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삶이 답답한 이유를 모르는 걸까, 모른 척하는 걸까?
솔직히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른 척'한 쪽이다. 뭐가 막혀 있는지 대략 알고 있었지만, 그걸 지금 바로 들여다보면 감정 부담도 크고 현실적인 조정도 필요해져서 계속 "지금은 아니다." 하고 미뤄뒀다. 바쁘다는 핑계 속에 자연스럽게 덮이기도 했고. 결국 방향은 알고 있었는데, 마주할 시간도, 힘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하고 있는 셈이다. 한 마디로 회피 중인 거지.
2. 올해 가장 잘한 선택은 무엇인가?
운전 연수를 받기로 한 결정은 실용적인 차원을 넘어서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컸다. 늘 "해야지." 하면서도 미뤄두던 걸 실제 행동으로 옮긴 데서 오는 변화도 있었고, 생활 반경이 넓어진 건 확실히 체감됐다. 그리고 이 선택의 무게를 제대로 느낀 순간은 엄마가 "막내가 운전하니까 엄마가 요즘 행복하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였다. 단순히 편해졌다는 차원이 아니라, 내 행동이 엄마의 일상과 감정에 실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었다는 뜻이었으니까. 그래서 올해 했던 결정 중 가장 잘했다고 확신할 수 있는 선택이 됐다.
3. 나는 누구와 함께 있을 때 가장 '나'다웠는가?
'나다움'이라는 말 자체가 범위가 넓어서 딱 잘라 정의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꾸밈없이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순간을 떠올리면 남자친구와 있을 때가 가장 가깝다. 불필요하게 조심하거나 사회적 필터를 세울 필요가 없고, 감정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관계다. 업무적인 태도나 역할 의식이 끼어들지 않아서,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자연스럽다.
4. 나는 누구와 함께 있을 때 가장 '나답지' 않았는가?
올해 여러 사람을 만났지만, 직무 커뮤니티에서는 평소의 내 리듬을 그대로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HR이라는 특성상 말과 행동을 더 정리하고, 대화의 흐름이나 분위기도 알아서 챙겨야 했다. 자연스러운 성향보다는 '전문가 모드'가 먼저 나왔고, 그 공간에서는 역할이 앞섰다.
게다가 나는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낮은 편이라,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날이면 유난히 피로감이 크게 몰려왔다. 그런 순간에는 더더욱 '나다운 모습'은 뒤로 빠지고, 역할 수행에 집중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래서 가장 나답지 않았던 자리도 결국 직무 관련 커뮤니티였다.
5. 내가 요즘 반복하는 행동이 나를 키우고 있는가, 갉아먹고 있는가?
갉아먹고 있다. 반복되는 루틴이 안정감을 주긴 하지만, 동시에 변화를 막고 있었다. 편하긴 한데, 그 편안함이 길어지면 결국 제자리걸음이 된다. 지금의 일상은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라기보다 성장 속도를 늦추는 안전지대로 굳어져 버렸다. 그래서 이제는 패턴을 다시 짜야 한다. 익숙함에 머무는 대신, 조금 불편하더라도 방향을 다시 잡고 움직여야 한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다. 머리로는 다 아는데 왜 이렇게 움직이기가 귀찮냐,,,
6. 누군가의 칭찬이 사라지면 나는 바로 초라해지는가?
아니다. 칭찬이 있으면 기분 좋은 건 사실이지만, 그게 없어졌다고 해서 내 가치가 갑자기 흔들리진 않는다. 최소한의 자기 신뢰는 갖춰져 있고, 타인의 평가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스타일도 아니다. 칭찬은 참고 정도이지 중심축이 아니다.
7. 나는 무엇 때문에 울었고, 무엇 때문에 울지 못했는가?
사실 나는 원래 잘 우는 편이 아니라서, 언제 울었는지 또렷하게 떠오르는 장면이 많지 않다. 딱 기억나는 건 남자친구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던 순간들, 혹은 '폭삭 속았수다'를 보면서 괜히 우리 부모님 생각났던 순간들,,,? 결국 울었던 이유는 대부분 사람과의 관계였다. 긴장, 오해, 실망 같은 것들이 일정 선을 넘으면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반대로 울지 못했던 순간은 현실적인 이유가 컸다. 퇴사 문제처럼 감정적으로 무너지고 싶어도 쉽게 무너질 수 없는 상황들이 있었다. 책임감과 압박이 뒤엉켜서, 눈물이 난다기보다 '버텨야 한다'가 먼저였다. 선택지가 제한적이어서 감정을 잠시 보류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울지 못한 채 넘어간 순간들이 생겼다.
정리하면, 관계 때문에 울었고, 퇴사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울지 못했다.
