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를 검색하면 포털사이트에 가장 먼저 뜨는 헤드라인이다. 새벽 공기가 특히나 차게 느껴졌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부디 절실한 마음보다 더 풍성한 결과를 얻기를 기도한다.
1. 공통 과목 - 독서
1) 1~3번
예상했던 대로 독서 지문이 출제되었다. 초인지(메타인지)에 대한 지문으로 특히 3번은 화법과 작문 영역을 연상케 한 문제였다. 조건을 잘 살폈다면 특별히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2) 4~7번
경마식 보도 및 관련 규정에 대한 지문이 출제되었다. 2024 수능특강 독서 137~141쪽의 지문과 상당히 유사하다. 다만, 수능특강에서는 선거 방송 보도의 종류에 주목하였다면 2024 수능에서는 ‘공직선거법’ 등 관련 규정과 관련지어 경마식 보도에 대해 기술하였다. 7번 문항이 조금 난해하다. 하지만 두 번째 문단을 세밀하게 읽었을 경우 충분히 답을 찾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3) 8~11번
출제된 비문학 중 가장 과학 기술 분야에 가깝다. 하지만, 6월의 촉매 활성 지문, 9월의 압전 효과 지문과 달리 통계와 관련된 내용을 다루었으며 특히, 6월 평가원 국어의 11번 같은 문항이 출제되지 않았으므로 과학에 약한 수험생들이 그리 어렵지 않게 접근했을 것이다.
이 지문 역시 2024 수능특강에서 '데이터 전처리'에 대해 다룬 지문과 밀접하게 연관되었다. 교재 199~202쪽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수능특강에 실린 지문보다 훨씬 쉽게 출제되었다. 연계 교재를 충실히 공부해야 한다는 수능의 대명제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문항이었다.
4) 12~17번
6월, 9월 평가원과 마찬가지로 (가), (나)형 지문이 출제되었다. 해당 지문에 배당된 점수만 해도 13점이므로,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읽어나가야 한다.
6월의 (가), (나)형 지문은 철학, 9월의 (가), (나)형 지문은 역사였는데 2024 수능의 (가), (나)형 지문도 역사 분야이다. 9월과 수능의 유사성을 엿볼 수 있다.
(가), (나) 지문의 ‘한비자’ ‘노자’ 역시 2024 수능특강 독서와 연계된 소재이다. 다만, 수능특강의 경우 (가)에서는 한비자의 통치론을, (나)에서는 마키아벨리의 통치론을 제시하여 두 통치론을 비교했다면 수능에서는 (가), (나) 지문을 나란히 제시하여 ‘노자’의 ‘도’에 대한 한비자와 유학자들의 해석을 비교하였다.
수능 국어 15번 문제의 경우 9월 평가원 15번과 유형이 동일하다. 즉, 두 사상가(유학자)의 입장을 유형화하여 해당 인물의 입장에서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이다. 이 경우, 15번 문제를 먼저 읽은 후 본문을 읽어나가며 각 인물의 입장을 O, X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9월 평가원의 15번의 경우 전체 문제에서 오답률 1위(68.5%)를 차지하였으므로, 수능 국어 15번 역시 이번 수능에서 오답률 TOP 3에 드는 준킬러 문항(킬러 문항에 가까운)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 15번 문항을 제외한 다른 문제들은 상당히 평이한 축에 속한다.
2. 공통 과목 – 문학
1) 고전 소설 – 작자 미상 <김원전>
2024 수능완성에 실린 <김원전>이 출제되었다. 작자 미상의 전기(傳奇) 소설이며 지하국 대적 퇴치 설화, 용궁 설화를 근원으로 한다. 수능에서 [중략 부분의 줄거리] 부분 이후의 내용이 수능완성 145~147쪽에 실려있다.
6월에는 <상사동기>, 9월에는 <숙영낭자전>이 출제되었는데 <김원전>과는 작자 미상의 소설이라는 점을 맥을 같이 하지만, 소설의 성격이 조금 다르다. <상사동기>, <숙영낭자전>은 대표적인 애정 소설인 반면 <김원전>은 주인공의 영웅적 면모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다만, <숙영낭자전>이 <김원전>과 마찬가지로 적강 모티프를 다루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수능완성에서는 <김원전>의 변신 모티프를 중요하게 다뤘지만, 수능에서는 인물 간 역할 및 관계, 대응 양상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21번이 3점 짜리로 출제되었으나 까다로운 문제는 아니었다.
