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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Apr 16. 2024

7살? 나이 차이 너무 나는 거 아냐?

한번 큰 숨을 내쉬고 "7살 차이 나요"



7살 차이인 오빠가 너무 좋고 단점이 보이지 않았을 때였다. 한창 잘 사귀던 중에, 주변에서 "나이 차이 너무 많이 나는 거 아니야?"라는 걱정 어린 말을 했다. 별안간 '내가 인생 경험이 많은 오빠의 계략에 꾀어 속아 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덜컥 겁이 났다. 내재된 불안이 있는 사람인지라 곧바로 검색에 들어갔다.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나이 많은 남자와의 연애는 실제 우리 연애와는 달리 단점 투성이었다. 

     상대적으로 성숙한 이성을 만나다 보니,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을 무시하게 되는 경향이 생김   

      나이 어린 이성을 좋아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사람일 가능성이 큼   

     또래 이성보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므로 몸이 편한 연애(자차 있음, 데이트 비용 부담)에 어린 나이에 적응해 버림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풋풋한 연애를 할 수 없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됨   

     남자 쪽에서 스킨십에만 몰두할 가능성이 있음   



관련 글들을 죽 보다 보면 '인생의 진도가 비슷한 사람을 만나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라'는 조언이 많았다. 정말 그럴까?




나는 20대 초반부터 몇 번의 연애 경험이 있고, 갑과 을이 모두 되어 봤다. 내가 좋아하는 연애, 나를 좋아해 주는 연애는 물론, 짝사랑 분야에서도 내가 직접 해보기도, 받아보기도 했다. 동갑부터 7살 차이까지 여러 연령대를 만났고, 수많은 감정과 생각이 나를 거쳤다. 결국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사람이란 걸 깨닫기에 충분하고도 귀한 시간이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누구라고 콕 짚을 것도 없이 전全 연애 경험 덕분이다. 나이가 어려도 성숙한 친구가 있었고, 나이가 많아도 미성숙한 친구도 있었다. 연애에 대한 생각은 잠시 멈추고 주변을 돌아봐도, 성숙함이 나이에 비례하진 않는다는 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가족도, 친척도, 직장을 봐도 그렇다. 동갑을 만나든 n살 차이가 나든 연애의 형태는 항상 비슷하다. 궁금하다-설렌다-사귄다-질린다-헤어진다. 함께 성장.. 이라기보다는 각자 성장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서라기보다는, 내 안에서 피어나는 모든 것들이 나를 키웠다.







한편 누구나 자신의 성장에 촉진제가 되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 나는 그 사람이 지금의 남자친구이다. 잘 울고, 잘 슬퍼하고, 잘 게을러지고, 잘 고민하는 나를 단 한 번도 다그친 적이 없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매일 놀면서도 잠들기 전엔 베갯잇을 적시던 시절이 있다. 내가 봐도 한심한 나날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는 나를 단 한 번도 한심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 내가 나를 놓은 순간에도 이 사람은 나를 놓지 않았다.




언젠가 그런 오빠가 이해가 되지 않아 물은 적이 있다. 오빠는 내가 한심하지 않았느냐고. 오빠가 답했다. "나도 조금 답답하긴 했지. 근데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이었나? 어느 책에서 읽었는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 훤하더라도, 그 사람이 가고픈 길을 걷도록 두는 것이 진짜 존중이래. 잇다도 곧 스스로 깨닫게 될 거라고 마음속으로 믿고 있었어." 오빠는 항상 정답을 알고 있다. 오빠의 말처럼 나는 이 대화를 하기도 한참 전에, 이미 정신을 차리고 시험에 집중했었기 때문이다.




또 내가 시답잖은 고민을 하며 찌질하게 있을 때면, 늘 나의 장점을 환하게 비추며 그 속에서 꺼내주었다. 너는 대단한 사람이다, 너는 할 수 있다, 너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다라고, 되새겨 주며. 그렇다고 엄청 진지한 태도로 말하지도 않는다. 그저 숨 쉬듯 자연스럽게 나를 소중한 기분으로 감싼다.




지금도 성장 중에 있지만, 평생 성장할 계획이지만. 어쨌거나 남자친구는 내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좋은 본보기였고 나침반이었고 롤모델이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그렇다. 나는 진심으로 남자친구이자 이제는 곧 남편이 될 사람을 깊이 존경한다. 게다가 대화가 즐겁고 의외로 대단한 장난꾸러기다 보니 함께하는 1분 1초가 행복하다. 여러모로 유려한 사람이기에 존경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다.




하여튼 내가 하고픈 말은, 단순히 나이 문제로 연애를 지속하느냐 마느냐 얘기하기엔 이제는 촌스럽지 않나?라는 거다. 확실히 확률의 문제는 존재한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또래보다 위험 부담이 크다. 나이가 어리니 휘둘리기 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내'가 객관적인 판단력이 떨어질 때의 문제다. '내'가 사람을 잘 본다는 확신이 있다면, 즉 보통 이상의 직관력이 있다고 자부한다면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일단 연애를 시작했다면 내 마음이 식거나 상대방이 별로가 아닌 이상, 오로지 '나이'라는 이유로 헤어질 건 아닌 것 같다. 나이차이 많이 나는 연애에 대한 환상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나이 많은 사람을 원래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좋아하는데.. 어라, 나이가 많네?>가 맞을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의심하지 말자. 이 사람의 깊이와 인성, 좋고 나쁨은 남들보다 내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 가능하다.




당연히, 건강이나 앞으로의 경제력을 위해서나 나이가 어리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실제로 나도 오빠에게 자주 말한다. "아~ 진짜 오빠가 딱 몇 살만 더 어렸으면 좋겠다! ㅠㅠ 오빠 왜 나보다 그렇게 일찍 태어났어?"라고 틈만 나면 괴롭힌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아쉬움일 뿐이다. 사랑의 아름다움을 눈으로, 마음으로 확인했다면 믿고 나아가자. 나와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자.




-2022.10.2. 결혼을 결심한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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