8. 인간관계가 내 미래를 끌어올리고 있는가, 끌어내리고 있는가?
인간관계에는 양면성이 있다. 어떤 이는 내 성장의 발판이 되지만, 어떤 이는 익숙함을 무기 삼아 나를 제자리에 묶어둔다. 그렇다고 곁의 사람들을 모두 바꿀 필요는 없다. 다만 나를 갉아먹는 해로운 관계는 분명히 거리를 두되, 그 빈자리에 나를 깨우고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이들을 위한 공간을 조금 더 내어주려 한다. 소중한 이들이 주는 안온함은 지키면서도, 성장을 위한 긴장감 또한 놓치지 않는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다.
9. 올해 나에게 상처 준 사람을 어떻게 대했는가?
정면으로 맞서기보다 적당히 넘기는 쪽을 택했다. 이해해서가 아니라, 굳이 그 상황에서 감정을 쏟으며 부딪히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겉으로는 유연하게 넘겼어도 마음속엔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 상처 준 사람에 대한 분노보다, 무례함 앞에서 '그건 아니지'라고 선을 긋지 못한 찝찝함이 뒤늦게 발목을 잡는다. 결국 용서한 것이 아니라, 그저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해 방치한 셈이다. 그럼에도 그런 사람은 그렇게 서서히 멀어지겠지.
10. 그 일을 피한 이유는 '두려움'인가, '불필요함'인가?
사실은 두려움이 컸다. 굳이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려 애썼지만, 본심은 그 일을 시작했을 때 겪을 시행착오와 '노력해도 안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무서웠을 뿐이다. "어차피 해도 안 될 일에 힘 뺄 필요 없다"라며 에너지 낭비를 따졌던 건 사실 비겁한 핑계였다. 나는 그저 나의 컴포트 존을 내 손으로 허물었을 때 닥쳐올 결과가 두려워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듯하다.
11. 올해 나를 도운 사람에게 충분히 고마움을 표현했는가?
마음으로는 깊이 감사했지만, 막상 밖으로 내뱉은 말은 짧고 투박했다. 낯간지럽다는 핑계로 '말 안 해도 알겠지' 하며 적당히 넘긴 적이 많았다. 내가 힘들 때 받았던 절실한 도움에 비해, 내가 돌려준 표현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움은 제때 표현하지 않으면 결국 갚지 못한 마음의 짐으로 남는다는 걸 알면서도.
12. 나를 괴롭히는 건 사람인가, 내 반응인가?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건 맞지만, 그 고통을 길게 끌고 간 건 내 반응이었다. 스쳐 지나가도 될 사소한 말들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상대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추측하며 스스로를 괴롭혔다. 객관적으로 보면 별일 아닐 수 있는 상황을 내 주관적인 해석으로 훨씬 더 크게 부풀렸던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외부의 자극을 통제할 수 없다면, 적어도 그것을 해석하는 내 방식만이라도 조금 더 단순해질 필요가 있다.
13. 나를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집착은 무엇이었나?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강박이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타인의 평가에 지나치게 신경 쓰느라, 누군가 나를 오해하거나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온종일 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대의 기분을 살피느라 정작 내 감정이 소모되는 것은 뒷전이었다. 결국 남들의 기준에 나를 맞추려 애쓰느라, 내가 진짜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는 놓치고 살았던 듯하다. 알면서도 쉬이 고쳐지지 않는 나쁜 습관.
14. 도망을 '휴식'이라고 착각한 적은 없는가?
자주 그랬다. 당장 끝내야 할 일을 앞에 두고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낼 때, 내 마음은 결코 편하지 않았다. 그건 재충전이 아니라 그저 불안함을 잠시 잊어보려는 미루기였을 뿐이다. 진정한 휴식은 마음의 짐을 덜어냈을 때 오는 것인데, 나는 뒷감당이 걱정되는 상황에서도 일단 눈앞의 문제에서 고개를 돌려버리고는 그걸 휴식이라 이름 붙였다. 결국 쉬어도 쉰 것 같지 않은 찝찝함만 남았을 때가 더 많았다.
15. 내가 원하는 삶을 정말 '원하고' 있는가, 그냥 말버릇인가?
어쩌면 내 목표는 간절한 욕구라기보다 습관적인 '말버릇'이었을지도 모른다. 정말로 그 삶을 원했다면 내 하루의 시간표가 조금이라도 그 방향에 맞게 바뀌었어야 했다. 입으로는 변화를 말하면서 정작 행동은 예전과 똑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그것은 진심이라기보다 막연한 바람에 불과하다. 이제는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기보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16. 더 이상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다는 사실'. 그동안 끊임없이 나의 가치를 결과물이나 타인의 인정으로 증명하러 애써왔음을 인정한다.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건 내가 알고 있으니까, 누군가에게 '나 이만큼 했어'라고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아닌, 나를 위한 움직임에 집중하도록 하자.
