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걸었다. 하지만 진짜로 모든 것을 걸면 안된다.
잊고 살았던 건강의 중요성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하고 2달간 거의 쉬지 않고 일만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쉬어야지'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동안 꿈꿔왔던 내 일을 한다는 것이 좋아서,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조금씩 성과가 나는 것이 재미있어서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며칠 전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편두통이었다.
목어깨, 허리 통증은 살면서 항상 나를 따라오는 친구와 같은 존재들이었다. 이 친구들은 내가 부지런히 운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게을러지면 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편두통이라는 초대하지 않은 손님은 한번도 내 곁에 온 적이 없는 새로운 존재였다. 머리가 아파봤자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나서 머리가 아팠지, 이런 류의 통증은 느껴본 적이 없는데... 몸의 작은 증상도 확대 해석하는 나는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그거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편두통이 생긴거야'
Oh NoooooOOOoooOooo
스트레스?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정말로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여기서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온전히 하고 있다고 믿었으니까. 게다가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낯선 땅에서 내 능력을 하나씩 시험해보고, 하나씩 이뤄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왠지 모를 자부심마저 생겼다. 그런데 몸은 나와 생각이 달랐나보다.
편두통이라는 놈은 아무런 낌새도 없이 찾아와서는 내 일상을 흔들어 놓았다. 그동안 다양한 실험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로 이제 방법을 알게 되었는데, 스퍼트를 내려고 할 때 몸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아침 수업을 끝내고 나면 머리가 아파온다. 말 그대로 깨질듯이 아파서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래도 이것까진 해야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수업과 수업 사이 쉬는 시간이 생기면 손을 내려놓고 잠시라도 눈을 감아야만 살 것 같았다. 이럴수가... 나는 달려야한단 말이다!!!
주변의 프리랜서, 사업가 선배들에게 내 상황을 공유했더니 그건 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불안'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내 것을 만들기 위해 몰입하고 헌신하는 것도 좋지만 몸에서 이런 '신호'를 보낼 때 빠르게 알아차리고 쉬는 것이 중요하다고. 오히려 지금 깨달았으니 몸이 신호를 보내면 그 순간 모든 것을 멈추고 쉬어보라고 했다. '아니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요!?!'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1인 사업가에게 건강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였다. 내가 아프면 이 사업은 진행될 수 없다. 그 사실을 한번 더 인지하고 나니 몸이 나에게 보낸 SOS 신호가 좀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편두통이 찾아온 후 부터 쉼에 대한 고찰을 시작했다. 자기 전 누워서 유튜브를 보는 것은 마치 쉬는 것 같지만 사실은 뇌를 괴롭히고 있는 시간이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뇌를 쉬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억지로라도 내 일상에 ‘틈’을 만들기로 했다. 자기 전 휴대폰을 멀리하고 일단 눕는다거나 불안이 심해질 땐 필사를 하며 그 순간에 집중해보기로 했다. 당장 편두통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과정 속에서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짐을 느꼈다.
낯선 땅에서 나만의 길을 개척하는 건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하지만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하면 그 매력도 결국 바닥을 보이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몸이 아픈 후에야 다시 깨닫는다. 이곳에서 앞으로 더 오래 달리려면 애초에 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달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준비는 ‘쉬어가는 여유’에서 시작된다는 걸 지금 비로소 배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