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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관우 Apr 05. 2020

저 결혼을 어떻게 말리지?

프롤로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3월의 어느 주말, 강변북로였다. 라디오에서는 남편 때문에 못 살겠다는 아내의 사연이 소개 됐고, DJ는 결혼이 다 그런거 아니겠냐며 덤덤하게 다음 사연을 소개했다. 그러니까... 그러면 안 되는거 아니냐고 결혼이. 왜 불행이 당연해야 하냐고.


 어쩌면 나도 덤덤했을까.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혼자 살지 않았다면. 굳이 남들이 박봉이라며 애잔하게 보는 방송작가 일을 하지 않았다면. 평범한 게 가장 어려운거라는 걸 몰랐을 때 애써 평범 하려고 노력해서 직장생활을 했더라면. 그러니까... 먹고 사는 일이 이보다 덜 치열더라면.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해보겠다고 발버둥치지 않았다면. 그래서 남들 쉬는 주말에도 꾸역꾸역 미팅을 나가느라 강변북로를 달리면서 이 라디오를 듣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왜 결혼은 당연히 불행이 되야하냐고’ 혼자 씩씩거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금과 다른 궤적의 삶을 살았다면 이미 결혼을 했어도 이상할 나이가 아니고, 친구들과 모인 술자리에서 ‘니들 그때가 좋은거야. 결혼? 미쳤냐. 하지마.“ 라고 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저 라디오의 사연을 내 아내가 보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정말 모르겠는 일이다. 왜 본인의 아내를, 남편을 험담하는 농담이 보편적인 농담이 될 수 있는지. 결혼이 곧 행복이 아니란 걸 알았을 땐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고. 하지만 결혼을 안 할 수 없는 건 아니냐고. 남들도 다 참고 살길래 자기도 참고 산다고. 심지어는 결혼을 하고 나니 그런 사람인 줄 몰랐다며 억울해 하는데,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일거란 말은 속으로만 했다. 안 들렸지? 


 분명 누군가는 말렸다고 했다. 그때 그 말을 들었어야 했다고.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모르겠다고. 그렇지, 급하게 결정할 일은 아니지 않냐고 결혼이. 아무것도 모를 때 얼른 해서 그냥 저냥 사는 게 속 편하다고. 지나고서 돌아보면 거기서 거기인 일이겠지만 그건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말 아니냐고.


 서른이 넘어가니까 오랜만에 연락 오는 친구에겐 “그래서 언제야?”라는 답장을 하게 된다. 그냥 카톡으로 보내래도 굳이 얼굴보고 주고 싶다며 찾아온 친구는 청첩장을 올려두고 ‘아직 모르겠다’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미 청첩장을 돌릴 만큼 돌렸고, 신혼여행 숙소 예약도 끝냈고, 새로 산 가전제품들은 할부가 어마무시하게 남았다며 자기는 이렇게 먼저 가겠단다. 방금 커피 뭐 마실까 이걸로도 한참을 고민하던 애가 맞나 싶은거지. 물론, 고민한다고 달라질 답은 아니지만... 그대로 진짜 할 거야? 


 얘길 들어보니까 난 좀 아닌 거 같아서 그래.

 그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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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립출판으로 발행 이후 정식 출간된 에세이 <저 결혼을 어떻게 말리지?>의 일부 에피소드를 브런치에 올려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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