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에서의 성숙
얼마 전의 일이다. 평소 출퇴근하고, 운동하고, 그리고 집안일할 때 늘 사용하던 블루투스 이어폰을 잃어버렸다.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기억나지 않아 찾느라 집안 구석구석 그리고 오갔던 경로들을 왔다 갔다 하느라 1시간을 넘게 허비했다. 하지만, 찾지 못했다.
괴로웠다. 고작 이어폰 하나 잃어버린 것일 뿐인데도 나는 몹시 괴로웠다. 왜? 나의 반복되는 안정적인 일상에 균열이 갔다는 것, 그로 인해 이어폰이 없는 상황을 얼마간 견뎌야 하고, 또다시 새로운 이어폰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괴로웠다. 즉, 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다. 이 일을 겪으면서 내가 스트레스에 얼마나 취약하며,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인 장 피아제는 사람은 동화와 순응을 반복하며 성장해 간다고 말했다. 즉,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려는 것은 ‘동화’,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순응’이다. 내가 이어폰을 잃어버린 일을 대입해 보면, 끝까지 이어폰을 찾아내고자 하는 것은 ‘동화’이며, 이미 잃어버린 것은 어쩔 수 없으니 새로운 이어폰을 사자고 결심하는 것은 ‘순응’이다.
동화와 순응, 어떤 전략이 더 나은 것일까? 양자택일의 문제라기보다는 균형이 필요하다. 동화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또 다른 이차적인 문제가 발생된다. 예를 들어, 내가 이어폰을 찾느라 시간을 허비했고, 그로 인해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을 놓쳤다면 더 큰 일상의 균열이 가해지게 된다. 반대로 너무 빠른 순응을 하게 되면, 이어폰을 잃어버리는 일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여겨지고, 비슷한 일들이 쉽게 반복될 수 있다. 바뀐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지, 기존의 질서에 매여있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존의 질서에 대한 동화와 바뀌는 상황에 대한 순응이 극단적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이는 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수차례 왼쪽으로도, 오른쪽으로도 넘어지면서 차츰차츰 어느 쪽으로도 넘어지지 않는 균형감각을 익히고 중심을 잡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다.
우리 삶에 닥치는 여러 문제들 속에서 이러한 균형감각을 잘 발휘하여 적절한 동화와 순응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중심이 잡힌 삶이며, 성숙을 향해 나아가는 삶이다.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내게 당면한 문제를 붙잡고 있어야 할까? 아니면 놓고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할까?