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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ot Jan 04. 2017

대화법? 유연성이 먼저다

역지사지의 진짜 의미

NLP와 에릭소니언을 대화법으로 가르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백트래킹, 미러링 등 페이싱 기법들을 배우고 대화를 시도하면

상대방이 더 흥이 나서 이야기하는 것은 알겠는데 정작 나는 괴롭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습니다.

관심이 가지 않는 주제라 상대방은 끊임없이 이야기하는데 나는 재미가 없다거나

어떤 감정에 빠져서 이야기하는데 나로서는 공감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대화법이라는 '방법'의 틀을 지니고 대화에 뛰어들게 될 때의 함정입니다.

'나는 대화법을 사용하는 사람'으로 존재하기에 다른 사람의 경험에 뛰어들 수가 없는 것이죠.

그렇게 한쪽으로 물러서서 바라보게 되면 나의 세상에 자리를 펴고 앉아 판단하는 마음이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땅을 뜻하는 지(地)자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땅을 바꾸어 생각하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역지사지라는 한자를 이렇게 사용합니다.

'역지사지를 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역지사지가 아닙니다.

역지사지는 땅을 바꿔 상대방의 세상으로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세상에서는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당연한 것 또는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런 행동이 일어났으니까요.

그 행동을 하게 된 바로 '그 마음'을 경험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아! 그렇구나 이제 알겠다'는 지점을 경험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 땅에 가서 서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무리 역지사지를 해봐도 이해가 가지 않음이라는 말은

'내가 선 땅에서 판단하기에 넌 틀렸어'라는 말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경험하기 어려운 또 한가지 이유는 그 마음이 나와 가깝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래에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그는 현재 아무리 열심히 준비를 했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시험에 떨어지면 찾아올 비극적인 결과들이 떠오르면 침울해지며 고통받습니다.

그 사람과 대화하는 내가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는 마음과 가깝지 않다면 그 사람의 세계로 들어가 그 불안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나 또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는 사람으로 존재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고역이고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붙잡고자 하는 나의 정체성을 자꾸 침범하게 되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아 그 친구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해'

힘든 것은 불안이라는 내가 싫어하는 마음이 나를 만나고자 계속 문을 두드리기 때문입니다.

실상 그 친구는 불안이 나를 찾아오는 하나의 채널로서 존재했을 뿐인 것이지요.


불안이라는 감정을 경험하지 않는 또 한가지 방법은 불안한 자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위로해주는 자로서 불안에 동정 (Sympathy) 하는 자는 전혀 불안하지 않습니다.

불안과 가장 먼 사람이지요.

도와주는 사람으로 존재함으로써 불안을 피하는 것 또한 그 감정을 경험하지 않는 회피 도구인 셈입니다.

사람들이 위로와 해결책을 이야기해도 변하지 않고 같은 힘듦을 토로하는 경우를 봅니다.

공감의 이름을 한 위로와 동정을 받을 때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소망이 같은 것을 요구하고 또 요구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은 거기에 존재하는 마음에 대한 관심인 것이며 이것은 대화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타인을 만나고 대화를 하며 내가 붙잡고 싶은 나는 무엇인지, 피하고 싶은 마음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 확인을 징검다리 삼아 내가 경험할 수 있는 마음의 다양성이 확보되었을 때

역지사지로 밟을 수 있는 땅이 많아지게 됩니다.

끝없이 펼쳐진 미지의 땅을 마음껏 달릴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광활한 대지를 앞에 두고 있음에 호기심은 저절로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것이 NLP의 4가지 기둥, NLP 에릭소니언에서 에릭소니언 스퀘어라 명명한 네 가지 중 유연성의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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