2) 현대 시 – 김종길 <문>, 정끝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 수필 – 유한준 <잊음을 논함>
‘정끝별 <가지가 담을 넘을 때>’는 수능특강 연계 작품이며 ‘김종길 <문>’, ‘유한준 <잊음을 논함>’은 비연계 작품이다. <가지가 담을 넘을 때>의 경우 수능특강에서는 ‘삶의 의미, 가치’를 다룬 송수권의 <나팔꽃>과 함께 다뤄진 반면 수능에서는 수필 <잊음을 논함>과 관련하여 ‘대상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중심으로 문제가 출제되었다.(<가지가 담을 넘을 때>는 1학기 정규 수업 때 엄청나게 꼼꼼하게 다루었던 작품이다...)
6월에는 ‘고전 시가+수필’의 형태로, 9월에는 ‘현대 시 두 편+수필’의 형태로 출제된 바 있다. 2024 수능 역시 ‘현대 시 두 편+수필’의 형태로 세 작품이 한꺼번에 제시되었으므로 9월과 수능의 유사성을 또 엿볼 수 있었다.
(가) ‘김종길 <문>’이 생소할 수 있으나 23번 문제에서 자세히 설명했으므로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수능 24번의 경우 수능특강 109쪽의 4번과 상당히 유사하다. <가지가 담을 넘을 때> 작품의 수능특강 문제를 꼼꼼하게 분석한 수험생이라면 쉽게 문제를 풀었을 것이다.
3) 현대 소설 – 박태원 <골목 안>
1930년대 소설가 박태원이 출제되었다. 다만, <천변풍경>,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등 익히 알 만한 작품이 아닌, 다소 생소한 <골목 안>이 제시되었다. 비연계 작품이므로 문학이 친숙하지 않은 수험생들은 어렵게 느꼈을 것이다. ‘집 주름 영감’, ‘양 서방’ 등 수많은 인물 간 관계를 면밀히 파악해야 하는 지문이었다.
6월에는 최명익의 <무성격자>, 9월에는 양귀자의 <원미동 시인>이 출제되었는데, <원미동 시인>의 31번 문항과 <골목 안>의 31번 문항이 작중 서술자에 대해 설명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집중하여 꼼꼼히 읽어야 하는 문제들이었다.
4) 고전 시가 – 김인겸 <일동장유가> / 유박 <화암구곡>
마지막 공통 과목 파트에서는 고전 시가 두 편이 출제되었다. <일동장유가>는 수능특강에 실린 연계 작품, <화암구곡>은 비연계 작품이다. <일동장유가>의 경우 (중략) 이전 부분이 수능특강에 그대로 실려 있다.(<일동장유가> 역시 자세히 다루었다. 두 작품이나 출제되어 놀랐다.)
(나) <화암구곡>은 ‘강호에서의 만족감’을 주제로 한 연시조로, 낯설지만 어렵지 않은 작품이다. 6월에 출제된 권호문의 <한거십팔곡>, 9월의 출제작 정철의 <성산별곡>과 마찬가지로 자연 속 풍류를 소재로 하였다.
공통 과목의 경우 독서에서는 (가), (나)형 지문, 문학에서는 현대 소설 지문을 제외하고 난해한 문항은 없었다. 평가원의 바뀐 출제 방침에 따라 ‘킬러 문항’은 보이지 않았으나 올 6월, 9월보다는 까다로웠으므로 현장에서 느꼈을 체감 난이도는 다소 높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3. 선택 과목 -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의 경우 조건이 많고 복잡한 문항이 다수 있었다. 특히 40번 문항의 경우 타임어택으로 수험생의 발목을 잡았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화작을 선택한 수험생이 선택 과목을 마지막으로 풀었을 경우 45번 문항은 시간 부족으로 충분히 읽지 못하고 OMR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언어와 매체의 경우 화법과 작문에 비해 평이했다. 35~36번 지문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우는 훈민정음 기본자에 대한 것이므로 문법 공부를 충실히 한 학생은 쉽게 느꼈을 것이다.
특히 6월 평가원에서 중세국어 관련 내용으로 35~36번을 출제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6월의 언매 39번과 수능의 언매 38번은 상당히 비슷하다. 문법 역시 평가원 시험을 철저하게 분석해야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영역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택 과목의 경우 화법과 작문이 언어와 매체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졌다.
화법과 작문의 1등급 컷이 언어와 매체 1등급컷과 같거나 더 낮을 가능성이 클 것을 예상해 본다.
현재는 탐구 제1선택 과목 응시 시간이다. 곧 아이들은 한 시간 뒤쯤이면 상기된 얼굴로 고사장을 나선다.
수능 종료. 이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아이들이 마주할 새로운 시작이 두렵거나 낯설게 느껴지지 않도록 나 역시 마음가짐을 다잡고 다음을 준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