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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마 Sep 20. 2021

당신의 시간은 안녕하신가요?

저는 안녕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제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세상을 맞이한다. 각자 다른 환경에서 자라며 다른 삶을 살아간다. 이런 우리에게 주어진 것 중 같은 것은 오직 '시간'과 '죽음'뿐이다. 죽음은 언제 어떻게 우리를 찾아올지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가 관리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시간' 뿐이다. 조금 더 현명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까?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 답은 결국 내가 사용하는 '시간'이 결정해줄 것이다.


시간을 관리하면 좀 나아질까?


모두가 조금 더 현명하게 살아가기 위해 다양한 시간관리 방법을 활용한다. '열정을 품은 타이머', 'A-tracker"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활용해 시간을 관리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직접 손으로 시간을 기록해가며 시간을 관리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사람들이 시간관리를 하는 이유는 시간을 좀 더 소중하게 사용하고 싶어서 일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시간을 관리하면 시간의 질이 더 높아질까? 


시간을 기록하고 쌓인 데이터를 분석하며 느낀 결과, 시간의 질을 높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직접 시간 단위로 기록하고, 기록된 시간을 *매주/매월 단위로 분석했다. 5월 5주 차부터 시작한 시간 기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 다룰 시간 기록은 5월 5주 차를 시작으로 지난 주인 9월 1주 차까지 기록이다. 

*N월 N주의 기준은 해당 주의 일요일이 포함된 월(예를 들어 8월 31일이 일요일이면 8월 5주 차)을 기준으로 산정하였다.


5월 5주 차부터 시작해 총 15주의 기록이 담겨 있다. 매주 전체 시간 대비 사용한 시간 비율을 기록했다.


시간은 취업과 관련된 '도전 삶', '수면', '기타' 등 총 8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기록 및 관리한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도전 삶'과 '휴식', 2가지 카테고리의 추세선을 그려봤다. 차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 휴식은 우상향을 그리고, 도전 삶은 우하향을 그린다. 이는 즉 휴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취업과 관련된 도전 삶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시간 기록을 시작한 초기 자격증 등의 이슈로 공부시간이 몹시 늘어나서 그럴 수도 있으나, 기록을 살펴보면 주 목표인 28시간을 채우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시간 기록한다고 해서 더 나아진다고 보장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왜" 그랬는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경영학도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유명한 명언이 있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다면 개선시킬 수 없다.


시간관리의 첫 시작점인 시간 기록은 언젠가 당신의 시간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처음으로 시간관리를 시작한 것은 대학원 때쯤이었다.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M시부터 M+a시까지 A라는 활동"처럼 특정 시간에 할 일을 생각해둔 정도였다. 이 방식의 한계를 느끼고 엑셀에 시간을 나눠놓고 특정 활동을 배분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취업준비에 뛰어든 이후에는, 시간관리를 철저히 하는 한 유튜버를 만나게 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보다 본격적으로 시간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후 조금씩 방식을 수정해가며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았고, 지금의 방식에 이르렀다,


초기에 특정 활동을 배정하는 형태로 했던 시간 관리는 당장 해야 할 일을 하는 데 있어서는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목표'가 없기에 지속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두 번째로 도입했던 방식은 그나마 시간을 기록할 테이블이 있고 Task를 부여했기에 조금이나마 오래 지속할 수 있었지만 그나마도 결국 흐지부지 되기 마련이었다. 이외에도 유튜버가 추천하는 방식 등 여러 방법을 활용해보며 지금의 방식을 택하게 되었다.


시간관리의 시작은 인생의 슬로건부터

누군가 내게 시간관리를 시작하는 데 왜 인생의 슬로건이 등장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면 왜 시간관리를 하냐고 반문할 것이다. 인생의 중요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결국 슬로건을 정한다는 것은, 어떤 곳에 시간을 사용할 지를 정하는 것이다.


인생 슬로건을 정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럴 땐 인생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올 한 해 이뤄야 할 목표, 슬로건을 적는다면 도움이 된다. 엑셀에 적어도 좋고, 직접 손으로 써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손으로 쓰는 것을 추천한다.


이루고 싶은 것을 적고 왜 그것을 이루고 싶은지 스스로 반문하는 과정을 통해 슬로건을 구체화할 수도 있고 때로는 새로운 슬로건을 찾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선한 영향력을 베푸는 사람"이라는 슬로건을 정했다면, 스스로에게 묻는 것이다. "선한 영향력이란 무엇인가?", "베푼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인가?", 

"선한 영향력이란 나눌 줄 아는 사람이고, 심성이 바른 사람이다."라는 답을 했다면 한번 더 묻는다. "영향력을 나눈다는 것은 무엇인가? 왜 해야 하는가?", "심성이 바르다는 것은 무엇인가?"처럼 질문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반문하는 과정은 목표에 대해 보다 깊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실제 이러한 반문 과정을 통해 2021년 이뤄야 할 슬로건을 크게 하나 세우고, 그 슬로건을 뒤따르는 작은 슬로건을 10가지 작성했다.

2021 하노마의 슬로건

사람은 하루아침에 변할 수 없다. 하지만 잠들기 전, 적어도 오늘 아침보다는 무언가 하나 더 이루고 나아갔다는 그것, 그 성취를 기억하라.


