 닫고 내 말이라면 질색팔색을 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결국에는 나를 사랑했단다.

귀를 닫아 놓고도 사랑했다고 당당하게 말하던 너를! 수많은 연인들이 행복하게 데이트를 즐기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며 돌려까기를 시전하겠다.


하고 싶지만 참겠다. 대신 대나무숲에 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거다. 그러면 내 답답했던 마음이 누그러들겠지…

여기가 나의 대나무숲이라는 심정으로 쓴 글을 공개하고자 한다. 감정이 격해졌을 때 썼던 글이 상장이 되어 돌아온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 원고지가 준비물이었던 시절, 대부분의 친구들은 원고지 준비물을 잊은 듯했다. 갑자기 나의 원고지를 무례하게 한 두장씩 뜯어가더니 나에게는 남은 게 몇 장뿐이었다. 난 분명 문방구에서 꽤 두께가 있는 걸 사간 걸로 기억하는데… 너무 화가 났다. 무례한 친구들에게 화를 내지는 못했다. 참았다. 그리고는 글쓰기 시간에 몇 장 남지 않은 원고지에 엄청나게 진정성 있는 화가 많은 글을 써서 냈다. 결과는 상장이었다. 내가 글짓기에서 상을 받다니 하늘이 놀라고 땅이 놀랄 일이었다. 글을 잘 쓰고 책을 좋아하는 건 언제나 언니였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수영을 배울 동안 책을 읽고 피아노를 치면서 문학과 예술을 담당하던 건 언니였는데… 나 스스로 글을 써서 상을 받다니 말이다.

단도직입적 화가 많은 글이 혹여나 누군가에게 상처일까 봐 비유법을 왕창 써보았다.


직설과 독설에 약하지만 지피티와 제미나이에게만큼은 대노를 표현하였다. 집요하게 또 묻고 또 물었다. 왜 그렇게 고쳐야만 했냐고. 나는 나의 마음을 충분히 드러내면서도 감추면서 적절하게 표현했는데 왜 너는 왜 모든 걸 아는 마냥 쉽게 쉽게 접근하냐고 화를 냈다.

그러고 있는 사이, 결국 두 개에서 모두 원글이 가장 훌륭합니다.라는 말을 얻어내고서야 내 화가 풀렸다.

내가 쓴 글은 내 마음에 들면 그게 정답이다. 정답도 없는 걸 정답이라고 말해주는 것. 알지도 못하면서 정답처럼 말해주는 것.

나로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가볍게 이해하고 가볍게 던지는 모든 말들이 나에게 2차 가해가 되어 돌아온 기억이 셀 수 없이 많다.

AI는 잘못을 하면 쉽게 인정이라도 한다. 그런데 사람은 어떠한가. 직설가라면서 독설을 퍼부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그 말에 맞아 죽어가는데도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면서 마른 얼굴을 한다.

꼭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잘못한 것처럼 말이다. 그런 말을 들을 행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힐난한다.

'너나 잘하세요' 환청이 들리는 듯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대나무숲이라도 생겨 버린 지금 이 시대를 살아볼 만하다고 생각하겠다.



뚜벅이가 될 결심 (feat. big car)


급발진할지도 모르는 난폭한 자율주행 car 같음


타 있는 동안엔 뚜벅이는 아니어서 그냥 버텼는데

이제 하차를 하련다.


20년 동안 그 차에 타고 있으면서 2번의 급발진과 셀 수 없이 많은 난폭운전을 경험했음


지금은 그 차에서 내려서 뚜벅이가 되는 게 안전하다고 여겨짐


뚜벅이 시절 기억이 희미하기도 하고 같이 타고 있는 책임져야 할 존재들이 있어서 덮어두고 타 있었는데


이제는 그 차에서 내려서 책임져야 할 존재를 더 안전하게 책임지고 싶다


더 이상 그냥 사고가 나버려서 이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게 만들지는 않을 거다


내가 골라서 탄 차에서 난 안전을 위해 내릴 거다


걸어 다니느라 조금 버겁더라도! 다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더라도! 나는 뚜벅이가 되는 선택을 하고야 말겠다!


오래된 그 차는 정비소에 가서 진짜 그렇게까지 난폭하고 급하고 급발진을 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지….

진짜 뭐가 문제인지 알아냈으면 좋겠다….


내가 정비를 배웠다면 고쳐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그쪽으로는 영 소질이 없다! 손재주도 없고 학위도 없다!


만약에 우리 집엔 왜 차도 없냐고 또 원망을 듣는다면… 그거까지 책임을 지겠다


그게 나에게는 사랑이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뚜벅이가 될 결심을 하는 것!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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