17. 가장 사랑이 충만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남자친구와 가까운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았던 시간들, 고양이들의 죽음을 마주하며 삶의 소중함을 되새겼던 순간, 그리고 내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엄마가 행복하다고 말해주던 찰나다. 거창한 성취보다 나를 아끼는 이들의 진심 어린 한마디와 소중한 존재에게 기쁨을 줄 수 있었던 짧은 장면들이 올 한 해 내 마음을 가장 따뜻하게 채웠다. 떠나간 존재가 남긴 가르침과 곁에 있는 이들이 주는 온기 속에서 나는 비로소 사랑의 충만함을 배웠다.
18.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부족한 내 옆에 변함없이 있어줘서 고맙다. 흔들리는 순간에도 내 손을 놓지 않았던 그 마음들을 기억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서로에게 좋은 힘이 되어주길, 그렇게 계속 함께 하기를 바란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19. 말하고 싶었는데 끝내 삼켜버린 문장은 무엇이었나?
"나 이제 정말 그만두고 싶어." 마음속으로는 수백 번도 넘게 사표를 던지고 퇴사하고 싶다고 외쳤다. 하지만 현실적인 책임감과 아직은 부족한 용기 때문에 그 무거운 문장을 끝내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삼켰다. 그렇게 매일매일 서러운 진심을 가슴에 품고 하루를 버텨온 나의 인내를 스스로 기록해 둔다.
20. 올해 처음으로 용기 냈던 순간은 언제였나?
미래를 위해 대학원 지원서를 던졌던 상반기의 그날이다. 현재에 안주하기보다 성장을 선택하며 새로운 문을 두드렸다. 결과가 어떠하든, 바쁜 일상 속에서도 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 기회를 만들고 도전했던 그 시작 자체가 올해 내가 보여준 가장 큰 용기였다.
21. 12월의 나는 작년보다 얼마나 성장했나?
-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내 마음을 마주하는 힘이 생겼다. 작년 12월의 나는 불안함에 잡아먹혀 다이어리를 펼칠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흔들렸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나 가치관 차이로 마음이 복잡해질 때, 그냥 회피하며 도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이 내 삶을 다시 점검해 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며 차분하게 정리할 줄 알게 되었다. 내 감정에 끌려다니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제는 내 마음을 내가 직접 돌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 막연하게 노력하던 것들을 눈에 보이는 성과로 만들어냈다. 작년에는 그저 '나를 좀 돌봐야지' 하며 버티는 게 전부였다면, 올해는 그 노력들이 실제 결과로 나타났다. 3관왕이라는 상도 받았고, 무작정 달리던 내가 이제는 15분 동안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체력을 갖게 되었다. 단순히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무언가를 해내면서 얻은 자신감이 나를 훨씬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 곁에 있는 사람과 더 깊은 미래를 고민할 만큼 성숙해졌다. 작년에는 소중한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고 버텼다. 올해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주제들을 솔직하게 꺼내놓고 마주보기 시작했다. 그냥 같이 있어서 즐거운 사이를 넘어, 서로의 삶에 실질적인 힘이 되어주고 각자의 인생이 나아갈 방향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조율해 나가는, 한층 더 깊고 단단한 관계들로 성장했다는 게 느껴진다.
22. 2025년을 한 문장으로 남길 수 있다면 어떤 말을 남기고 싶나?
누군가에게 나를 증명하려 애쓰기보다, 내 삶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나만의 속도로 한 걸음 더 내디딘 해.
23. 올해의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타인의 기억 속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을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그저 누군가에게 마음의 짐이 되거나 해가 되지 않았기를,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을지라도 무해하고 정갈한 사람이었기를 바랄 뿐이다.
24. 내년의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있을까?
지금처럼 여전히 성실하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을 것 같다. 다만, '여유'를 열 스푼쯤 더 넉넉히 뿌려주고 싶다. 바쁜 걸음 속에서도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보고, 숨을 고르는 여백이 있는 삶. 내년에는 치열함과 평온함이 기분 좋게 어우러진 하루를 살고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25. 올해 나는 나 자신에게 몇 번이나 "수고했어"라고 말해주었나?
최소 열 번 이상은 스스로에게 인사를 건넸던 것 같다. 돌아보면 힘들었던 순간들마다 나는 나를 다독이고 있었다. 충분하지는 않았을지라도, 고비마다 "수고했어."라고 말해주었던 그 짧은 위로들이 모여 올해의 나를 무사히 완주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2026년의 나야, 내년에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