슬로건을 정했다면 본격적으로 목표를 세분화해보자

슬로건을 다 정했다면 그 슬로건에 어울리는 목표를 작성해야 한다. "쓰는 삶을 이어가자"라는 슬로건이 있다면 "쓰는 삶"을 통해 1년 후 무엇을 이룰 것인지,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이번 달, 이번 주, 오늘은 무엇을 할 것인지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이렇게 목표를 세우고 나서 연간/월간/주간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할 것인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렇게 작성된 목표를 토대로 주간, 월간, 연간 피드백을 진행하게 된다. 



어디에 어떻게 기록할까?


목표를 세웠다면 이것을 어디에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목표를 세우는 것만큼 이 과정 또한 중요한데, 계속해서 스스로가 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직접 시간관리를 하며 느꼈던 점은 생각보다 "내가 오늘 아침에 뭐했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많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회사에 재직하던 당시에는 "내가 아침에 무슨 업무를 했더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손으로 직접 작성하던 때엔 미기록 시간(기억이 나지 않음)이 있기도 했다.

이러한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손으로 쓰는 것보다는 앱을 활용한 기록을 추천한다. 앱을 활용하면 직접 손으로 쓸 때 보다 도구가 줄어들게 되며, 언제 어디서나 쓸 수 있어 편하다. 직접 노트를 들고 다니며 시간을 기록하는 활동이 나쁜 것은 아니다. 아침에 노트를 두고 나간다거나, 누군가 앞에서 시간을 적는게 부끄럽다거나, 하는 이유로 시간 기록이 생각보다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더불어 추후에 시간을 피드백할 때에도 불편하다.

손으로 직접 작성하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앱으로 작성하는 것보다 기록하는 맛(?)이 있으며 실제 직접 손으로 쓰다 보니 자꾸 들여다보게 되고 보다 뿌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추천하는 방식은 앱이지만 여러 방식을 활용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제일 좋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활용한 시간관리

손글씨, 엑셀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 시간을 기록해봤지만 현재 정착해서 사용하고 있는 구글 스프레드시트가 내겐 제일 편하다. 그 이유는 모바일과 PC 연동이 원활하며 핸드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기록 시트를 만드는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이 시간만 잘 투자하면 두고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시간 기록 시트를 만들 수 있다. Countif와 같은 함수를 활용해 "수면"이라는 텍스트만 입력하면 수면 카테고리에 알아서 기록되며 내가 중요시하는 카테고리에 따라 채우기 색을 달리해 한눈에 보기 편하게 할 수도 있다. 


(좌)모바일, (우)PC화면, 이번 주 기록을 그대로 가져왔다(세부항목은 부끄러워 일부 삭제했다)


시간관리는 쓰는 게 시작이다.

앞서 피터 드러커의 명언처럼 기록한다는 것은 개선을 위한 시작일 뿐이다. 이렇게 기록한 시간을 주 단위로 피드백해보며 "왜" 이렇게 되었는 지를 고민하고 피드백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22-24시에 버리는 시간이 많다면 주로 내가 이때 무엇을 했는지 살펴보고 이를 피드백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월간/연간 피드백을 진행한다.


여기에 더해 매주 시간 사용비율을 기록해 이를 차트로 만들어두면 한눈에 어떤 시간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지 등 변화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다.

시트 좌측은 주간 피드백 내용이며, 우측은 사용시간과 비율 그리고 그래프



시작이 반이다, 기록이 반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 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한다면 반은 벌써 성공한 것이다. 개선이 안될지는 몰라도 적어도 관리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을 기록하고 관리하며 느낀 점은 생각보다 같은 피드백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인데, 이는 결국 개선이 아직 미흡해서 일 것이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기록하고, 관리하고, 개선한다. 는 과정이 정말 한 번에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진다면, 그 사람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기계조차도 개선 과정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 데, 어찌 사람이라고 하루아침에 변할 수 있을까? 


어떤 방식이 되었든 간에 시간 기록을 시작한 누군가가 자기 자신을 너무 몰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당신이 시간을 기록하고 되돌아보는 그 순간, 오늘 아침의 당신보다 한발자국 더 나아갔다는 것, 그런 발전이 모여 더 큰 우리를 만들어줄 것이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변할 수 없다. 하지만 잠들기 전, 적어도 오늘 아침보다는 무언가 하나 더 이루고 나아갔다는 그것, 그 성취를 기억하라.



부끄럽지만 시간관리 기록을 오픈해봤습니다. 15주 정도면 한번쯤 전체를 회고하는 시간을 갖자.라는 생각이 있었는 데, 마침 글을 써야 하는 일도 있어 이렇게 작성해봤습니다.


계속해서 시간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저 조차도 정말 매번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은 적은 없습니다. 다만 조금씩 변해간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죠 :) 더불어 이러한 피드백 과정을 통해 '내가 언제 힘들고 지치는지, 어떤 것을 통해 힘을 얻는지' 스스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추석 연휴의 시작이네요. "연휴라고 놀고 먹지 말고 뭐라도 하자!"는 결심도 좋지만 "나에게 정말 필요한 쉼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스스로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연휴가 되시길 빕니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노마 드림.


Main Photo by Aron Visual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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