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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함께 작가 모자(母子)가 되기까지..

브런치와 함께한 작가 모자(母子)의 꿈

by 하노마


나는 한 작가의 열렬한 팬이다. ‘샛별’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작가님인데, 인생을 살아오며 겪은 이야기, 그리고 마음을 글에 잘 담아낸다. 특히 최근에는 자신의 손녀와 함께한 이야기를 올리는데 같은 월령의 딸을 키우는 내 입장에서 나의 어머니가 손녀를 보며 이런 생각을, 이런 마음을 느끼겠구나 하는 것을 가르쳐주는 고마운 글이다.


내게는 아주 열렬한 팬이 있다. ‘샛별’이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작가님인데, 내가 올리는 글을 항상 제일 먼저 읽어주고 대부분의 글에 댓글도 잘 달아준다. 혹 글이 본인이 잘 모르는 분야더라도, 꼭 읽어보고 이해해 보려 노력한다. 글을 쓴 나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기 위해 글을 읽고 또 읽으며 소화한다.


1993년, 세상의 숨을 처음 마시기도 전부터 내게는 아주 열렬한 팬이 있었다. 얼마나 나의 팬이냐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부터 나를 10개월 동안 뱃속에 품고 키워 세상의 숨을 마실 수 있게 해 준 팬이다. 내가 나이가 들어 어느덧 서른의 중반을 향하는 지금도,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 지금도 그 팬은 나의 열렬한 지지자다(아이가 태어나고 나서부터는 팬심이 아이에게로 향하는 것 같긴 하다, 그래도 괜찮다 난 충분히 팬심을 맛보았으니)


이쯤 되면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나의 열렬한 브런치 독자이자, 동시에 내가 팬이기도 한 ‘샛별’이라는 이름의 작가는 나의 어머니다. 2016년 브런치를 처음 알게 되고 난 후, 2019년이 되어서야 브런치 작가가 되었는데 그때부터 쭉-나의 가장 열렬한 독자이자 팬이었다. 내 글이 공감을 얻어 포털 메인에 실리기라도 하면 나보다도 더 빨리 그것을 보고는 캡처해 내게 전해주었다. 일요일 밤 혼자 생각에 잠겨 써 내려간 유언장을 보고는 다음 날 아침 훌쩍이며 가장 먼저 내게 전화를 건 사람도 샛별 작가님이었다.


어린 시절, 엄마를 가운데 두고 형과 함께 엄마가 해주는 옛날이야기를 들었다. 때로는 테이프를 틀어주기도 했지만 꽤나 많은 이야기를 직접 해주었다. 가끔 명상에 잠겨 내 어린 시절의 나를 생각해 보면 늘 이 순간이 떠오른다. 어찌나 그 이야기가 재밌던지, 지금도 가끔 들어보고 싶다. 도로를 끼고 있던 우리 집, 창문 밖으로 드리운 자동차 그림자와 엄마의 흥미진진한 목소리.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에, 몇몇 가치를 선정해 그 가치를 누군가에게 선물해 주는 프로젝트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의 첫 번째 대상은 엄마였다. 나는 엄마에게 글쓰기 모임을 선물했다. 그리고는 브런치를 들이밀며 한번 작가 신청을 해보라고 했다. 글을 내놓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고 분명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주는 글일 것이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작가 ‘샛별’이 되어 첫 글을 올렸다. 엄마가 ‘샛별’ 작가님이 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수많은 엄마의 마음속 이야기들, 그리고 생각들.. 내게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물 중 하나를 꼽으라면 엄마에게 준 글쓰기 선물이다.

(물론 프러포즈 제외 XD, 프러포즈는 내게 0순위다. ㅎㅎ 아들 키워봤자 역시..)


엄마는 동화를 쓰고 싶어 했다. 직접 써서 신춘문예 같은 곳에 내보기도 했다는데, 아쉽게도 잘되진 않았다. 그렇지만 엄마는 늘 글과 함께했던 것 같다. 난 그런 글을 좋아했었고, 이젠 멀지 않은 이곳 브런치에서 엄마의 글을 읽고, 응원하고 공감한다.


많이 읽히고 팔리는 거창한 저서를 가진 작가는 아니지만 엄마와 나는 이곳에서 작가의 꿈을 이뤘다. 살아가는 이야기로, 살아왔던 이야기로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우리는 작가 모자(母子)이다. 그 누구보다도 서로의 글을 마음 깊이 공감하고 응원해 주는.. 그리고 앞으로도 이곳에서 글로 오래오래 만날 수 있는 작은 꿈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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