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에피레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나 Jun 28. 2024

복잡한 관계, 가족

2월의 에피레터 키워드 : 관계

복잡한 관계, 가족

저는 20살이 되자마자 독립해서 벌써 7년째 자취를 하고 있는데요. 4년간의 유학생활동안 느낀 점이 있었어요. 바로 가족과의 관계는 적당한 거리가 있을 때 더 애뜻해진다는 것. 코로나 시기와 겹친 졸업 후 1년동안 잠깐 본가에 들어가서 살았는데, 세상에 제가 그렇게 짜증을 많이 내는 딸인줄 그 때 알았어요. 유학 시절에는 주에 4~5번 영상통화하며 서로 그렇게 애뜻한 관계였는데 말이죠...

그리고 취업을 하고 서울로 다시 독립을 하게되었는데, 2~3달에 한번씩 들리는 본가에서 왜 이렇게 짜증이 많아지는지 모르겠어요. 서울에서 혼자 살면서 가족이 보고 싶은 적이 참 많았는데, 막상 옆에 있고 함께 시간을 보내면 마음에 안드는 부분만 눈에 보이더라구요. 

제가 나이를 먹는 만큼, 부모님도 나이를 먹고 인간의 삶이란 유한해서 지금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특히 가족과의 관계는 많이 어려운 것 같아요. 밖을 보면 화목하고 다정한 가족들이 많은데 막상 우리집은 맨날 싸우고 소통 안되고 오해하는 모습들이 너무 답답하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제가 가족 유튜브를 많이 봐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예: 해주, 카야라니, 거누파파네)

그래서 지난 추석에는 '이 구질구질한 집구석 보기 싫다'고 장난으로 엄마에게 말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항상 화목하고 행복하지 않더라도 그래도 함께 구질구질하게 살아가는 것. 그게 가족이야' 

말해놓고도 아차 싶었어요. 구질구질이라니, 아무리 엄마라도 그런 말을 들으면 섭섭하지 않을까. 다 이렇게 산다고. 구질구질해도 함께 시간 보내면서 투닥거리면서 사는게 가족이라는 말을 들으니까, 내가 너무 이상적인 것만 바라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나이가 들수록 가족에 더욱 감사하는 제가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기대하는 것들이 많아져서 자꾸 실망하는 제가 보였어요. 제가 유튜브를 보면서 부러워했던 가족들도 각자 본인들의 사정이 있을 것이고 누군가에겐 우리 가족이 화목해 보일 수 있는데 너무 욕심이 많았구나. 그래도 이렇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음이 참 감사한 일이구나. 

알고 있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르기에 머릿속으로는 '매사 가족에 감사해야한다' 생각하면서도 이번 설날에도 본가 내려와서 짜증부릴 제 모습이 눈에 선해요. 세상에서 누구보다 소중한 관계이면서도 솔직해지기 어렵고 쉽게 투정부리기 쉬운 가족이라는 관계, 아직은 어떻게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 딸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아빠가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면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이 참 와닿는데 말이죠. 

누구보다 가깝지만 누구보다 복잡한 관계인 가족, 설날을 보내고 나면 더 많은 이야기거리가 생길 것 같아요. 이번 설날은 평화롭게 보내길 기도하며, 다들 2024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다음주에 행복한 저로 돌아올게요! 



새해 뜻하는 바 모두 이루시길 바라며! 늘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 되세요�

미뇽�


저도 비슷한 경험이 많아서 읽으면서 무척 공감했어요!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뜻깊은 레터였습니다. � 모두 편안하고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현의�


에피레터(ep.letter)를 소개합니다

에피레터는 매달 한 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현의/미뇽이의 에피소드를 메일로 보내드리는 뉴스레터입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여 에피레터 최신호를 매주 수요일, 금요일에 무료로 받아보세요.

https://maily.so/journaletter   

매거진의 이전글 세상에서 가장 쉽게 변하는 것,그것은 인간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