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시작하겠습니다.

두드리기 전까지는 그 안에 무엇이 기다리는지 알 수 없잖아요.

by 일상생존자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는 사람과, 계획 없이 일단 시작하는 사람. 나는 후자였고, 그래서 늘 후회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이상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일들은 모두 '일단 시작'에서 나왔는데 말이다. 올해 2월, 당근마켓에서 본 글 하나로 시작된 카페가 그랬다.

40대가 되니 현실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에 하던 일이 예전만큼 순탄하지 않았고, 아이가 태어나면서 지출은 늘어만 갔다. 근로소득과 기타 소득이 있었지만 뭔가 부족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불안했다'.

이것만으로 괜찮을까? 더 나이 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목을 조여왔다. 그래서 생각했다. 사업소득이라는 걸 한 번 경험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던 중에 처가댁에 큰 변화가 있었다. 제주에서 오랫동안 카페를 운영하시던 장인어른께서 작년 7월 육지로 사업지를 옮기신 것이었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아내는 산후조리 중이었는데도 밤늦게 새로운 카페의 로고를 직접 디자인했다. 메뉴판도 만들고 인테리어도 함께 고민하며 성심껏 도왔다. 나 역시 처가댁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응원했다. 하지만 카페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어서, 밤늦게 로고를 그리고 메뉴판을 만드는 아내 옆에서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게 미안했다. 그래도 아내가 집중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려 애썼다.

산후조리 중에도 밤늦게 작업한 처가댁 카페의 로고 디자인 초안. 아내의 정성이 담긴 손그림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부러움이었을까, 아니면 아쉬움이었을까. 나도 뭔가 새로운 일을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커져갔다.

2024년 11월 어느 날 오후였다. 습관적으로 당근마켓을 구경하고 있었는데, 한 글이 눈에 들어왔다.

"카페 양도합니다"

처음엔 그냥 지나칠 뻔했다. 하지만 뭔가가 발목을 잡았다. 처가댁의 카페 준비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로고 디자인, 메뉴 구성, 인테리어 선택... 그 모든 과정들이 생각보다 재미있어 보였었다.

클릭하는 순간 심장이 빨라졌다. 사진들이 하나씩 로딩되면서 작은 카페 공간이 드러났다. 생각보다 깔끔했다. 위치는... 지방 도시 터미널 근처, 그것도 백화점 안이었다.

그리고 양도 가격을 본 순간, 숨이 멎었다.

이 정도면... 진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보고 있으니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게 아니라, '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강박이 밀려왔다.

아내에게 말해야 할까? 아니다,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데.
하지만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사실 카페업이 완전히 낯선 건 아니었다. 처가댁의 준비 과정을 옆에서 지켜봤고, 무엇보다 아내가 카페업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도와주는 입장이었다. 내가 직접 카페를 한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커피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서비스업 경험도 없고, 인테리어 감각도 없는데 무슨 카페를?

그런데 자꾸 그 글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퇴근길에도, 아이를 재우고 나서도, 심지어 잠들기 전에도 그 작은 카페 공간이 떠올랐다.

그때는 몰랐다. 며칠 후 내가 급하게 원두 전문가를 찾아 헤매게 될 줄은. 그리고 매일 새벽부터 그 거리를 돌아다니게 될 줄도.

며칠 후, 나는 다시 그 글을 찾아 들어갔다. 아직 올라와 있었다. 연락처도 적혀 있었다. 손가락이 전화번호 위에서 맴돌았다.

시간이 촉박했다. 며칠 후면 중요한 출장을 떠나야 했고, 그전에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냥 물어나 보자.'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안녕하세요, 당근마켓에 올리신 카페 양도 건 때문에 연락드렸는데요..."

상대방은 생각보다 친절했다. 직접 보러 오시면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다고 했다. 그래서 약속을 잡았다. 그냥 구경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날, 그 작은 카페 앞에 섰을 때였다. 손바닥에 땀이 났다. 이번에도 그냥 구경만 하고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공간을 둘러보며 문득 안도감이 들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백화점이고, 대형 서점과 나란히 있는 자리였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뭔가가 확 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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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성공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며, 사람들은 이를 행운이라 부른다.' 그런데 행운이 올때 까지 기다리지 않는 나와 같은 이들에게 이 말도 전하고 싶다. 변화는 일단 시작한 자에게 찾아오며, 사람들은 이를 운명이라 부른다고."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