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편두통

우즈벡 사업일기

by 라나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온다..깨질듯이 아파온다..아주 깨질듯이..


1월에 우즈벡에 도착해서 2월까지는 적응하는 기간, 2월부터 3월은 강사로서 능력치를 높이는 폐관수련의 기간으로 삼고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있는 중이다. 인스타 광고를 해서 모객도 해보고 한달, 5주 온라인 그룹 수업을 오픈해서 수업도 하고 있다. 열댓명의 학생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스스로도 가르치는 내공이 생기고 있어서 요즘 거의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을 했다.

그런데 이틀 전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살면서 두통이란건 감기 걸렸을 때나 느껴봤지 약을 먹어도 계속 머리가 아픈 적은 처음이어서 덜컥 겁이났다. 안전 예민증인 나는 몸이 조금만 아파도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약을 먹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나를 더 무섭게 만들었다.

이럴땐 엄마한테 전화해야지.. 평소엔 바빠서 거의 전화도 못하고 매일 수업만 하고 살고 있는데 오늘은 집에 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한국은 이미 12시가 지난 시간이지만 모르는 것이 생기면 물어볼 곳은 엄마 뿐이다.

머리가 아프면 약을 먹으라고 했다. 사실 최근에 생리통이 심해서 진통제를 매일 먹고 있는데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랬더니 엄마가 그건 두통이 아니라 편두통인 것 같다고 했다. 참-내 진짜 어이가 없다. 이제 어떻게 하면 알 것 같아서 스퍼트를 내려고 하는데 이럴 때 마다 몸이 브레이크를 밟는다. 회사를 다닐때는 하기 싫은 마음이 장애물이었다면, 지금은 내 의지를 따라주지 않는 몸이 야속하다. 살면서 두통이라는거 겪어본 적도 없는데..

약을 먹으라는 엄마의 말에 내 머리는 다른 방향으로 굴러간다. 나의 이상한 사고방식으로는 머리가 아프다는건 몸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 건데 그 증상인 통증만 약으로 없앤다고 괜찮을까? 왜 아픈걸까?하는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참내 .. 그냥 아프면 병원을 가 ... 한국에서는 그렇게 잘만 가던 병원을 우즈벡에 오니까 괜히 가기 싫고 스스로 안아키가 되려고 하는 듯 하다. 암튼 현지 병원을 가기 싫으면 타슈켄트에 있는 한의원이라도 가라는 엄마의 말을 듣기로 했다. 마침 내일은 수업이 아침, 저녁에만 있어서 낮에 시간이 좀 빈다. 한방병원에 가서 침이라도 좀 맞던지 해야지 ..

편두통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던데 너무 억울하다. 최근의 나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있는데.. 스스로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몸이 지 멋대로 스트레스를 쪽쪽 빨아들이니까 너무 억울하다. 내 시간과 열정을 쏟아부어서 빨리 결과물을 만들고 싶은데 자꾸 제동이 걸릴 때 마다 답답하다.

회사를 다닐 땐 내 의지가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지금은 내 의지 말고도 나에게 제동을 걸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내가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 없음을 느낀다. 몸이 건강해야 일에 집중할 수 있다. 내일은 다른 걱정말고 병원에 다녀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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