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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마 Dec 31. 2020

You're in Love with a Fantasy

넷플릭스,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리뷰


<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는 2011년 개봉한 우디 앨런의 영화 작품이다. 그는 최근 미투 운동으로 퇴출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으며, 그의 자서전은 출간이 취소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리뷰하는 이유는 프랑스 파리를 좋아하고, 더 나아가 파리의 예술가들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인공 길 펜더(Gil Pender)는 약혼녀 이네즈(Inez), 그리고 그녀의 부모님과 함께 파리로 여행을 떠난다. 평소 파리에 낭만을 가지고 있던 그는 낭만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이네즈와 잠시 떨어져 파리를 혼자 산책한다. 그러던 도중 길을 잃었고 머무는 호텔 조차 찾지 못하던 그는 우연히 그를 부르는 한 무리가 타고 있는 오래된 푸조에 동승한다. 그렇게 길 펜더가 몹시 갈망하던 1920년대의 파리로 떠나게 된다.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공식 포스터, 출처 : 네이버 포토
파리(Paris)에서의 낭만, 파리(Fly) 같은 낭만; "You're in love with a fantasy"

영화는 지베르니에서의 길과 이네즈의 대화로 시작된다. 파리(Paris)에서의 낭만을 갈구하는 남자와 파리(Fly) 같은 낭만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남자에게 파리는 예술가들의 도시이자 그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1920년대 예술가들이 모였던 도시이다. 그는 비 오는 파리를 가장 좋아하지만 그녀는 비 오는 것을 질색하고, 그는 베버리힐스까지 마다할 수 있을 만큼 파리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그녀는 절대 미국을 떠나고 싶지 않아 한다. 여자에게 파리는 멋진 거리와 식당들이 즐비한 지겨운 도시일 뿐이다.



길(Gil) : 정말 기가 막힌다! 여기 좀 봐. 어디에도 이런 도시는 없었어. 과거에도 없었고.
이네즈(Inez) : 처음 와본 사람처럼 굴기는
 : 자주는 못 오잖아 그게 문제야. 비 올 땐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아? 1920년대의 파리를 상상해봐. 비에 젖은 파리 예술가들, 작가들
이네즈 : 왜 꼭 비가 와야 돼? 젖는 게 뭐가 좋다고.
 : 결혼해서 여기 와서 살면 안 될까?
이네즈 : 오, 말도 안 돼! 난 미국 떠나선 못살아.
 : 기계처럼 영화 대본 쓰기에 묶이지 않고 여기서 소설이나 쓰며 살 수 있다면 베버리힐스 집은 당장 버릴 거야. 수영장이고 뭐고. 모네가 그림을 그리고, 살았던 이곳이 시내에서 30분이라니.. 우리가 여기 산다고 상상해 봐. 내 책만 대박 나면 가능한 이야기야.
이네즈 : 자긴 환상에 빠졌어(You in love with a Fantasy)



파리(Paris)에서의 낭만과 파리(Fly) 같은 낭만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전자를 택할 것이다. 적어도 파리는 그런 도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거리에는 개똥이 즐비하고, 불친절하고, 지하철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풍겨오지만 어느 계절이든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카페에 들어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며 책을 봐도 좋고, 중고 책거리를 걸어도 좋고, 에펠탑 앞 광장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도 좋다.


나는 주인공 길이 잠시 환상에 빠져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미국에서의 삶은 기계처럼 영화 대본 쓰기에 묶인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속에서의 행복을 찾아도 좋지만, 지금은 파리에 있으니 파리에서만 빠질  있는 판타지를 한껏 음미해도 괜찮지 않을까? 적어도 파리는 그런 도시이니까.

It's okay, even if you are in love with a fantasy.

죽음마저 잊게 한 사랑; "I believe that love that is true and real, creates a respite from death."

