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남친은 "남이사"라고 말했다

7살 차이, 연애에서 결혼으로

by 잇다



우리는 7살 차이의 만난 지 4년, 햇수로 5년 차 커플이다. 오빠는 나와 사귄 지 1,2주째 되는 날부터 나중에 나와 결혼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딱히 결혼 생각은 없었지만, 이 남자의 머릿속을 온통 나로 채우고 싶은 욕심에 "웅웅 결혼해야지! 나중에 꼭 결혼하자!"며 응하곤 했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연애 4년 차에 들어서게 되며 오빠가 진지하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우리 사이에 결혼 이야기가 나온 후로, 왜인지 오빠의 단점(ex. 나이가 더 적었으면, 키가 더 컸으면)을 샅샅이 파헤쳤고 나는 또 그걸 가감 없이 그에게 말했다. 그다지 대책도 없으면서.





결혼이라는 기쁜 주제를 두고 상처를 주고받던 며칠이 지나고, 어느 날 혼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국에 문제는 내게 있었구나 싶었다. 물론 오빠에 대한 몇 가지 아쉬움도 있겠지만, 그보다 나는 나 스스로가 아까웠던 거다. 정확히 말하면 내 나이가 아까웠다. 요즘 같은 세상에 스물여덟에 결혼한다는 것이 굉장히 바보 같은 선택 같았다. 지인 중에는 일찍 결혼하는 사람에 대해 '직장에 대한 욕심도 없고, 어리석고, 세상 물정 모르는 듯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이도 있었다.





도저히 확신이 없었다. 누구랑, 언제 해야 옳은 것인가. 그래서 나보다 어른이다 싶으면 꼭 붙잡고선 물었다. 대체 결혼 확신은 어떻게 하는 거냐고. 그런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내게 똑같은 걸 물었다.





그 사람이랑 결혼하면 행복할 것 같아?





그 질문을 받을 때면, 나에게로 정확히 꽂아오는 공을 받아내듯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네, 무조건 행복할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그러면 다시 돌아오는 대답은 "그럼 결혼해, 뭐가 문제야? 그런 사람 만나는 거 생각보다 어려워. 어쩌면 평생에 다시 못 만날 수도 있어."였다.





나는 어떤 문제가 있으면 여러 방법으로 조언을 얻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편이다. 때문에 결혼에 두 발자욱쯤 가까워졌다고 느낀 어느 날,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보았다. 키워드는 [결혼해도 되는 남자]였고 생각지도 못했던 조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다소 팔불출 같지만 남자친구는 하나하나 통과하고, 또 합격했다.





갖가지 요건 중에도 유레카! 를 외쳤던 지점은 <이 남자가 내 자식의 아버지라면? 더 나아가 지금 나의 아버지라면?>이었다. 확신이 89%에서 98%로 끌어올려진 순간이었다. 그가 나의 아버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이미 연애하며 몇 번이고 했다. 내가 그의 딸이라면 정말 똘똘하고 행복한 사람이 될 것 같은 상상도 했더랬다. 나는 진심으로 오빠를 존경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른 사람의 프레임에 맞추어 오빠를 이리저리 끼워 맞추다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오빠는 이 정도 확인하면 됐고... 근데.. 나는? 나는 결혼할 만한 사람인가?





나는 소비습관이 엉망이고 할 줄 아는 요리는 하나도 없다. 한평생 오빠만 사랑할 수 있을 것인가란 질문에도 자신이 없고, 들쭉날쭉한 성격도 나조차 감당이 안될 때도 있다. 꽤나 충동적이어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하고, 없던 약속을 만들어 이따금 오빠를 당황시키기도 한다. 아이는커녕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이런 내가 결혼을 해도 될까?





오히려 오빠가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약간의 부끄러움을 느꼈다. 시골길을 드라이브하던 어느 오후, 이 걱정에 대해 물었다. 실은 내가 인터넷에서 결혼해도 되는 사람을 엄청 검색해 봤는데 오빠랑 딱 들어맞더라고, 근데 보다 보니 되려 내가 너무나 부족한 사람이더라고. "그런데, 오빠는 나 같은 여자 괜찮아?"





남자친구는 일찍부터 나와의 결혼을 꿈꿨고, 그래서 얼마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본인도 이미 많이 찾아봤더라고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다 보고서 느낀 건. 남이사였단다. ㅋㅋㅋㅋㅋㅋ 시원한 세 글자에 왠지 안도감이 들었다. 오빠는 이런 나라도 괜찮구나, 그리고 남의 시선이나 말은 신경 쓰지 않는구나.





생각해 보면 내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게 바로 그날이었던 것 같다. 오빠의 말을 듣는 순간 뇌 회로가 정지되면서 '아, 그러네? 남의 말이네?' 싶었다.





결혼할 사람의 조건, 결혼 적령기 등 세상이 만들어 놓은 조건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저 다른 사람의 기준일 뿐이었다. 아 물론, 중요하지. 결혼 선배들의 조언~ 인생 선배들의 조언~ 그런데, 그거 말고 진짜 내 생각은 어떻냐고.





한동안 결혼을 핑계로 오빠를 괴롭혔던 나를 반성한다. 오빠는 정말 좋은 사람인데. 오빠는 정말 따듯한 사람인데. 나 또한 오빠를 정말 사랑하는데.





같이 있을 때면 이보다 재밌고 즐거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한걸. 왜 그렇게 긴긴밤을 고민했나 싶다. 너와 앞으로도 평생 더 더 행복하고 싶다.






-2022.8.24 결혼을 고민하던 어느 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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