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준비보다 타이밍이 더 중요하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내 마음이 확 기울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백화점이고, 대형 서점과 나란히 있는 자리였다. 혼자서 무작정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이미 자리 잡힌 브랜드들과 함께하는 거라는 생각에 왠지 든든했다.
카페 양도자는 30대 후반의 남성이었다. 친절하고 차분한 인상이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른 곳에서 도넛카페로 성공한 후 2호점으로 이곳을 열었다고 했다.
"본점이 워낙 잘되다 보니 그쪽에 집중하려고 해서요. 여기도 나름 괜찮은 매출이 나오고 있는데, 두 군데를 동시에 관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도넛카페로 성공했다는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실패해서 정리하는 게 아니라, 성공한 사업자가 선택과 집중을 위해 내놓는 거라니. 오히려 더 믿음직했다.
매장을 둘러보며 그의 설명을 들었다. 위치 분석, 고객층 특성, 매출 패턴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체계적이었다.
지방 도시 터미널 근처라는 건 양날의 검이었다. 유동인구는 많지만 대부분 지나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7층이라는 위치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부러 올라와야 하는 곳, 즉 목적이 있어야 오는 곳이니까.
식당가 손님들의 동선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점심을 먹고 나서 커피 한 잔, 서점에서 책을 보다가 잠깐 쉬어가기, 백화점 쇼핑 중 휴식...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며칠 후면 세네갈로 출장을 떠나야 했다. 1주일간의 긴 출장이었고, 돌아와서 다시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사실 다른 분들도 관심을 보이고 계세요. 지금 1순위로 생각하고 있는 건 맞지만..."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당근마켓에 나 말고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날 오후,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숨을 고르며 말을 꺼냈다.
"여보, 오늘 카페 하나를 봤는데..."
아내는 처음엔 놀랐다. 당연했다. 나는 지금까지 카페에 대한 관심을 전혀 보인 적이 없었으니까.
"갑자기 카페가 왜?"
"그게... 당근마켓에서 우연히 봤는데, 조건이 괜찮아 보여서."
설명을 들려주자 아내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처가댁 카페 준비 과정을 함께했던 터라 질문들이 예상보다 전문적이었다.
"위치가 정확히 어디야?" "양도비는 얼마고 월 임대료는?" "지금 매출은 어느 정도 나와?" "왜 양도하려는 거야?"
내 대답은 아직 부족했다. 그냥 '괜찮아 보였다', '성공한 사업자더라' 정도였으니까.
"세네갈 출장 언제 가는데?" "이틀 후." "그럼 내일까지 결정해야 한다는 거네?"
아내의 말에 현실이 와닿았다. 정말 시간이 없었다.
다음 날 새벽부터 전쟁이 시작됐다.
우선 원두 로스팅을 하는 지인에게 급하게 연락했다.
"세진씨, 갑자기 부탁이 있는데... 카페 하나 좀 봐줄 수 있어요?" "카페? 갑자기?" "설명하면 길어. 일단 전문가 눈으로 한 번만 봐줘요."
다행히 흔쾌히 응해주었다. 하지만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지인도 바쁘고, 카페 양도자도 시간이 제한적이었다.
1일차 - 전문가와 함께 재방문
지인과 함께 다시 매장을 방문했다. 그는 나보다 훨씬 체계적으로 매장을 살펴봤다. 장비 상태, 동선 효율성, 원두 보관 시설까지.
"위치는 정말 좋아. 다만..."
가슴이 철렁했다.
"다만 뭐가 문제야?"
"문제라기보다는, 이 매장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해야 해. 유동인구는 많지만 테이크아웃보다는 매장 이용 고객이 많을 거야. 그럼 회전율보다는 객단가가 중요한데..."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며 내가 놓쳤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2일차 - 상권 분석의 시작
매일 그 7층을 올라갔다. 아침, 점심, 오후, 저녁까지. 식당가 손님들의 동선을 관찰하고, 서점에서 책을 보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다. 서점 이용객들도 가끔 주변을 둘러보며 쉴 곳을 찾았다.
'될 것 같은데!'
3일차 - 숫자와의 씨름
그날 밤, 엑셀을 켜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양도비, 월 임대료, 예상 매출, 원재료비, 인건비...
아내가 옆에서 함께 계산을 도와주었다.
"하루 매출이 최소 이 정도는 나와야 해." "그럼 하루에 몇 잔을 팔아야 하는 거지?" "테이블 회전율을 생각하면..."
숫자들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과연 이게 맞는 선택일까?
4일차 - 마지막 점검
출장 출발 하루 전. 마지막으로 매장을 방문했다. 이번엔 혼자였다.
7층에 올라가서 한참을 서 있었다. 카페 자리에서 주변을 둘러봤다. 식당가, 서점, 백화점 쇼핑객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아침에 문을 열고, 손님을 맞고, 커피를 내리고, 마감을 하는 모습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해야 할 것 같았다.
5일차 - 출장 전날 밤
가방을 싸면서도 머릿속은 복잡했다. 세네갈에서 일주일을 보내는 동안 이 기회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 다른 관심자들이 있다는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밤 10시가 넘어서야 결심이 섰다.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카페 양도 건으로 연락드린..."
"아, 네! 어떻게 생각해보셨어요?"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하겠습니다. 하지만 출장 때문에 계약서는 돌아와서 쓰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구두로라도 약속하시는 거죠?"
"네, 약속합니다."
"좋습니다. 다른 분들께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연락드릴게요."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로 세네갈로 떠났다. 그때는 몰랐다. 일주일 후 돌아와서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를...
다음 편에서는 세네갈에서 받은 충격적인 소식들과, 돌아와서 맞닥뜨린 현실, 그리고 드디어 2월에 문을 열기까지의 아찔한 과정을 이야기하려 한다. 정말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