1920년대 파리로의 두 번째 여행을 떠나기 위해 오래된 푸조에 탑승한 길(Gil)은 헤밍웨이(Hemingway)와 사랑과 죽음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왜 우디 앨런이 헤밍웨이에게 이런 대사를 주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헤밍웨이(Hemingway) : 고지 점령 임무였소 우린 넷이었고 원래 다섯이었는데 한 명이 한 손을 잃어서.. 처음만큼 싸울 수 없었지 젊고 용감했는데.. 고지는 비에 젖어있었고 경사가 심했소. 길에 깔린 독일군 중 첫 번째 무리를 겨냥했지. 만약 명중한다면 그들을 지체시킬 테니까

길(Gil) : 겁나셨어요?

헤밍웨이 : 뭐가?

 : 죽는 거요

헤밍웨이 : 죽음이 두려우면 좋은 글은 쓸 수 없소. 두렵소?

 : 네 두려워요, 아마 가장 큰 두려움일 거예요

헤밍웨이 : 과거에도 또 미래에도 누구에게나 그럴 거요

 : 알아요 알지만..

헤밍웨이 : 정말 멋진 여자와 사랑해 봤소?

 : 사실 약혼녀가 엄청 섹시해요

헤밍웨이 : 그녀와 사랑을 나눌 땐 아름답고 순수한 열정을 느끼고 그 순간만큼은 죽음이 두렵나?

 : 아니요 그렇진 않아요

헤밍웨이 : 진정한 사랑은 죽음마저 잊게 만든다네(I believe that love that is true and real, creates a respite from death). 두려운 건 사랑하지 않거나 제대로 사랑하지 않아서지. 코뿔소 사냥꾼이나 최고의 투우사 벨몬테처럼 용감하고 진실한 사람이 죽음과 맞설 수 있는 건, 열정적인 사랑으로 죽음을 맘속에서 몰아내기 때문이요. 물론 두려움은 언젠가 돌아오지. 그럼 또 뜨거운 사랑을 해야 하고.. 생각해보게.


헤밍웨이는 해들리 리처드슨을 시작으로 메리 웰시 헤밍웨이까지 평생 4번의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는 "어떤 여자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마다 그리고 그 사랑이 끝날 때마다 전쟁이 일어났는데 그건 불운이었다."라고 말했다. 1, 2차 세계대전, 파리 해방 전투, 노르망디 상륙작전까지 다양한 전투에 참여했던 그는 전쟁의 시작 혹은 끝에 우연히 이혼과 재혼을 반복했다.

그의 명작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무기여 잘 있거라> 등을 생각해본다면 전쟁은 그의 삶과 작품세계에 있어 떼낼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우디 앨런이 영화 속 헤밍웨이에게 이러한 대사를 준 이유도 어쩌면 전쟁 전/후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되는 그의 삶과 전쟁이 주는 죽음이라는 두려움을 연관 지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우디 앨런과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진정한 사랑을 통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잊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늘 사랑하고 사는 것은 아닐까?


I believe that love that is true and real, creates a respite from death



조각가 카미유 끌로델(Camille Claudel), 로댕(Rodin)의 연인

이번 장면은 길(Gil), 이네즈(Inez) 그리고 이네즈의 친구 캐롤(Carol)과 폴(Paul) 부부가 로댕 미술관에 방문한 장면이다. 두 커플은 로댕 미술관에 방문하여 가이드의 안내를 듣는다. 그러던 도중 로댕의 역작 <생각하는 사람>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데, 이때 캐롤(Carol)의 남편 폴(Paul)은 가이드와 카미유 끌로델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가이드 : 로댕의 가장 유명한 작품이죠, 이 작품의 주형은 로댕 무덤 옆에 놓였어요. 자신의 묘비로 쓰길 원했거든요

폴(Paul) : 무덤은 뫼동에 있어, 내 기억이 맞다면 독감으로 죽었고 1917년에. 로댕 작품 다수는 아내 카미유 영향을 받았지.

