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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May 27. 2019

디어 마이 류블랴나!

소박하지만 사랑스러운 슬로베니아의 수도, 연보랏빛 동화 속 도시


tvN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조인성과 고현정이 사랑을 싹틔우는 배경으로 나왔던 작은 도시이다. 얼마나 작냐면 동네 한 바퀴를 다 도는 데 채 30분 정도가 걸리지 않는다. 나는 지금 홍대에 사는데, 걸어서 홍대입구역에서 상수역까지 가는 게 체감상 더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쨌든! 내게 슬로베니아는 학창시절 사회과부도에서 나라 찾기 게임을 할 때면 늘 애를 먹으며 찾았던 그런 곳이었고, 사회과부도 밖에선 입에도 올려본 적이 없을 정도로 생소하디 생소한 나라였다. 나에게는 그랬지만 '디어 마이 프렌즈' 애청자이자 여행을 좋아하는 엄마픽 여행지였고 그런 이유로 11월 어느 날에 슬로베니아로 떠났다. 에어프랑스 AF267편을 타고 파리를 경유, 베네치아를 거쳐 자동차로 류블랴나로 이동하기로 했다.(류블랴나행 환승편이 있었지만 시간이 안맞아 돌아올때만 이용하기로 하고)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이런 루트로 이동한다. 버스표는 한국에서 엄마가 미리 예약해 두었다.(나는 사실 잘 모름) 



슬로베니아
발칸반도 북서부에 위치한 이라고 하면 너무 어렵고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사이에 끼어있는 작은 나라.
슬로베니아어를 사용하며 알프스에  있어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이다.
사회주의 연방이었던 탓인지 사람들은 대개 폐쇄적이고 특히나 동양인이 지나가면 신기하게 쳐다본다.
약 일주일간 슬로베니아를 여행하며 우리 외의 동양인은 기차역에서 한번 마주친 게 전부였다.
동유럽 산지라 추울까 걱정했는데 역시 추위로는 한국을 못 따라온다. 



류블랴나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하루 머문 베네치아


베네치아는 교통의 요지다. 예전에 크로아티아로 이동할 때에도 이곳에서 버스를 탔었고, 동유럽으로 가는 기차와 버스 편이 많아 동유럽 여행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버스는 말이 버스지 사설 업체에서 봉고차로 최대 8명 정도의 손님을 미리 예약받아 목적지로 데려다준다. 가격도 저렴하고 중간중간 휴게소도 들르며 재밌는 구경도 많이 한다. 엄마랑 나는 베네치아를 1. 사람이 너무 많아서 2. 냄새가 심해서 등등의 이유로 별로 좋아하지 않아 최대한 피하고 싶었지만, 교통편 때문에 별수 없이 왔다. 그래도 1. 피자가 맛있어서 2. 티라미수가 맛있어서 등등의 이유로 상쇄가 된다. 역 근처 호텔에서 하루 머물고 조식을 먹고 호텔 바로 앞에서 류블랴나로 가는 버스 기사님을 만나 류블랴나로 이동했다. 



크리스마스 시즌 류블랴나의 광장

저녁 어스름 류블랴나에 도착해 가장 먼저 마주한 풍경. 여기는 광장인데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크리스마스 마켓과 장식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관광객들이 많았지만, 파리나 런던에 비하면 소박하고 한가한 느낌까지 들었다. 연보라 연분홍 연하늘색 건물들과 금색 조명, 노점에서 파는 맛있는 소시지 냄새, 캐롤 음악 소리. 



@류블랴나를 상징하는 삼중교(Tromostovje, Triple bridge)

여기다! 디마프에서 봤던 장면! 작은 강줄기 위로 삼중교라는 멋진 다리가 놓여있고 핑크색 하늘까지 맘에 든다. 역시 사진은 아이폰 기본 카메라야 라는 생각을 하며 강변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기로 했다. 마침 또 주말?(금요일?)이라 온 동네 사람이 다 나와서 날도 추운데 테라스에 앉아 술을 마신다. 술집 말고도 이것저것 길거리 음식을 많이 파는데 프랑스처럼 바게트에 소시지를 꽂아서 파는 것도 있고, 슈크르트 같은 거랑 또 뱅쇼도 팔고... 가격도 싸고 천국이야! 



강변 옆 골목골목 크리스마스 장식들

골목마다 어느 골목이 제일 화려한지 경쟁이라도 하듯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았다.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를 가본 적이 있는데, 스트라스부르가 더 화려하고 돈을 많이 쓴(?) 느낌이라면, 류블랴나는 소박하지만 운치가 있었다. 주말 저녁의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작은 도시의 몇 없는 레스토랑들은 대부분 만석이었고 오랜 웨이팅을 할 자신이 없어 호텔로 들어갔다. 우리 호텔은 장담컨대 류블랴나에서 제일 큰 호텔이었다. 광장 바로 앞에 있었고 시설도 넓고 쾌적하며 직원들도 친절했다. 그런데도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에 만족도가 더욱 높았다. 조식 뷔페도 아주 좋았는데 일단 가짓수가 많고 밥이 있었다! 공항이나 기차역과는 거리가 있어서 택시를 이용했는데, 택시기사님께 호텔 이름만 말해도 단번에 알아듣고 무사히 데려다주셨다. 



