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하는 어떠한 형태로든 관계를 맺는다는 건 의도와 상관없이 서로 끝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일이다.
더욱이 대상이 자신이 좋아하고 닮고 싶은 사람이라면 두 말할 것도 없이.
가치관, 말투, 눈썹을 찡그리는 표정,
말할 때 고개를 까닥거리는 각도까지 무의식적 카피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 B는 A를 닮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러니까 친구는, 선배는, 후배는, 부모는, 동경하는 이는 곧 내가 될 수도 있다.
어른들이 친구 잘 사귀라는,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라는 말을 하는 것은 일단 이 지론에서 옳게 작용한다.
그러고 보면 끼리끼리라는 말은 별모양의 A가 별모양의 B를 만나서 되는 일이 아니고
네모의 A가 세모의 B를 만나 서로 별모양이 된 이야기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 내 개인의 얼굴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담고 있는지 문득 생각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