가이드 : 영향을 받은 건 맞지만 부인이 아니라 정부였죠

폴 : 카미유가요? 아니죠,

가이드 : 네, 부인은 로즈였죠

폴 : 아냐 로즈와 결혼 안 했어.

가이드 : 로즈와 결혼했어요 함께 살던 마지막 해에.

폴 : 잘못 아신 거 같네요.

캐럴(Carol) : 가이드한테 우기는 거야?

가이드 : 전 확실해요 선생님.



실제 로댕 미술관에 방문하면 카미유를 모티브로  많은 작품을   있다. 대표적으로 잠들어 있는 카미유의 자연스러운 포즈를 모티브로  <다나이드, La Danaïde>  있다.

파리 국립 미술학교에 간 카미유는 교장 폴 뒤부아로부터 "로댕의 영향을 받았다."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로댕이 누구인지 조차 모르는 그녀는 로댕에 대한 궁금증을 갖는다. 이후 실제 로댕을 만난 카미유는 그의 조수이자, 뮤즈로써 그의 작품 세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두 사람의 편지를 보면 로댕은 "당신을 못 만나다니, 차라리 죽음이 달콤하겠어"와 같은 아주 과격하고 격정적인 사랑을 표현할 만큼 그녀에게 푹 빠진다. 하지만 로댕은 당시 만나고 있던 여자, '로즈 뵈레(Rose Beuret)'가 있었다. 졸지에 남편을 넘본 여자가 된 카미유는 로즈에게 시달리게 되고, 뿐만 아니라 이후에는 뱃속에 가졌던 로댕의 아이를 유산하게 된다. 그의 실질적 아내로 살아왔지만 진정한 아내가 되지 못한 카미유는 그렇게 로댕 곁을 떠난다.

로댕으로부터 독립한 그녀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펼쳐나가려고 한다. 카미유의 뛰어난 예술능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을 로댕의 연인, 로댕의 조수로 알려져 살아온 과거 때문에 그녀는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이후 그녀는 각종 가정사까지 겹치며 정신병에 걸려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위 장면에서 폴의 주장과 달리 로댕은 로즈가 죽기 17일 전, 그녀와 혼인신고를 했다고 한다. 로댕의 연인으로 알려진 비운의 여인 카미유(Camille)가 더욱더 안쓰러워지는 대목이다.

로댕은 카미유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이후에도 병원비를 지원하고, 작업실을 헌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다 떠나가버린 사랑 앞에 그의 노력이 허망해 보일 뿐이다.

예술과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이다. 7명의 여인을 만난 피카소(Picasso),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아폴리네르(Apollinaire), 그리고 로댕까지.. 그들의 작품에 녹아든 사랑과 그리고 그 사랑의 슬픈 말로까지. 그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안다면 더욱더 영화가 풍부해질 것이다.


당신에게는 어떠한 낭만의 시대가 있는가?

누구나 마음속에 가보고 싶은 낭만의 시대가 있을 것이다. 만약 없다면, 이 글을 읽고 난 후 한 번쯤 생각해봐도 좋을 것이다. 어느 날 종소리가 들리고, 오래된 푸조가 와 당신을 그 시대로 보내줄지도 모르니까.



당신에게는 어떠한 낭만의 시대가 있는가?



영화의 모든 내용을 리뷰에 담지는 않았습니다. 비록 구설수에 오르는 영화감독의 작품이기는 하나 한번쯤은 보시길 추천드리는 영화입니다. 특히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더욱더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리뷰의 내용 중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도 있고, 더 추가할 수 있는 좋은 내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넓은 아량으로 봐주시고 자유롭게 댓글에 내용을 남겨주세요 :)


마지막으로 로댕과 카미유의 이야기는 <김영섭 PD의 파리와 연애하기>의 책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노마 드림.


*Main Photo by Yannis Papanastasopoulo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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