@류블랴나 구시가지의 류블랴나 성((Ljubljanski grad)

해가 완전히 지니까 조명들이 더욱 화려하다. 특히 구시가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류블랴나 성이 갑자기 파란 조명으로 바뀌는데, 동화 속 드라큘라 백작이 살 것만 같은 분위기를 냈다. 오늘은 너무 힘드니까 내일 올라가 보기로 다짐을 하고 다시 광장으로 나가봤다.



@류블랴나 광장

엄청나게 큰 트리와 뒤쪽으로 보이는 성까지 예쁘다. 사람들도 북적북적. 유교의 나라 출신인 내게 크리스마스는 TV에서 특집 영화 해주는 날 혹은 맛있는 거 먹는 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지만, 그래도 유럽에 오니까 뭔가 내게 굉장히 중요한 날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은 블레드 호수에 가야 해서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조식을 든든히 먹고 호텔을 나섰다. 블레드 호수로 가기 위해서는 중앙역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버스 티켓은 매표소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 돌아오는 편까지 미리 예매를 해두어야 한다. 직원들이 모두 영어를 잘하고 친절해서 시간표랑 플러스알파 정보까지 얻고 좋았다. 버스를 타고 약 두시간? 남짓 걸려 블레드 호수에 도착했다. 하루에 버스가 몇 대 없으니까 절대절대 놓치면 안 된다! 좌석 수보다 더 많은 표를 파는 건지 늦게 가면 자리가 없어 못 탈 수도 있다. (표를 구매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튼 우리는 일찍 도착해서 전망대를 올라갔다가 점심을 먹고 귀가하는 일정이었다. 



커피마시고 본격 전망대 올라가기

체력이 그지인 나는 아무래도 두번은 못 오를 것 같다. 직각 경사에 당연한 말이지만 엘리베이터도 없고 정직하게 두 다리로 올라가야 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올라가며 보는 풍경이 예쁘지만 일단 눈에 안들어오고 숨차.



@전망대 중간지점

분명 오늘 날씨 흐리다고 했는데, 날씨가 아주 좋았다. 사진찍는다는 핑계로 중간지점에서 잠깐 쉬어가기.



@블레드 섬

다들 이 풍경을 보러 블레드호수에 오는 거겠지? 물론 날씨가 맑고 좋았지만 그래도 여름에 왔으면 더 예뻤을 뻔 했다. 사실 이 호수는 여름에 쨍한 에메랄드빛을 띄어서 더 이국적인 풍경을 준다. 그래도 뭐, 봤다는 데 의의를 두자. 다시 언제 내려가지? 여튼 전망대 꼭대기에는 레스토랑과 아주 작은 박물관, 기념품샵이 있는데 레스토랑에는 웨딩 화보를 찍으러 온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점령을 해버려서 못 들어갔다. 한자리도 없었다. 슬퍼라



@호숫가에서 본 블레드 성

밑에서 보니까 이렇게도 높은 곳에 있었구나. 다시 한번 올라간 내가 대견해진다. 호수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에 있던 블레드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배 시간을 잘 맞춰서 들어가야 한다. 왜냐면 괜히 배 탔다가 버스 못 타면 블레드 낙오 확정 



@블레드 초입에 위치한 유명 레스토랑

블레드 입구(버스정류장)에서 사람들 따라 호수로 내려오는 길 오른편에 위치한 레스토랑. @Gosilna Union Bled였나?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노란색 인테리어에 야외 테이블도 있었고 마을 초입에 있었다. 여튼 아주 맛있고 저렴하고 후식까지 좋았다. 보통 문어 샐러드를 많이 먹길래, 문어 샐러드랑 버섯 수프 메인요리로 스테이크랑 리조또 후식으로 다들 시켜 먹던 케이크까지! 동유럽에 오니 맛있는 음식을 싸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아 참 프로세코도 작은 병 시켜서 곁들였다. 맛있다~~~



@마지막으로 산책하고 버스타러 가는 길

4시 넘어가니까 해가 지고 확실히 산속이라 그런지 금방 어두워 진다. 방금전까지 파랗고 평화롭고 막 그랬는데 진짜로 드라큘라 나올 것 처럼 으스스해졌다. 천둥번개 치고 비 오는 날 에는 진짜 무서워서 나가지도 못할 듯. 버스 시간이 임박해서 버스를 타러 갔는데 분명 버스 한 대오는데 너무 많은 인파가 모여있었다. 결국 여차저차 타기는 했지만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갔다. 표를 왜 이렇게 파는 걸까? 늘 그렇듯 오는 길은 조금 더 짧았던 것 같다. 다시 류블랴나로 돌아왔다. 이제 내일은 피란(Piran)으로 또 먼 길을 가야 해서 호다닥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슬로베니아 여행은 확실히 준비하기가 어려웠다. 정보도 너무 없고 미리 예약되지 않는 교통편도 많고 외국인에게 호의적인 사람들도 아니거니와. 다만, 그래서 그런지 유럽 여행을 왔다는 사실이 더욱 새삼스러워진다. 모든 게 낯설고 도움받을 한국인도 없지만 그러니까 좀 더 이국적이고 도전적인(?) 여행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 물가가 싼 거는 덤이라 삼시 세끼 귀족처럼 먹부림 술부림도 가능한 건 너무너무 좋다. 크로아티아나 체코, 오스트리아를 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하루 정도 시간을 내서 류블랴나를 다녀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진짜로! 







글쓴이 초록
항상 서울을 그리워 하며 프랑스 거주
전 유럽 항공사 승무원 현재 모 잡지사 신인 에디터
부지런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병아리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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